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사비 평당 700만 넘어 150~300만원 인상 요구
현대·대우 등 계약해지…소규모 사업장 시공사 못 구해

서울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전국 공사현장 곳곳에서 크레인이 멈추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평(3.3㎡)당 공사비가 700만원을 돌파하는 등 공사비용이 전례 없이 치솟으며 건설사와 사업조합 간의 갈등이 격화된 탓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건설현장에선 건설사들이 잇따라 3.3㎡당 수백만원 대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최근 들어 급등한 건설비용 탓에 과거 계약 금액으론 공사가 불가능하단 입장이지만, 이에 반발한 사업조합에선 시공사 교체라는 강수까지 꺼내들었다.

실제로 경기도 양주 삼숭구역 지역주택조합은 지난 13일 개최한 정기총회에서 현대건설과의 MOU 해지를 의결하며 시공사 교체를 본격화했다.

현대건설은 경기 양주시 삼숭지구에 600가구 규모의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양주 힐스테이트 센트럴포레’를 시공하기로 하고 3.3㎡당 공사비를 507만원으로 책정하는 MOU를 맺은 바 있다.

원래대로라면 지난 3월 착공했어야 할 사업은 현대건설이 원래보다 약 25% 상승한 643만원의 공사비를 요구하면서 좌초됐다. 조합이 인상안에 반발하면서 시공사를 500만원대의 공사비를 제안한 쌍용건설로 교체하고 단지 이름도 ‘쌍용 더 플래티넘 양주’로 바꾼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사비는 시공사를 선정하고 계약하는 시점에 책정되지만, 원자재 상승 등 비용이 과도하게 오를 것이 예상될 때 건설사가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조합 측에서도 3.3㎡당 수백만원에 달하는 인상 폭은 부담이 너무 크다며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가 컨소시엄을 이뤄 시공사업단을 맡은 경기도 성남시 산성구역 주택재개발 사업 또한 시공사 교체가 유력하다.

2년 전 시공사업단과 조합은 3.3㎡당 445만원의 공사비를 책정했지만, 현재는 49% 증액한 661만원이 아니면 공사가 어렵다며 대립하고 있다. 이에 조합은 조합원 분담 비용이 2억원 가까이 늘어난다며 반발했고,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시공단 계약 해지 안건을 의결한 상태다.

최근 들어 3.3㎡당 공사비용이 700만원을 넘어선 서울에서도 300만원에 달하는 인상 요구가 나와 진통을 앓는 현장이 나왔다. DL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서울 서초구 신동아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으로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신동아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 2017년 8월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하고 3.3㎡당 공사비를 474만원으로 정한 바 있다. 그러나 공사비·인건비가 급등한 현재 DL이앤씨는 공사비를 3.3㎡당 750만∼780만원으로 58% 올려 달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조합은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 의뢰를 신청했고, 사업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이처럼 서울·수도권에서 수백만원 대의 공사비 인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건설사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데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 원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설 분야 물가지수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월 118.30이었으나 올해 1월에는 150.87로 상승했고, 3월에는 151.11까지 올라왔다. 2년 2개월 만에 약 27.7% 증가한 것이다.

필수 건축 자재인 시멘트 가격은 2020년 t당 7만5000원에서 2021년 7만8000원, 지난해 초 9만3000원에서 말에는 10만원을 넘어섰다. 철근도 마찬가지로 t당 60만원 선에서 90~1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수도권과 지방의 신규 공사비 계약 단가는 3.3㎡당 500만∼600만원대까지 올라왔고, 서울은 이미 3.3㎡당 700만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소규모 사업장들은 아예 시공사가 한곳도 모이지 않아 난황을 겪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보다 분양 규모가 작아 사업 규모에 한계가 있어 시공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암사동 485가로주택이나 미아2·3구역 가로주택 등이 시공사 선정에서 유찰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장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비교적 떨어져 자재비·인건비 감당이 어려운 곳에선 계속해서 갈등이 이어지는 중”이라며 “예전에는 드물었던 시공권 포기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