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가속기 리벨리온 3400억 유치
저전력 반도체 퓨리오사AI도 1700억
3분기 스타트업·중기 투자 152% 늘어 2조4300억
올해 3분기 국내 스타트업‧중소기업 투자가 대규모 거래를 중심으로 급증했다. 반도체와 헬스케어 분야의 굵직한 ‘메가딜’이 성사되면서, 얼어붙었던 벤처투자 시장에 다시 활력이 도는 분위기다.
토종 인공지능(AI) 칩 제조 스타트업인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헬스케어 기업인 메디트가 유치한 금액만 7000억원에 육박한다. 한편 투자사들이 불확실한 초기 투자보다 실적이 검증된 중기 투자에 집중하는 성향도 뚜렷해졌다.
2일 스타트업 정보 플랫폼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3분기 국내 스타트업‧중소기업 투자액은 2조432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152.3%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투자 건수는 296건으로 직전 분기 대비 42.3%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투자 금액은 23.8% 늘어났고, 투자 건수는 34.5% 줄었다.
◆리벨리온‧퓨리오사, AI칩 투자 약진
이번 분기 투자 증가를 이끈 것은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중소기업 3개사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시리즈C 라운드에서 3400억원을 유치하며 최근 3년간 비상장 스타트업·중소기업 투자 가운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엔비디아 대항마로 꼽히는 리벨리온은 초거대 언어모델(LLM) 학습·추론을 위한 고성능 AI 가속기를 개발 중이며, 최근에는 SKT 등과도 협력 관계를 맺었다.
메타의 인수 제안을 받았던 AI칩 전문 기업 퓨리오사AI도 1700억원의 시리즈C 투자를 확보했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 환경에 최적화된 저전력 AI칩을 개발하고 있는 퓨리오사AI는 자체 칩 아키텍처 기반의 차세대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메가딜’이 나왔다. 3D 구강 스캐너 제조사 메디트는 업력 26년차 기업으로, AI와 머신러닝을 통해 치과‧기공소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 올해 3분기 시리즈B 라운드를 통해 1400억원을 조달했으며, 글로벌 영업망 확대와 연구개발에 투입될 예정이다.
◆중기 기업 투자 비중 68%…초기 기업은 위축
이번 투자 흐름에선 중기 기업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3분기 시리즈B~C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전체 금액의 68%에 달했다. 게임 개발사 콩스튜디오(500억원), 면역항암제 개발사 넥스아이(610억원),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앤컴퍼니(500억원) 등 굵직한 투자도 대부분 중기 라운드에서 이뤄졌다.
반면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는 크게 위축됐다. 3분기 시드~시리즈A 단계 투자 건수는 20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2% 줄었고, 투자액도 5144억원으로 16%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불확실성이 큰 초기보다는 역량이 검증된 중기 기업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분야, 건수 줄고 금액 늘어
투자자들의 주목도가 가장 높은 AI에서도 옥석 가리기 현상은 뚜렷했다. 3분기 AI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51건으로 전년 동기(89건) 대비 40% 줄었지만, 투자액은 3001억원으로 34.9% 증가했다. 건당 평균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소수 우량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더브이씨는 이를 두고 “AI 투자에서도 건수가 줄고 금액이 증가하는 ‘글로벌 트렌드’가 감지된다”고 해석했다.
업종별로 봤을 때 크게 투자가 증가한 분야는 반도체‧디스플레이였다.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를 포함할 경우 반도체‧디스플레이 3분기 투자금액은 6054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59.3% 급증했다.
이외에도 쇼핑(2030억원, 1381.8%↑) 투자 금액도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