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운용 'ACE 반도체 기자 간담회' 개최…교수·애널리스트 등 연사로
삼성전자 위기론에 권석준 교수 "안정된 수율 갖고 D램에 더 집중해야"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가 28일 한국투자신탁운용 개최로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4 ACE 반도체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가 28일 한국투자신탁운용 개최로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4 ACE 반도체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심층 논의와 투자 방향, 전략 등 반도체를 둘러싼 최근 이슈를 살피고자 '2024 ACE 반도체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28일 기자 간담회 개회사를 통해 "반도체 산업은 챗 GPT 이후 인공지능(AI) 시대 도래에 따라 또 한번 큰 도약기를 앞두고 있다"며 "중요한 시점에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대한 통찰과 최신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는 앞으로도 중요성이 크게 증가해 가격 등락과 관계 없이 반드시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칩워(Chip War)'의 저자 크리스 밀러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본격적인 AI 시대에 AI 시스템 고도화는 점점 더 고성능 반도체 칩을 필요로 하게 됐다"며 "반도체 산업은 수년 간의 연구 개발과 막대한 자본 투자를 통해 해자를 구축한 소수 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입 장벽이 높아질수록 상위 기업으로의 집중 구도가 더욱 공고화된다"며 "반도체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점 기업에 대한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사로는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와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이 나섰다. 권석준 교수는 '반도체 삼국지' 저자로 국내 반도체 전문가이며 김선우 연구위원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의 애널리스트로 유명하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권석준 교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권 교수는 "AI 반도체라고 하고 있지만 이것도 세분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학습 전용 서버냐, 추론이냐, 생성용이냐, 온 디바이스냐, 서버용이냐, 클라우드용이냐 등 시장은 다변화될 거고 엔비디아가 독점하는 구도들도 다변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그냥 범용 반도체라고만 생각했던 D램에서 많은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발표한 '마하1'이라는 칩에는 AI반도체에 탑재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들어가지 않는다"고 짚었다.

마하1에는 LPDDR5, 6가 들어갈 것인데 DDR5는 HBM에 비해 대역폭은 작지만 훨씬 가격이 싸고 전력을 적게 소모한다고 권 교수는 설명했다. 이런 모델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HBM과 엔비디아에 쏠려있던 AI 칩 향방도 다변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더했다.

권 교수는 "올해 D램 업황개선이 예상되는데 선행투자를 많이 한 삼성전자 같은 회사들은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가 되면 D램에서 본격적인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며 "마이크론은 양산 생산능력(CAPA·캐파)가 작은 데다가 HBM과 D램을 동시에 많이 할 순 없어 HBM을 하려면 D램 캐파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특히 HBM은 D램보다 가격을 6∼7배 비싸게 받아야 '남는 장사'가 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HBM 가격이 높다는 것은 가격 변동폭도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러면 HBM에 속된 말로 '몰빵'을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HBM만이 AI 반도체의 수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HBM은 개발 난도가 굉장히 높고 D램을 희생해서 만들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대로 얘기하면 엔비디아가 HBM을 많이 사준다고한들 다 사줄 건 아니지 않냐"며 "이 부분에 대해 밸런스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삼성전자는 후발주자처럼 돼가고 있는데 HBM에서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자사에서 만들 AI칩이나 AMD 등 다른 AI칩을 만들 회사들과 전략적인 협정을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김선우 연구위원은 반도체 시장 전망을 전했다.

김 연구위원은 "2024년 기저효과로 메모리는 전년 대비 대폭 성장할 것"이라며 "과거 스마트폰과 PC 주도의 반도체 시장은 향후 모빌리티와 산업용 반도체가 이끌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이어 "AI 반도체 시장은 2027년까지 1370억달러 규모의 급성장이 기대된다"며 "국내 반도체 수출은 2023년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여 4분기 성장세로 전환, 올해 하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하드웨어 가속칩 개발을 통해 새로운 산업 지형도를 그리는 엔비디아와 엔비디아의 H100 흥행으로 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핵심 기업의 상승 여력을 시사했다.

끝으로 글로벌 반도체 투자 전략 발표는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컨설팅담당이 맡았다.

김승현 담당은 "반도체 투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을 반영한 상품 선별이 주요하다"며 "ACE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ETF는 AI발 반도체 산업의 수혜가 반영된 상품으로 지난 2022년 11월 이후 국내 반도체 ETF 수익률 1위(126.75%, 레버리지 제외)를 기록 중"이라고 했다. 해당 ETF의 1년 수익률은 85.82%, 6개월 수익률은 64.68%다.

이어 "해당 ETF는 반도체 시장 투자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승자독점 원칙을 고스란히 담은 상품으로 글로벌 반도체 영역별 1위 종목에 집중 투자 및 미국 중심의 4개국 반도체 동맹(CHIP4) 분산 투자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며 "상장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 성과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배재규  대표가 '삼성전자 위기론'에 대해 질문을 하기도 했다.

배 대표가 "삼성전자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나"라고 묻자 권 교수는 "삼성전자가 지켜왔던 업계에서의 지배구도가 앞으로 도전받을 가능성 높다"고 답했다.

그는 "늘 2인자라고 생각했던 SK하이닉스의 꽁무니를 쫓아가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일 것"이라면서도 "지금 HBM에 쏠려있는 관심이 언제 조정을 받을지 모르고 D램과 HBM 가격차가 좁혀지면 오히려 안정된 수율 갖고 D램에 집중하는 게 더 유리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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