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룰에 긴장하는 범LG家

3%룰 포함한 상법 개정안 국회 통과…집중투표제 빠진 건 다행
LG그룹 특유의 지분 나눠갖기 문화, 특수관계인 의결권 제한 타격

2025-07-04     백성요 기자
LG트윈타워 전경. 사진/연합뉴스

3%룰이 포함된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며 국내 대기업 중 범 LG家 그룹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총수(동일인) 외에 다수의 친인척들로 지분이 쪼개진 지배구조로 특수관계인 합산 3% 룰이 적용되면 의결권 제한폭이 가장 클 것으로 분석되면서다. 

개정된 상법에 따르면 최대주주 혹은 총수의 지분과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의 차가 클수록 잃어버리는 의결권 지분의 비중도 높아지고, 전체 정족수에서도 제외되며 일반 주주의 입김이 더 강해진다. 

LG그룹, GS그룹, LS그룹, LX그룹, LF그룹 등 범 LG가 그룹들은 그간 장자승계를 원칙으로 특별한 경영권 분쟁없이 지배력을 대물림 해왔다. 형제경영, 사촌경영 등 수평적 회장직 이동이 무탈하게 이뤄졌고, 2세·3세로 경영권이 대물림 되도 지분을 둘러싼 다툼이 없는 것이 가풍(家風)이다. 

총수 개인의 지분율은 낮지만 특수관계인을 포함하면 충분한 지분을 들고 있어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 등의 공격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삼성, SK 등 굴지의 대기업들도 외국계 사모펀드로부터 심대한 경영권 위협을 받은 적이 있지만 LG 계열 그룹들이 안정적인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3%룰에 따라 감사위원 선출 시 의결권이 크게 제한되며 오히려 범LG 계열 그룹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상법 개정에서는 제외됐지만 향후 이사 선임시 집중투표제까지 도입된다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주)LG 지분은 15.95%, 최대주주 포함 특수관계인 30명이 총 41.7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전 희성그룹 부회장이자 현 LT그룹 회장인 구본식 회장이 4.48%를 가진 개인 2대주주고, 고(故) 구본무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가 4.20%로 뒤를 잇는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3.05%를 들고 있다. 김 여사와 함께 경영권 분쟁 중인 구연경 LG복지재단 이사는 2.92%로 3%에 채 미치지 못한다. 

기존 상법에서는 3%룰을 '개별 주주 기준'으로 적용했다. 총수가 3% 이상의 의결권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 의결권이 3%로 제한되지만, 오너 일가 등 특수관계인의 분산된 지분의 의결권을 합할 수 있어 사실상 감사위원 선임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의결권 지분이 높아진다. 

하지만 개정된 상법은 '개별 주주 기준'이 '특수관계인 합산 기준'으로 바뀐다. 특수관계인 명의로 분산돼 행사하던 의결권을 모두 합쳐 3%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 

그간 소수 지분만으로도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국내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가 일반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고, 주식회사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을 강제하는 방향으로 상법이 개정된 셈이다. 시장에서는 3%룰을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일반 주주까지 확대하는 것과 함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첫 걸음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개정된 상법은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에서 3%를 제외한 지분은 의결권으로 인정하지 않고 정족수에서 제외한다. 그러면 의결권 있는 주식 수가 줄어 일반 주주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다. 기업 입장에서의 부담이 더욱 높아지는 부분이다. 

사촌 경영을 유지하며 4세로의 승계를 준비중인 GS그룹의 경우 현 허태수 회장의 지분은 2.08%에 불과하지만 특수관계인과 재단 등의 우호 지분은 52.8%에 달한다. 허 회장 포함 특수관계인만 53명에 달하고 GS 지분을 일부라도 들고 있는 재단과 관계회사가 6곳이다.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의 지분율이 5.16%고 가장 높고, 허창수 명예회장이 4.59%로 두 번째다.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도 3.38%로 비교적 많은 지분을 들고 있다.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 허연수 전 GS리테일 대표,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이사 부사장,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허경수 코스모앤컴퍼니 회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등도 각각 2% 대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지분이 오너 일가에 넓게 분산돼 있어 3%룰에 따라 의결권이 가장 크게 제한될 대기업으로 지목된다. 또 4세 승계라는 과제도 있어 감사위원 선임에서 난관을 겪게 된다면 경영권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LS그룹은 구자은 회장의 지분 3.63%, 특수관계인 합산 32.11% 수준이다. LF그룹은 구본걸 회장의 지분이 19.11%고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하면 56.54%에 이른다. 

LX그룹은 구본준 회장과 장남 구형모 LX MDI 대표이사 사장이 각각 20.37%와 12.15%를 들고 있다. 특수관계인 합산은 43.82%다. LX그룹은 구형모 사장으로의 승계가 속도감있게 진행되고 있어 이번 상법 개정 후속조치에도 주목하고 있다. 

국내 재벌 그룹 중 거버넌스 정비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SK(주) 지분이 17.76%,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이 25.27%로 그 차가 7.51% 수준이다. 실제 우호 의결권 지분을 따져보면 차이는 더욱 줄어든다. 범 LG가 그룹의 지분율 차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이들은 추후 공청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집중투표제에도 주목하고 있다. 선임될 이사의 수만큼 투표권을 가지고, 자신이 가진 투표권을 한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의 집중투표제는 소액 주주들 추천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대주주 견제 방안이다. 

3%룰에 더해 집중투표제까지 도입된다면 일반 주주나 기관투자자, 혹은 외국계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오너 일가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더욱 원활해 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오너 일가와 일반 주주의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상법 개정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경제 발전을 이끌어 온 한국 특유의 재벌 문화가 낳은 지배구조가 흔들리면 장기 경영이 어려워 질 수 있다"라며 "일부 유예 혹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각종 제도 등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