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수청구권 수익 구간 돌입…SK이노, SK온 관건
두산에너빌리티·로보틱스 주주 차익실현 가능성 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11%가 빠지는 ‘검은 월요일’에 SK그룹와 두산그룹에게 비상이 걸렸다. 주가가 낮아져 합병을 앞둔 계열사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0분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10만100원으로 SK E&S와의 합병을 앞두고 설정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금액인 11만1943원보다 10.5% 낮다.

앞서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1대 1.1917417 비율로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이때 반대하는 주주들에게는 11만1943원에 주식을 매수하고, 이를 위한 한도금액으로 8000억원을 설정했다. 이는 SK이노베이션 주식 약 715만주를 매입할 수 있는 금액이다.

만약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주주들의 금액이 8000억원이 넘어선다면 합병비율을 재설정하거나 합병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들 보유한 주식 수는 지난해 말 기준 4964만3745주로, 한도 설정 금액으로는 14.4% 밖에 소화하지 못한다. SK이노베이션은 1조원까지는 감당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소액주주들의 숫자에 비해 적은 금액이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로서는 발전사업을 영위하는 알짜 계열사인 SK E&S와의 합병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SK E&S는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11조1671억원의 매출액과 1조3317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약 12%의 영업이익률을 거뒀다. 또 현금성 자산만 2조원에 이르고, 주식발행초과금과 이익잉여금도 약 5조5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유동성이 떨어진 SK 이노베이션에 도움이 된다.

SK이노베이션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페이증권
SK이노베이션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페이증권

관건은 SK이노베이션의 현재 좋지 않은 석유화학과 2차전지 업황이 향후 주가를 떨어뜨리지 않을까란 우려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과거 10년 간 대부분 현재 주식매수청구권 이상을 기록한 만큼, 당장 차익실현을 위해 청구권을 행사할 주주들이 많지 않을 수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합병 계획에 대해 "SK E&S과의 합병과 SK온의 전략 변화로 불황기를 견딜 수 있는 이익 체력과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SK이노베이션 주가는 SK온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두산그룹은 걱정이 크다. 주주들의 반대가 예상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약 1만688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액 2만890원 대비 4000원, 20% 가량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한도금액으로 6000억원, 약 2872만 주를 매입할 수 있는 규모를 설정했고, 이는 소액주주 보유 주식 수 4억617주 대비 크게 모자르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전체 발행 주식 수의 4.5%를 넘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건을 걸었고, 이는 약 2882만 주로 한도금액 소진 시 사실상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두산에너빌리티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페이증권
두산에너빌리티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페이증권

또한 SK이노베이션과 달리 두산에너빌리티는 과거 10년 간 2만원 이하의 주가를 기록한 기간이 길었던 만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주주들 수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주주들의 반대가 심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던 두산로보틱스 주가가 떨어진 점은 사업재편 과정에서 그룹 재무부담을 키운다. 두산로보틱스는 청구권 행사금액으로 8만472원으로 설정했고, 이는 현재 주가 약 6만2000원보다 약 23% 높은 금액이다. 지난해 10월 상장 당시 두산로보틱스 공모가가 2만6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초기 매입 물량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쏟아질 수도 있다.

두산로보틱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한도는 5000억원이며, 이는 전체 소액주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621만 주다. 주식의 수보다는 5000억원이란 금액이 문제다. 두산로보틱스 총자산은 1분기 말 기준 4527억원으로,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모두 소진해도 약 1500억원 가량을 더 채워야 한다. 아직 신생회사로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기에 계열사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를 더해 약 1조원의 현금이 지출하기엔 그룹 시점에서도 부담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두산그룹 사업재편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를 상회할 경우, 본 재편이 무산될 가능성 존재한다”며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관점에서 보면, 두산에너빌리티 주가를 2만890원으로 가정할 경우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16만4000원 이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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