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낙관론 vs AI 거품론

젠슨황 “AI 새로운 산업 혁명…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샘 올트먼 “우리는 AI 거품 속에 있다”…IT 버블 비유
시장선 신중론 속 낙관론 무게…삼성·SK 반도체 주목

2025-08-29     오아름 기자
젠슨 황과 샘 올트먼. 사진/연합뉴스

또다시 AI 낙관론과 비관론이 충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은 “AI는 새로운 산업 혁명”이라며 AI 낙관론을 내놨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 등 일각에서 AI 거품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AI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란 메시지를 낸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진행된 실적설명회에서 “AI 인프라 시장은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발성 챗봇(one-shot chatbot)은 이미 추론형 에이전트형 AI로 진화했고, 또 물리적 AI(Physical AI)의 시대가 도래하며 로보틱스와 산업 자동화 같은 완전히 새로운 산업들이 열리고 있다”며 “앞으로 몇 년 동안, 그리고 10년 내내 아주 빠르고 본질적인 성장 기회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상위 4개 하이퍼스케일러 연간 설비투자가 600억달러(800조원) 수준으로 두 배 급증했으며, AI 인프라 투자가 가까운 5년 내 3조~4조 달러 규모로 확장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췄다.

반면 오픈AI CEO인 샘 올트먼은 최근 AI 거품론을 제기했다. 

올트먼이 “우리는 AI 버블(거품) 속에 있다”고 밝히면서 무엇보다 올트먼은 현 상황을 지난 1990년대 후반에 있었던 IT 버블에 비유했다. 당시 인터넷 기술 등장과 함께 시작된 IT 버블은 수년 만인 2000년 3월 고점 대비 미국 나스닥 지수가 80% 가까이 폭락하고 나서야 상황이 종료된 바 있다.

그는 “역사상 대부분의 거품도 실체는 있었다”면서 “IT버블 때도 실제로 IT는 매우 중요한 것이었고, 인터넷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단 “버블이 끼면 똑똑한 사람들도 작은 진실에 과도하게 흥분하게 된다”며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그의 이 발언은 현 시장이 과열된 상태라는 점에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신중론 속 낙관론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규모는 2024년 6560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1.9배 늘어난 1조 22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카운터포인트는 “주요 촉매제는 향후 AI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지속적이고 빠른 수요 증가에 힘입은 고급 AI 서버 인프라 개발”이라며 “이런 수요는 대부분 하이퍼스케일러를 통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투자에 따라 서버용 반도체 시장규모는 지난해 1530억 달러에서 2030년에는 4640억 달러로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용 반도체는 1720억 달러에서 2590억 달러, 자동차용 반도체는 480억 달러에서 1060억 달러, PC용 반도체는 690억 달러에서 104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른 시장조사기관 IDC도 AI 지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IDC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AI 지출이 매년 전년 대비 31.9% 증가해 2029년에는 1조 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AI 반도체의 수요 예측은 최대 관심사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그래픽처리장치) ‘블랙웰’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출하를 시작했고, 중국용 저사양 AI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규제 완화도 긍정적이다.

AI 산업 성장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에도 긍정적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 여기 들어가는 HBM나 서버 구축에 필요한 DDR5 등 메모리가 대량으로 필요하다.

업계는 차세대 제품인 루빈이 내년에 출시된다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다. 막혀 있는 중국으로 수출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실적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엔비디아가 내년 출시한다고 밝힌 루빈은 블랙웰, 블랙웰 울트라 다음 버전으로 HBM4가 본격적으로 탑재될 예정이다. 루빈의 수요가 예상대로 늘어나면 HBM4를 양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에도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 세대인 HBM3E까지는 SK하이닉스의 비중이 압도적이었지만 HBM4에선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마이크론으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그동안 부진했던 고대역폭메모리에서의 턴어라운드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