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에 실린 스타트업 5곳은 어디?
첫 민간주도로 제작한 13개 위성중 절반은 스타트업·中企 우주 제약 스페이스린텍·우주 쓰레기 처리 우주로테크 등
오는 27일 4차 발사에 나서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대한민국 우주 스타트업의 꿈을 싣고 우주로 향한다. 이번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처음 주도하는 '민간 주도 발사'라는 점 외에도, 국내 유망 우주 기업들의 기술력을 검증하는 '상생의 장'이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26일 우주항공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누리호 4차 발사에 탑재되는 총 13기의 위성 중 절반에 가까운 6기가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이 제작한 큐브위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주 제약부터 쓰레기 처리‧관측까지 신기술 검증 기회
이번 발사의 주 탑재체는 오로라 및 우주 환경 관측 임무를 수행하는 '차세대중형위성 3호'다. 그러나 이와 함께 실리는 부탑재 위성들은 우주 제약, 우주 쓰레기 처리, 해양 오염 관측 등 뉴스페이스 시대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증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이번에 참여하는 민간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은 총 5곳으로, 이 중 3곳은 창업 5년 이내의 젊은 기업이다.
먼저 우주 신약 개발 기업인 스페이스린텍(2021년 설립)은 큐브위성 'BEE-1000'을 통해 우주 무중력 환경에서 면역항암제 등 단백질 의약품을 균일하게 결정화하는 실험을 진행한다. 지상보다 고순도의 약물을 제조할 수 있는 우주 환경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우주 환경 보호를 위한 기술도 검증된다. 우주로테크(2023년 설립)는 위성 폐기 장치 기술을 실증한다. 임무를 다한 위성이 우주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위성 내부 장치를 통해 스스로 궤도를 이탈해 폐기되는 기술을 큐브위성 'COSMIC'을 통해 실험할 예정이다.
지구 관측 분야의 참여도 활발하다. 코스모웍스(2022년 설립)는 'JACK-003'과 'JACK-004' 등 2기의 위성을 동시에 쏘아 올린다. 두 위성은 지구 관측과 함께 위성 핵심 부품의 기능을 우주 공간에서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강소기업들도 합류했다. 2012년 설립된 한컴인스페이스는 자체 제작한 지구관측용 위성 '세종 4호'를 탑재해 독자적인 우주 데이터 확보에 나선다.
특히 해양 관측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쿼터니언(2018년 설립)은 초소형 위성 'PERSAT-01'을 발사한다. 이 위성은 제주와 남해 연안의 해양 쓰레기를 탐지하고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으로, 해양 오염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산 발사체 통해 스타트업 우주 기술력 선보일 기회
업계에서는 이번 누리호 4차 발사가 국내 우주 산업 생태계 확장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막대한 비용‧기술이 필요한 발사체 장벽에 막혀 우주로 나가지 못했던 민간기업들의 기술력을 선보일 기회라는 측면에서다.
아직 국내 민간 발사체 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지난 2023년 이노스페이스가 브라질에서 '한빛-TLV' 시험 발사에 성공하고, 우나스텔라가 올해 5월 국내에서 자체 발사체 ‘우나익스프레스’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개별 스타트업이 독자적으로 위성을 쏘아 올리기에는 비용과 절차의 장벽이 여전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화된 기술로 독립성을 확보한 누리호가 국내 스타트업들에게 우주로 가는 '발판'을 제공한 셈이다. 한국 기업 기술력으로 제조된 큐브위성들은 이번 발사를 통해 실제 우주 환경에서의 작동 실적(헤리티지)을 확보할 경우,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기술 역량을 입증할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이번에 발사되는 누리호는 국산화 기술력을 대거 적용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와 ITAR 등 제약에 벗어나 독립성을 가지게 됐다. 국산 기술 및 민간 우주산업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