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신약개발 시스템 데이지. 사진/대웅제약
AI 신약개발 시스템 데이지. 사진/대웅제약

대웅제약은 신약개발에 활용 가능한 주요 화합물 8억종의 분자 모델을 자체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독자적 'AI 신약개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22일 밝혔다.

현재 DB와 신약개발 시스템을 결합해 비만과 당뇨·항암제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향후 ▲전임상 ▲임상 ▲시판 등 신약개발의 전주기에서 AI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비만과 당뇨병 치료제 개발을 위해 자체 AI 시스템으로 2개의 표적 단백질에 동시 작용하는 '활성물질'의 발굴과 최적화 돌입까지는 2개월이 소요됐다. 연구원들이 1년 넘게 고민하던 난제를 AI를 통해 활용한 사례다.

암세포 억제 효능을 보이는 활성물질을 발굴하고 최적화를 통해 향후 특허 등록까지 가능한 '선도물질' 확보에는 6개월이 소요됐다. 기존 방식으로 진행했을 경우 최소 1~2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대웅제약은 고비용·저효율이라는 신약개발의 난제를 해결하고자 AI 신약개발 시스템 구축에 투자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대웅제약은 8억종 화합물질의 분자 모델 DB를 '다비드'로 명명했다. 성경에 등장하는 영웅 다윗(다비드)처럼 신약개발 경쟁에서 AI로 글로벌 빅파마와 겨루겠다는 의미다. 

화합물질 8억종은 지난 40여 년 간 대웅제약이 신약연구를 통해 확보한 화합물질과 현재 신약개발에서 이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화합물질의 결합체다.

세계적으로 공개된 화합물질 오픈소스는 AI 신약개발을 위한 데이터로는 적합하지 않다. 복잡한 화합물질 구조에서 불필요한 정보를 분리·제거하는 전처리 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대웅제약 AI 연구원들은 해당 소스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모두 가공했다. AI의 성장을 위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신약개발 경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8억 종의 화합물 데이터는 AI에게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다. 양질의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으면 AI도 무용지물이다.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AI 신약개발 경쟁에서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대웅제약은 이제 기초공사를 마무리한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신약 후보물질이 될 수 있는 화합물질의 수를 10의 60제곱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확보한 화합물질 8억종은 10의 9제곱 수준이다.

박준석 대웅제약 신약디스커버리센터장은 "신약 후보물질의 세계는 우주와 같은데 AI가 신약개발의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AI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한다면 우수한 신약을 더 빠르게 개발해 인류 건강에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라고 했다.

대웅제약은 DB 구축 외에도 신약 후보물질 탐색 단계에 적용할 수 있는 'AIVS' 툴을 개발했다. AI가 표적 단백질을 대상으로 활성물질을 발굴하는 시스템이다. 

3D 모델링을 기반으로 다양한 탐색이 가능하다. 동일한 화학적 특성을 지니면서 특허 등록도 가능한 새 활성물질을 생성형 AI로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지난해에는 AI 신약개발 시스템 '데이지(DAISY)'를 사내에 오픈했다. 일종의 웹 기반 'AI 신약개발 포털'로 신규 화합물질을 발굴하고 약물성을 빠르게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신약개발 초기에 매우 중요한 ADMET 연구에도 도움을 준다. ADMET는 화합물질의 흡수와 분포·대사·배설·독성 등 약물성을 파악하는 연구 단계다.

대웅제약 연구원들은 AIVS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단백질 분해제 개발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했다. 항체 설계와 안정성 평가를 동시에 진행해 연구자들의 시행착오 역시 감소했다. AI를 활용한 후보물질 발굴과 설계를 통해 신약개발의 시간을 단축하고 있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인간의 동반자"라며 "딥러닝 AI가 데이터를 쌓으며 학습하고 성장하듯이 연구자도 인사이트를 높이며 동반 성장할 때 비로소 신약개발 성공에 다가설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신약개발에는 평균 15년이 걸리고 통상 1만여개 후보물질 중 단 1개만이 성공한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식의약 R&D 이슈 보고서'도 미국의 경우를 전제로 신약개발 기간은 15년·개발비용은 2~3조원을 상정했다. 다만 AI 기술을 적용할 경우 개발 기간은 7년·비용은 약 6000억원까지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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