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인사 태풍' 예고된 4대 그룹

글로벌 불확실성·상법개정으로 높아진 경영부담

2025-10-08     백성요 기자

 

대통령 간담회 참석한 4대그룹 기업 총수들. 사진/연합뉴스

대내외적 경영 불확실서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대기업의 인사 시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여파로 글로벌 무역 둔화가 예상되고, 국내에서는 상법·노동법 개정 등으로 경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발빠른 대처에 나선다는 취지다.

이에 내년도 인사 폭이 예년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8일 재계에 따르면 11월 초까지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직후 삼성전자, SK, 현대차그룹, LG 등 4대 그룹을 중심으로 연말 인사가 본격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초 사장단 인사는 예년보다 약 3주 이상 빨라진 시기다. 미국의 관세와 중국의 물량 밀어내기 등에 대응하고 경영 관련 법 개정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환경에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12월 초 사장단 인사,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삼성전자는 다음 달 사장단 정기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년간 삼성전자가 11월 말 조기 인사에 나선 것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삼성전자는 신상필벌을 원칙으로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다만,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만큼 '뉴 삼성'을 위한 대대적 조직개편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지난 3월 고(故)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노태문 사장의 정식 선임이 예상된다. 노 사장 후임으로는 최원준 MX사업부 개발실장 겸 글로벌운영팀장(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콘트롤타워 재건 여부도 관심사다.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그룹은 그룹 전체를 총괄할 콘트롤타워가 부재했다. 최근에는 밸류업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 문제 및 삼성생명의 회계 이슈까지 발생하며 그룹 차원에서의 지휘체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지난해 삼성글로벌리서치 내 경영진단실을 신설하고 관계사 경영 진단과 컨설팅 역할을 부여한 것도 콘트롤타워 재건의 사전 작업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SK 역시 통상 12월 첫째 주에 발표하던 정기 인사 시기를 11월로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도 사업 계획을 논의하는 'CEO 세미나'에 새로운 경영진을 참여시키기 위해서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지난달 말 2025 울산포험에서 "인사 시기는 유동적"이라며 "빨라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라며 여지를 뒀다. 

SK 인사의 최대 관심사는 부회장 승진자다. SK는 2022년 이후 3년간 부회장 승진 인사를 내지 않았다. 현재 부회장은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가 유일한데, 재계에서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유력한 부회장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SK텔레콤 대규모 해킹 사태로 혼란스러웠던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예년대로 12월 연말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맞춰 사장단 인사를 11월 중순으로 앞당긴 전례가 있다. 

지난해 인사에서는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호세 무뇨스, 성 김 등 해외 인사들이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 대외협력 부분 사장으로 영입됐다. 

LG그룹은 11월 말경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계열사별 사업 보고회 이후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을 해왔기 때문이다. LG그룹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권봉석 (주)LG 부회장 등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