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받고 AI 은행원 늘려…정년 연장은 변수

비대면·점포 축소에 인력 수요 감소…신규 채용은 줄어
AI가 채우는 빈자리…정년 연장 논의에 신청 감소 전망

2025-11-26     백성요 기자
3일 신한은행 숙명여자대학교지점에 방문한 고객이 ‘AI 몰리창구’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신한은행

은행권 희망퇴직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은행들은 역대 최대 실적에도 매년 파격적인 조건으로 직원들을 내보내고 있다. 빈 자리는 AI(인공지능)가 서서히 채우고 있다. 은행들은 'AI 행원'의 역할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은행마다 적극적으로 추진중인 AX(인공지능 전환, AI Transformation)를 위해서다.

은행들은 좀 더 어린 직원을 좀 더 많이 내보내기 위해 수 억원대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한다. 4대 은행 평균 3억원대, 최대는 10억원대 퇴직금도 나온다. 다만, 올해는 정년 연장 논의가 진행되며 희망퇴직 신청자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연말을 맞아 본격적인 희망퇴직 계획에 돌입했다. 

하반기 은행권 희망퇴직 포문은 Sh수협은행이 열었다. 수협은행은 입사 15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지난 17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근속연수를 채우지 못해도 만 56세 정규직 직원도 대상자다. 최대 월 평균임금의 37개월치, 최소 20개월치가 특별퇴직금으로 지급된다.

5대 은행 중에서는 NH농협은행이 희망퇴직을 시작했다. 대상자는 10년 이상 근무한 일반 직원 중 40세 이상 전 직급이다. 만 56세 이상은 최대 28개월치, 이밖에는 20개월치 임금이 지급된다.

하나은행은 지난 7월 일찌감치 하반기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만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일반직원이 대상이다. 24개월에서 31개월치가 특별퇴직금으로 지급됐다.

연말에서 내년 1월까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도 구체적인 희망퇴직 조건이 설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은행도 내년 1월 희망퇴직을 다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은 매년 수천억원의 비용을 희망퇴직에 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674명이 희망퇴직했고 총 2274억원을 지급했다. 신한은행은 234명에 736억원, 하나은행 325명 1203억원 등이다. 1인당 평균 지급 비용은 모두 3억원 이상이다. 

매년 수백명이 떠나는 자리는 저비용의 신입 행원과 AI가 채운다. 그마저 은행권의 채용 규모는 갈수록 줄고 있다. 비대면 업무가 늘어나고 점포수를 줄이며 인력 수요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4대 시중은행의 상하반기 공채 채용 인원은 1185명으로 지난해 1320명보다 10% 가량 줄었다. 2023년의 1880명과 비교하면 37% 감소한 수치다. 

은행 업무는 AI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예방이나 부정 입출금 모니터링, 채팅 상담 등에 머물렀던 은행의 AI 활용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일부 점포에 AI 뱅커를 배치하거나 아예 직원없이 AI 만으로 카드 발급까지 가능한 점포를 운영하기도 한다.

지난 3일 신한은행은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지점에 자사의 캐릭터이자 AI 행원 '몰리'를 적용한 무인 지점의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몰리는 외화 환전, 계좌 개설, 체크카드 발급, 보안매체 재발금, 예금 신규·조회·이체 등 총 66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현장에 카드 재고가 없다면 배송으로 수령도 가능하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AI 에이전트를 도입했다. 금융비서 역할을 하는 챗봇으로 고객 질의에 맞춰 상품·수수료·이체 관련 질문에 자연어로 답변한다. 올해는 직원용 생성형 AI 상담 챗봇을 도입해 창구 직원의 상담 품질을 높인다.

우리은행의 AI 뱅커를 활용해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상담까지 가능하다. NH농협은행은 전국 1103개 모든 영업점에 AI 행원을 배치해 투자상품 판매 보조 역할을 한다. 30대 과장 '이로운'과 20대 계장 '정이든'이 농협은행의 AI 행원이다.

5대 은행은 모두 정책금융 상품 정보를 대화 형식으로 검색하고 상담까지 가능한 내부 지원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체 개발한 생성형 AI를 활용해 직원 업무 효율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의 희망퇴직은 인사 적체와 비용절감을 위해 꾸준히 진행하던 것이지만 최근 양상은 퇴직자 대비 신입 행원 채용도 줄어드는 추세"라며 "디지털 금융이 일상화되며 환경이 변했고 AI가 빠른 속도로 발달하며 은행권의 인력 수요는 더욱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말과 내년 초 희망퇴직 시즌에 기대보다 신청자가 적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통상 은행 직원들은 만 56~57세 시기 희망퇴직 혹은 임금피크를 선택한다. 일각에서는 정년 연장 논의에 따라 은행들이 희망퇴직 조건을 더욱 상향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