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원전 1기마다 1조원 퍼주기?
웨스팅하우스와 굴욕 계약 논란 확산

“체코 원전수출 당시 딴지에 급하게 웨스팅하우스와 합의” 지적 “원천기술 없는 상황서 원전 수출하려면 불가피한 선택” 반론도

2025-08-22     김민준 기자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이 윤석열 정부 당시 수주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 최근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 굴욕적인 불평등 계약 맺었다며 논란이 뜨겁다. 사진은 한국의 1호 수출 원전인 UAE 바라카원전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이 윤석열 정부 당시 수주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 최근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와 굴욕적인 불평등 계약 맺었다며 논란이 뜨겁다. 다만 원천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반론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수주한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은 총 사업비 26조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기가와트(GW)급 신규 원전 2기를 새로 짓는 사업으로, 올해 6월 최종 계약이 체결됐다. 한수원이 주 계약자이고 한전,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이 '팀 코리아'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종 계약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7월 미국과 프랑스 기업과의 경쟁 끝에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는데, 이를 두고 미국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지난해 8월 체코 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크게 반발했다. 한국이 개발한 원자로가 과거 본인들이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한국이 원전을 체코나 제3국에 수출하려면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미국의 태클이 계속되며 체코와의 계약이 미뤄지자 결국 윤석열 정부는 올해 초 웨스팅하우스와의 일종의 비밀 합의를 한 뒤,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최근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 간의 계약 문서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가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기술 사용료, 부품 구매비용 등으로 1조원 이상을 웨스팅하우스에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계약 기간도 무려 50년 간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북미·유럽·영국·일본 등에서는 단독으로 원전 수주를 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단독 수주는 중동·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에서만 가능하다. 특히 원전을 비롯해 SMR(소형모듈원자로)을 독자적으로 수출하려면 웨스팅하우스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서는 “비밀리에 불평등 조약을 맺으며 웨스팅하우스 몫으로 너무 많은 것을 떼어줬다”면서 “이전 정부가 원전 주권을 팔아먹고 매국 행위를 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번 협정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불이익은 없는지, 지나치게 퍼주기 한 것은 아닌지 따져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원천 기술이 없는 원전 산업의 구조 속에서 보면 불리한 협상으로만 볼 수 없다”면서 “수출 시장 확대를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UAE 바라카 원전 수익률도 적자로 돌아섰는데 체코 원전도 건설비의 10% 정도를 웨스팅하우스에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한수원이나 국내 업체들의 마진은 굉장히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천기술을 가진 웨스팅하우스와의 불평등 조약이 속상하기는 하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30년간 신규 원전을 짓지 않으면서 시공 능력을 상실했다. 결국 웨스팅하우스가 원전 사업을 하려면 우리나라와 같이 시공능력 갖춘 나라와 협업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의 원전 건설에 한국 기업이 들어와 줄 것을 희망한다는 보도도 있는 만큼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업을 통해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