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상호관세 15%가 기준되나
美·日 기본합의 이어 EU와도 근접

韓美 2+2 담판 촉각…알래스카 투자 회의적·일본처럼 대규모 펀드 조성

2025-07-24     김민준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EU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합의에 근접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세율 15%에 실제로 합의가 이뤄지면 전날 미국과 일본이 발표한 무역 합의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도 15%가 기준이 될지 주목된다.

오는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우리나라와 미국간 재무·통상 수장의 '2+2 통상 협의'는 미국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탓으로 돌연 취소됐다. 한미는 조속한 시일 내 일정을 재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EU 회원국의 대미 수출 상품 대부분에 대해 미국이 15%의 관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포함한 개괄적인 미국-EU 무역 합의안을 놓고 양측이 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한 미국과 EU는 항공기, 증류주, 의료기기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면제에도 근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 측과 협상 이후 이날 이런 내용으로 회원국들에 브리핑했다고 전해졌다.

WSJ에 따르면 소식통 2명은 미·일 무역 협상 타결로 인해 EU가 받는 압박이 강해지면서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의 높은 관세율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 EU산 제품은 미국에서 기존 평균 4.8%의 관세에 더해 10% 추가 관세(미국 명칭 '기본관세')를 적용받았다. 소식통들은 현재 합의에 근접한 협상안의 최소 관세율 15%는 기존 관세를 포함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15% 관세율은 사실상 '현상 유지'라는 것이다. 또한 현재 27.5%인 자동차 관세율도 15%로 떨어지게 된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은 항공기 등 관세를 일부 양보할 수 있지만 현재 철강 제품에 적용되는 50%의 품목 관세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 韓美 2+2 협의로 패키지 딜

우리나라도 워싱턴DC에서 조만간 재무·통상수장 간 '2+2 협의'를 진행한다. 한국은 대미 관세장벽을 낮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지만, 미국도 자국 산업을 부응하기 위한 투자펀드까지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이달 초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일본의 제안'을 거론하면서 한국 정부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뒷받침하는 대규모 '투자 펀드'를 마련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일본과의 협상 타결 이후 “내 요청에 따라 일본은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며,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의약품, 조선, 항공, 에너지, 자동차, 인공지능(AI)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를 촉진하는 것으로, 투자 계획의 명칭은 '재팬 인베스트먼트 이니셔티브'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 재무부와 일본 재무성이 상당한 지분을 출자해 펀드를 구성한 뒤 공동으로 소유·운영하는 방식이다. 초기 자금만 3000억 달러(약 41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 정부로서는 이런 투자펀드를 지렛대로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되는 상호관세를 15%를 낮추는 성과를 도출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담판을 앞둔 우리 정부로서는 고심이 커지는 대목이다. 미국 측의 비공식 제안을 받은 상황에서 일정 부분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분위기지만, 펀드 규모가 일본에는 크게 못 미칠 것 같다는 점이 딜레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로서도 펀드를 여러 협상 카드 중 하나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지 그것을 반드시 해야하는 건 아닐 수 있다”며 “759조원은 일본 국력으로 보더라도 어마어마한 규모인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의 3분의1 수준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펀드 조성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이런 현실을 고려해서 대안으로 '구매-투자 패키지'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를 중심으로 자동차, 조선, 배터리, 반도체까지 주요 산업 분야를 아우르는 전반적인 구매·투자 제안으로 미국을 설득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래스카에 대한 투자도 최근 지진 이슈 등 여러 이유로 한국은 회의적인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