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TPU가 'AI 거품론' 잠재우나

자체 개발·가격 경쟁력 제미나이3.0 성능으로 입증
엔비디아도 주주서한…비용·회계·재고 등 적극 해명
반도체 영향…주춤하던 삼성전자·하이닉스 오름세

2025-11-25     백성요 기자
구글이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한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5'에서 자사의 7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아이언우드'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글이 새롭게 발표한 차세대 AI(인공지능) 칩 '아이언우드'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AI '제미나이 3.0'이 경쟁 모델보다 앞선 성능으로 AI 생태계의 격변이 전망된다. 엔비디아는 최근 불거진 'AI 거품론'을 의식해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며 시장 가능성에 대해 해명했고, 챗GPT의 오픈AI 역시 긴장감을 나타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10만 전자를 회복하는 등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다시 꿈틀대고 있다.

25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공개한 제미나이 모델의 성능이 기존 모델들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체 개발한 7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아이언우드'도 조만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구글이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차세대 AI 모델 '제미나이 3'는 사고·추론 능력을 벤치마크하는 '휴머니스트 라스트 이그잼(Humanity's Last Exam) 평가에서 37.5%를 기록했다. 오픈AI의 최신 모델인 'GPT-5.1'의 25.5%, 앤트로픽 클로드 '소넷4.5'의 13.7%를 넘어서는 수치다. 제미나이3 프로의 경우 라이브코드벤치 프로(LiveCodeBench Pro), 추상적 시각 추론 능력 벤치마크 등에서 GPT5.1을 모두 압도하는 성능을 입증했다.

구글의 고성능 AI 모델은 기존 대비 비용도 절감했다. 구글이 자체 개발한 TPU '아이언우드'를 활용하면서다. 구글은 7세대 TPU '아이언우드'가 지난해 출시한 6세대 '트릴륨' 대비 4배, 2023년 5세대 대비 최대 10배의 성능 향상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아이언우드는 하나의 시스템에 칩 9216개를 연결할 수 있어 행렬(Tensor, 텐서) 연산이 필요한 대규모 모델 훈련, 강화학습, 대용량·저지연 AI 추론 등에 최적화됐다. 이에 아이언우드는 그간 AI 학습에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인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나 신경망처리장치(NPU)보다 특정 행렬 연산 작업에서 가격·성능·효율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구글은 자체 개발한 TPU가 비싸고 물량 부족인 엔비디아의 GPU를 대신할 제품으로 기대하고 있다.

챗GPT의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제미나이의 우수성을 일단 인정했다. 울트먼은 내부 메모에서 "현재는 구글이 앞서 있지만 이는 일시적"이라며 "'제미나이3'가 당분간 우리 회사에 경제적 역풍을 줄 수 있지만 빠르게 격차를 좁히고 있으며 곧 다시 주도권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AI 거품론'을 의식해 주주서한을 통해 반박했다. 엔비디아는 글로벌 주주들에게 보낸 7쪽 짜리 '팩트체크 FAQ'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거품론과 관련해 "AI 스타트업은 비용 투자가 커서 단기적 현금 흐름은 악화되지만 잠재시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3분기 재고가 전분기 대비 32%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 "신제품 출시에 앞서 선제적으로 비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회계 투명성과 관련해서도 "(엔비디아에는) 부채 은닉과 같은 회계부정사례가 없다"라며 "엔비디아는 사업이 건전하고 공시가 투명하다"고 했다. 

AI 거품론의 근거가 되는 '순환 거래'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순환 거래'는 현재 엔비디아 중심의 AI 생태계가 엔비디아가 투자한 AI 기업이 엔비디아의 GPU를 구매하는 방식이라는 지적이다. 엔비디아는 "스타트업 투자는 전체 매출의 3~7% 수준으로 미미하기에 구조적으로 매출 부풀리기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구글발 AI 훈풍에 간밤 뉴욕증시는 3대 주가지수가 동반 상승하는 강세장으로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2.69% 급등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4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55% 올랐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주가는 6.31%, 엔비디아와 애플은 각각 2.05%, 1.63% 올랐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지난주 부진에 따른 되돌림이 유입되며 상승 출발했고, 특히 아마존의 대규모 투자와 알파벳 수익성 기대 등으로 반도체를 비롯한 대형 기술주가 상승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시장에선 AI 버블 논란이 지속되면서 대규모 자본지출을 단행한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성과 효율성 문제가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면서 "그런 가운데 구글의 제미나이 3.0은 그동안의 수익화 논란을 잠재우는 결정적인 게임 체인저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주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25일 오전 10시 30분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9만 9250원으로 2.68% 오르며 10만 전자를 다시 목전에 뒀다. SK하이닉스도 2.31% 상승한 53만 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밖에도 이수페타시스, 유리기판주인 제이앤티씨, 한빛레이저 등도 오름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