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백신연구소 재무부담 확대…차바이오텍이 지원할까?
CB 풋옵션 행사로 51억 유출…남은 50억도 조기 청구 가능성
운영비 2년 치 보유…1년 간 6천억 필요한 모회사도 지원 부담
차백신연구소가 전환사채 조기상환청구권 행사에 따라 약 51억원을 상환하게 되면서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모회사인 차바이오텍의 지원 여력도 넉넉하지 않아, 수익성 개선을 위해 대상포진 백신 파이프라인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1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차백신연구소는 제4회차 전환사채(CB)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에 따라, 사채 50억9567만원을 상환하게 됐다. 앞선 2023년 차백신연구소는 삼성증권·KB증권 등 증권사를 대상으로 총 100억원의 CB를 발행했다.
이번 풋옵션은 조기상환 가능 시점에 도달하자마자 행사됐다. 풋옵션 조항에 따르면, 사채권자는 2025년 11월 17일 및 이후 매 3개월에 해당되는 날에 본 사채의 전자등록금액에 조기상환수익률(연 3.0% 복리)를 가산한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만기 전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3개월 후인 내년 초에도 추가 행사 가능성도 남아 있어 현금 유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차백신연구소는 추가 풋옵션이 행사될 경우 "현재 가용자금을 이용해서 상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3분기 기준 차백신연구소의 가용 가능한 현금성자산은 63억원, 단기금융상품은 246억원으로 회사는 약 309억원을 보유 중이다. 이번 풋옵션 행사에 따라 51억원이 지출돼 남은 현금은 250억원인데, 이는 현재 판관비 지출 규모와 비교했을 때 2년 반가량 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회사는 올해 누적 판관비로 90억원을 지출했다. 여기에 연구개발비용은 확대 추이를 보이고 있어 지속적인 지출이 불가피하다. 차백신연구소는 연구개발비용으로 2023년 60억원, 2024년 67억원, 올해 3분기까지는 75억원을 사용했다.
회사의 매출은 연구용 시약 수출액이 전부인데, 올해 누적 매출액은 1억56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4억원 증가해 89억원, 당기순손실은 41억원 증가해 101억원으로 확대됐다. 이와 같은 매출 부진에 따라 재무 상황 악화가 가속되는 중이다. 전년 말 대비 현재 부채는 108억원 늘어 부채비율이 70.4%에서 126.8%로 증가했다.
모회사인 차바이오텍의 지원 여력도 감소해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차바이오텍은 현금성자산 2376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유동성 차입금은 약 4216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전환상환우선주부채 등 사채 성격의 유동성 부채가 약 1067억원 잡혀 있어, 향후 1년 내 총 5000억원 이상의 현금 유출이 예상된다. 차바이오텍의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 역시 206%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자회사에 자금 조달을 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차백신연구소가 당장 자금을 끌어올 수 있는 수단은 대상포진 예방백신 후보물질 'CVI-VZV-001'이 가장 유력하다. GSK가 개발한 기존 재조합 단백질 백신 '싱그릭스'는 효능이 높지만, 전량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고 가격이 높은 문제가 있다. CVI-VZV-001은 싱그릭스와 효능은 동등하면서도 국내 공급이 가능해 공급망 불안정 문제를 해소하고, 가격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백신연구소는 지난달 해당 후보물질의 국내 임상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했고, 내년에 진행될 2상을 기점으로 기술이전과 글로벌 상업화 파트너십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다른 주요 파이프라인인 반려동물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CVI-CT-002'도 개발 진척이 빠르다. 차백신연구소는 "CVI-CT-002는 현재 파일럿 스터디(임상1·2상에 해당) 중이며, 2027년에서 2028년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려동물 항암치료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억4410만 달러(한화 약 6500억원), 2029년 6억4982만 달러(약 9500억원)으로 추정돼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반면 대상포진 백신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39억9000만 달러(약 5조8000억원)이었고, 오는 2031년 77억1000만 달러(약 11조2800억원)으로 예상돼 해당 시장에서의 성과가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