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대표엔 M&A전문가
ABL생명 대표엔 보험 영업통
우리금융, 생보사 시너지 시동…방카 비중 3배로 높인다
동양·ABL생명보험 인수 9부 능선을 넘은 우리금융그룹이 각 사의 초대 수장으로 '보험사 M&A(인수·합병) 전문가'를 선임해 눈길을 끈다. 동양생명 대표 후보에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을 끌어낸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사장이 추천됐으며 ABL생명 대표 후보에는 곽희필 전 신한금융플러스 GA부문 대표가 이름을 올렸다. 신한라이프 개국 공신들의 경험을 활용해 동양·ABL생명보험의 자회사 편입을 빠르게 마무리 짓고 화학적 결합을 도모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16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개최하고 신규 자회사로 편입 예정인 동양생명 대표 후보에 성대규, ABL생명 대표 후보에 곽희필을 추천했다.
성대규 후보는 1967년생으로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해 금융위원회 보험과장 및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등을 역임한 '관 출신' 인물이다. 2016년에는 제11대 보험개발원장을 지냈으며 2019년 신한생명 대표로 취임해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주도했다.
2021년에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성공적인 합병을 이뤄내면서 현 신한라이프의 초대 대표를 지낸 바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우리금융지주에 합류해 생명보험사 인수단장을 맡아 동양·ABL생명 인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금융당국의 영향력과 입김이 절대적인 국내에서 금융사 M&A에는 반드시 관 출신 인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양·ABL생명 인수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숙원 사업이었던 만큼 그룹 내부에서도 이미 신한라이프 출범을 통해 당국과의 네트워크가 갖춰진 성 후보를 적임자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사 M&A에는 당국과의 소통 채널을 만들고 상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인물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특히 이런 대형 딜에는 관 출신 없이 인수·합병을 성공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성대규 후보가 ▲보험업에 관한 다양한 식견 ▲원칙과 소신에 기반한 혁신적인 마인드 ▲금융그룹 산하 보험사 대표로서의 성공 경험 등을 갖춘 정통 보험 전문가로서 향후 그룹 내 보험사의 지속 성장과 변화 관리를 주도할 최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다만 신한라이프의 실적 성장세가 현 이영종 사장 부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진 점을 고려할 때 성 후보는 이번에도 인수·합병 공신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ABL생명 대표로 추천된 곽희필 후보는 1966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쌍용양회에 입사했다. 2001년 ING생명보험(2018년 오렌지라이프로 사명 변경) 도곡지점 FC로 자리를 옮기면서 보험업계에 발을 들였으며 우수한 영업실적을 인정받아 지점장, 영업추진부문장을 거쳐 FC채널본부, 영업채널본부 부사장에 올랐다 2021년 오렌지라이프가 신한생명과 통합해 신한라이프가 출범하면서 FC1사업그룹 부사장을 맡았으며 이후 신한라이프 GA(법인보험대리점) 자회사인 신한금융플러스 GA부문 대표로 취임했다.
곽 후보는 향후 GA 자회사 설립을 고려한 전략적 인선으로 풀이된다. 자추위도 곽 후보가 20년 이상 보험영업 노하우를 축적해 온 영업통인 점과 2019년 오렌지라이프 영업채널본부 부사장 재임 시 신한생명과의 제도·시스템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영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자추위는 "이러한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ABL생명보험의 당면과제인 '상품 및 영업 경쟁력 개선을 위한 CPC(고객·상품·채널) 전략' 추진의 최적임자다"라고 설명했다.
자추위 추천을 받은 성대규·곽희필 후보는 오는 7월 초로 예정된 동양생명보험 및 ABL생명보험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후 각 사의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한편 우리금융은 자회사 간 시너지를 도모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기존 고객에게 우리은행 결제 계좌 개설과 핵심 예·적금 가입을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우리은행의 방카슈랑스 판매도 확대한다. 현재 우리은행의 동양생명(2.86%)과 ABL생명(7.31%)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은 총 10% 남짓으로 이를 33%까지 높이는 것이 중장기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이를 통해 우리금융의 은행 비중을 점차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보고서에서 "비은행 사업 부문 강화를 통해 그룹 경쟁력을 높이고 주주 가치를 증대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