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현지 판매해 내년 '연매출 1조 달성' 목표
SC제형으로 자가투여 가능…편의·가격경쟁력 높아

짐펜트라. 사진/셀트리온
짐펜트라. 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이 첫 바이오 신약 '짐펜트라'를 내세워 약 13조원에 달하는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셀트리온은 투약 편의성을 내세워 시장성을 높이는 한편 고가의 가격 정책을 통해 회사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투톱 전략을 내세웠다. 

셀트리온은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자가면역질환 신약 '짐펜트라(성분명 인플릭시맙)'의 미국 출시에 들어갔다고 18일 밝혔다. 

짐펜트라는 지난해 10월 미국 FDA에서 신약으로 허가를 획득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유럽·호주 등에선 '램시마SC'라는 제품명의 바이오시밀러로 출시됐다. 

미국에서는 중등도 내지 중증의 성인 활성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을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았다. 또한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궤양성 대장염·크론병의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램시마SC의 기본 적응증은 ▲류마티스 관절염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강직성 척추염 ▲건선성 관절염 ▲건선 등이다. 향후 미국에서 적응증이나 대상 환자를 확장할 경우 시장성을 넓힐 수 있는 여력도 충분한 셈이다. 

특히 인플릭시맙 제제는 지난 2022년 기준 미국 염증성장질환(IBD) 환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제로 꼽힌다. 20년 이상 시장에서 처방돼 치료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됐다는 점도 장점이다. 

셀트리온이 미국 시장에서 내세우는 짐펜트라의 경쟁력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피하주사(SC)제형의 의료적 편의성이다. 정맥주사(IV)제형 대비 SC제형은 환자의 자가투여가 가능할 만큼 투여가 간편한 데다가 소요되는 시간도 30분 미만으로 훨씬 짧다.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국토가 넓고 환자가 병원까지 가는 데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나라에서는 SC제형에 대한 수요도 높은 편이다. 램시마SC는 캐나다에서도 IBD 적응증을 추가로 승인받는 등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현재 인플릭시맙 제제 중 SC제형으로 개발된 제품은 짐펜트라가 유일하다. 경쟁 제품은 모두 IV제형으로 시장에 진입한 만큼 셀트리온은 관련 제형의 특허 확보에도 나선 상태다. 특허 절차가 마무리될 경우 최대 오는 2040년까지 제형이나 투여법과 관련된 독점권을 보호받는다. 

다른 하나는 신약 지위를 획득함에 따라 확보되는 가격 경쟁력이다. 짐펜트라의 도매가(WAC)는 4주 기준 6181.08달러로 책정됐다. 격주 1회 투여하는 짐펜트라의 투여기간을 고려하면 단순 산술상 1회 투여에 약 3050달러 수준이다.

고농도로 생산되는 SC제형 특성상 약물 용량도 커 IV제형 대비 가격이 2~3배 정도 높게 형성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허를 통해 후발주자 경쟁을 줄이고 장기간 가격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도 수익성 측면에서는 유리한 요소다. 

통상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면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이 모두 낮아진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낮은 가격을 내세워 후발주자의 단점을 보완한다.

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경우 처방관리업체(PBM)나 약국·환자들이 바이오시밀러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가격을 낮춰서라도 경쟁을 이어가야 하는 처지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분기 기준 램시마SC의 오리지널 의약품 '레미케이드'의 WAC는 1168달러로 집계됐다. 동기간 바이오시밀러인 인플렉트라(램시마)의 WAC는 946달러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분기 기준 자료에서도 동일한 수치다.

당시 집계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최소 19%에서 최대 59%까지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WAC는 제약사가 결정해 도매업체에 청구·공시하는 의약품의 정가다. WAC에 제조업체가 제공하는 리베이트나 할인가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해당 금액을 모두 반영한 실제 판매가의 평균은 ASP다. 

2020년 3분기 기준 레미케이드의 ASP는 483달러·인플렉트라의 ASP는 442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를 기준으로 하면 레미케이드의 ASP는 321달러·인플렉트라는 180달러로 줄어들었다. 

의약품의 가격과 관련 정보 등을 제공하는 드럭스(Drugs)에 따르면 현재 레미케이드 100mg의 가격은 1회 투여를 기준으로 약 1239달러 수준이다. 다만 이는 이용하는 약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셀트리온은 염증성 장질환(IBD) 시장 내 경쟁 의약품 가격이나 공·사보험이 혼재돼 있고 유통·판매가 다변화된 미국 의약품 시장의 특성 등을 고려해 최적의 가격 정책을 수립했다는 입장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인플릭시맙을 포함한 미국 내 TNF-α 억제제 시장은 지난 2022년 기준 약 62조570억원 규모다. 짐펜트라가 겨냥하는 IBD 시장 규모는 12조8000억원 수준이다.

셀트리온은 오는 2025년까지 타깃 환자 처방률을 10% 이상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짐펜트라를 연간 매출 1조원 이상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별도의 파트너사를 거치지 않고 현지 법인을 통해 직접 판매 체제로 운영하는 만큼 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 전략도 관심사다. 셀트리온은 이미 복수의 중소형 PBM이 자사 처방집에 짐펜트라를 등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대형 PBM을 대상으로 올해 2분기 내 선호의약품 등재를 위한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셀트리온은 미국 내 관련 학회에 참여해 현지 의료진에게 짐펜트라의 제품 경쟁력을 알릴 예정이다. 또한 보험 지원이 충분하지 않은 환자에게는 가격 할인이나 제품 공급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방침이다.

장 프레드릭 콜롬벨 마운트 시나이 이칸 의대 교수는 "IBD 환자들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동시에 투약 편의성도 높은 치료제를 선호한다"고 짐펜트라에 대한 현지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다. 

미국 최대 규모의 IBD 환우회 '크론병·대장염 재단(CCF)'의 마이클 오쏘 회장은 "IBD는 만성 난치성 질환으로 복통·설사·출혈 등 환자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상당하다"며 "짐펜트라가 출시돼 미국 IBD 환자들의 치료 옵션이 확대됐고 집에서 간편하게 자가 투여도 가능하다는 점은 매우 유의미한 발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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