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 활용 '모듈' 방식에서 AI 중심 '2to2' 방식 대세로

모셔널은 현대자동차그룹과 앱티브(Aptiv)의 자율주행 합작법인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모셔널은 현대자동차그룹과 앱티브(Aptiv)의 자율주행 합작법인이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차량의 기술 트렌드가 센서 위주의 모듈 방식에서 AI 중심의 ‘엔드 투 엔드(2to2)’ 방식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대응할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제너럴 모터스(GM)의 자율주행 사업 부문인 '크루즈'의 크레이그 글리든 대표이사 겸 최고행정책임자(CAO)는 잔류 인력 절반을 감축한다고 통보했다. 이는 지난해 말GM이 크루즈 지원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은 후속 조치다.

크루즈는 지속적으로 사고를 일으키며 레이더와 라이다를 사용한 자율주행차량을 개발의 문제점의 사례로 꾸준히 언급돼 왔다. 이번 결정 또한 지난해 10월 크루즈 로보택시가 다른 차량과 부딪힌 후 행인을 치고 약 6m를 끌고 간 사고가 결정적인 계기로 여겨진다.

자율주행차량 개발은 크게 두 방향으로 구분된다. 모듈 방식은 레이더와 라이다 등 다량의 센서를 차량에 부착해 센서를 통해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차량을 운행한다.

모듈 방식은 미리 차량에 입력한 지역 지도를 기반으로 운행되기에 정확성은 높지만, 입력된 정보와 다른 변수가 나타나면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된 방식이 엔드 투 엔드다. 엔드 투 엔드 방식 또한 카메라가 사용되지만 모듈 방식에 비해 의존도가 낮고, 카메라를 통해 접한 정보를 AI가 분석하고 판단해 차량을 운행한다. 모듈 방식에 비해 정확도는 낮지만 데이터 학습을 통해 어느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엔드 투 엔드 방식은 테슬라와 웨이모, 그리고 바이두와 샤오미 같은 중국 업체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이들의 자율주행차량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웨이모에 따르면 3300만 마일의 거리를 운행한 기록을 기준으로 인간 운전자 대비 에어백 전개 회수는 81%, 부상 유발 충돌 건수는 78%, 경찰 신고 사고 건수는 62% 감소했다.

테슬라 또한 오토파일럿의 사고 위험은 인간 운전자의 1/8 수준이라 발표하기도 했다.

모듈 방식으로 자율주행차량을 개발하던 현대차그룹 또한 최근 엔드 투 엔드 방식으로 전환한 사실이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첫 엔드 투 엔드 방식을 적용한 SDV 전용 개발 프로젝트 'XP2'가 시작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XP2 프로젝트용 1000여 대를 직접 생산하며 구체화된 개발 단계를 진행 중이다.

웨이모 자율주행 택시 호출 서비스 '웨이모 원' 서비스 지역(사진 위쪽)과 테슬라 FSD 누적 데이터 추이(사진 아래). 사진/유진투자증권
웨이모 자율주행 택시 호출 서비스 '웨이모 원' 서비스 지역(사진 위쪽)과 테슬라 FSD 누적 데이터 추이(사진 아래). 사진/유진투자증권

엔드 투 엔드 방식을 채택한 현대차의 자율주행차량 개발 속도 늦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이 방식에서 정보수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테슬라가 확보한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driving) 주행 데이터 기록은 최근 20억 마일 돌파했다. 여기에 올해 상반기 중국 시장에 FSD 출시하고, 중순에는 유럽 시장에서도 전개할 방침이라 쌓이는 데이터는 급증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주목되는 건 중국에서의 테스트 데이터 확보다. 자율주행차량의 확산되기 위해선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이 필요하고, SDV는 전기자동차의 확산을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이 자율주행차량 테스트를 위한 최적의 장소로 여겨진다.

중국 업체 중 자율주행차량 기술이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바이두는 베이징, 상해, 광저우, 선전, 우한, 창샤, 창저우 등 주요 도시에서 정부의 지원 하에 로보택시 서비스 진행하며 테스트 중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율주행과 같은 신기술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아, FSD의 중국 출시가 테슬라의 매출액과 수익성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FSD의 사용률이 올라갈수록 데이터의 축적/학습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중국 진출은 글로벌 확장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웨이모는 피닉스와 LA, 샌프란시스코 이어 연내 조지아, 마이애미로 로보택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차량 기술 수준은 2026년 풀 스택(Full Stack) SDV로 공개될 GV90 성능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풀 스택은 소프트웨어의 사용자 접점인 프런트엔드와 데이터베이스와 로직 구성 단계인 백엔드를 모두 개발하는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 전 단계를 통합함으로써 효율성을 제고하는 게 목적이다.

또 현대차그룹은 라스베가스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진행 중인 모셔널과 2026년 초 Gen.3를 개발해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를 미국 주요 도시 중심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크루즈의 사례와 같이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자율주행차량의 사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중국에서만큼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크루즈 사고 이전 우버도 2018년 보행자 사망 사고가 계기가 돼 자율주행사업에서 철수했다. 우버는 지난 5일(현지 시간) 실적을 발표하며 지난해 9월 웨이모와 파트너십을 통해 텍사스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출시한다는 계획을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줬다.

이를 만회할 현대차 선택은 '자율주행차 파운드리 전략'이다. 현대차는 웨이모와 자율주행차 위탁생산 계약 체결, 엔비디아와 AI 기술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현대차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선도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내재화 전략이 본격화 되는 것으로 글로벌 메이커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 내재화에 성공한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중국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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