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억달러 신기원은 착시…주요 수출 품목 중 3분의 2 역성장
11월 수출 비중 28%로 치솟아…반도체 경기 하강 때는 '충격' 

한국의 연간 수출이 사상 첫 7000억달러 돌파를 앞뒀지만 반도체를 제외하고 보면 수출이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pixabay
한국의 연간 수출이 사상 첫 7000억달러 돌파를 앞뒀지만 반도체를 제외하고 보면 수출이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pixabay

한국의 연간 수출이 사상 첫 7000억달러 돌파를 앞뒀지만 반도체를 제외하고 보면 수출이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접어든 반도체가 미국의 고율 관세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 석유화학, 이차전지 등 주요 산업의 부진을 상쇄한 '수출 착시'라는 해석이다.

7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수출액은 6402억달러로 1년 전보다 2.9% 늘었다. 역대 1∼11월 기준으로 2022년(6287억달러) 이후 3년 만에 최대치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사상 첫 7000억달러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특수에 올라탄 반도체의 대호황 덕분이다.

올해 반도체 수출 누적액은 11월까지만 따져도 1526억달러로 이미 연간 최대 수출액이다. 기존 연간 최대 수출액은 지난해의 1419억달러였다.

그러나 반도체를 제외한 올해 1∼11월 누적 수출액은 487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수출액인 4948억달러과 비교해 오히려 1.5% 감소했다.

주요 수출 품목 15개 중 반도체(19.8%), 자동차(2.0%), 선박(28.6%), 바이오헬스(7.0%), 컴퓨터(0.4%)를 제외하면 나머지 10개 품목은 모두 역성장했다.

일반기계(-8.9%), 석유제품(-11.1%), 석유화학(-11.7%), 철강(-8.8%), 자동차부품(-6.3%), 무선통신기기(-1.6%), 디스플레이(-10.3%), 섬유(-8.1%), 가전(-9.4%), 이차전지(-11.8%) 등이 약세였다.

한국 수출이 반도체에 지나치게 쏠린 가운데 반도체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전환된다면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단 우려도 점점 커진다.

실제로 11월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무려 28.3%에 달해 올해 들어 최대치다. 2002∼2010년 10% 수준이었던 비중은 올해 들어서 지난 2월을 제외하면 20%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한편 정부 측에서는 수출에 대해 '선방'이란 평가다.

강감찬 산업통상부 무역투자실장은 "반도체 의존도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반도체를 제외하고도 1.5% 감소에 그친 것은 선방한 결과"라며 "연초 미국 관세로 인해 철강·자동차·석유화학 등에 걱정이 많았지만 예상보다 잘 버텨고, 선박과 바이오가 버팀목이 됐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철강, 석유화학, 이차전지 산업에 고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가 홀로 질주하면서 쏠림 현상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강 실장은 "반도체 단가가 내년에도 일정 수준 유지될 것으로 기대되고 인공지능(AI) 서버, 데이터센터 부문에서 여전히 수요가 높다"며 "공급의 물량 확대가 제한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반도체 수출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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