결국 물 건너가는 '벚꽃 추경'…논의 제자리
쟁점 조율 없이 추경안 요구한 여야…관가선 "여름 편성 예상" 경기 대응 공백 장기화…3분기 추경 집행해도 효과 4분기에나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3월 중 추경안을 편성·제출하라"고 예산 당국에 요청하기로 했으나 추경의 컨셉과 범위에 관해선 어떤 구체성도 제시하지 못해 이른바 '벚꽃 추경'은 실패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23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와 맞물린 조기 대선 직후에 대규모 추경이 편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이 예측하는 '5월말~6월초' 대선 타임라인에 따르면 추경 편성 시기는 6~7월께로 잡힌다. 이렇게 되면 추경은 내년도 본예산과 함께 투트랙으로 예산편성 작업이 진행되게 된다.
이같은 관측은 벚꽃 추경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 기인한다. 여야가 '민생을 챙긴다'는 정치적 이미지만 부각할 뿐 추경에 필수적인 가이드라인에는 전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쟁점 현안인 전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소비쿠폰)을 추경에 반영할지 여부에 따라 추경의 내용은 전면적으로 바뀌게 된다. 각 부처가 기재부에 추경 사업을 요구하는 단계부터 혼선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여·야·정 3자가 참여하는 국정협의체에서 추경의 기본 원칙을 신속히 합의하자는 종전 입장을 유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지만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 공방으로 국정협의체가 파행하고 여야 원내지도부 역시 핵심 쟁점에서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사실상 추경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경기 대응의 장기 공백이다.
올해 1%대 중반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가급적 빨리 추가적인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데에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 정부와 전문가 그룹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다.
대외적으로 '트럼프 관세 리스크'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정치적 내전 상태에 비견되는 극단적 혼란이 이어지면서 경기하강의 진폭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6~7월 추경이 현실화하더라도 상반기 경기에는 추가적인 재정이 전혀 투입되지 않는다.
설사 3분기께 추경이 편성·집행되더라도 일정 시차를 고려한다면 일러야 4분기에나 재정 보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