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D-1 각국 트럼프 설득 총력전
통상본부장 美 날아가 “유예·인하 희망”

'관세 90일 유예' 가짜뉴스까지…미 증시 3500조 왔다갔다

2025-04-08     김민준 기자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글로벌 시장이 요동치면서 각국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협상단을 미국으로 보내 관세 인하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강력한 보복관세로 맞대응에 나선 곳도 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8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을 면담하기 위한 출국길에 올랐다.

정 본부장은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은 모두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고, 철강과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는 이번 방미길에 반드시 협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의 방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첫 고위급 미국 방문이다. 정 본부장은 아직 품목별 관세로 발표되지 않은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움직임에 대해서도 미측 동향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서는 관세를 유예하거나 인하할 가능성이 없지만, 이외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협상을 통해 유예나 인하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며 “마침 방미를 앞둔 한국으로선 매우 좋은 소식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호관세를 비롯한 여러 가지 관세 조치에 대해 미국 상무부와 USTR 측을 만나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하겠다”며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협의하고 오겠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 부과된 상호관세율을 보면 한국이 상대적으로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나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것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며 “우리가 이 부분에 대한 유감을 이미 표명했고, 한미 FTA가 이행된 지 12년이 지난 국가에 이렇게 높은 관세율을 계산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미국 측에 전할 것”이라고 했다.

◇ 세계 각국 트럼프와 협상 분주

상호관세 발효 하루를 앞두고 다른 나라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유럽연합(EU)은 협상을 제안하면서도 미국이 응하지 않으면 대응 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고 압박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미국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다만 우리도 우리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대응조치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 협상 결렬시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U 27개국은 이날 열린 무역장관 회의에서도 협상이 우선이라는데 뜻을 모으면서도 EU의 이익을 보호하는 수단을 마련해 두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은 “국제 규칙보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것은 경제적 괴롭힘”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산 제품에 대한 34% 보복관세로 강력 대응에 나섰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25분간 전화 통화로 관세 문제를 협의했으며 후속 협상을 위한 팀을 파견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대미 관세를 0으로 낮추겠다며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파키스탄도 이달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해 관세 협상 방안을 모색한다. 말레이시아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차원의 공동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선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밀과 면화, 석유, 가스 등의 수입을 늘려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필리핀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겠다고 나섰고 캄보디아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19개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회담을 요청한 나라들과 즉각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며 협의에 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무역적자가 사라지지 않으면 관세 유예나 철회는 없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보복 조치에 나선 중국에 대해서는 50%의 추가 관세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한편 미 동부시간 오전 10시 남짓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나라에 90일간 상호관세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근거가 불분명한 보도가 나온 뒤 미국 3대 지수는 무서운 속도로 급반등하며 상승 반전했다.

짧은 10여분 사이 나스닥 지수는 장중 저점과 비교해 상승 폭이 무려 10%를 넘어서기도 했다. 다우지수는 장중 저점 대비 고점까지 2595포인트 상승 사상 최대 일간 변동 폭을 기록했다.

그러나 백악관이 상호관세 일시 중단 관련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공식 확인하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다시 급락한 뒤 전 거래일 마감가 언저리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혼조세 양상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