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행사 중시한 AGF, 관람객 10만명 돌파 확정
방문객·참가사 준 지스타와 대조…접근성 차이도

한국 게임 행사의 중력이 부산에서 수도권으로, '신작 구경'에서 '덕질(팬덤 활동)'로 이동하고 있다. AGF가 지스타의 빈자리를 대체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열린 국내 최대 서브컬처 축제 'AGF(Anime X Game Festival) 2025'가 역대 최초로 관람객 10만명 고지를 밟았다. 불과 1년 새에 40%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반면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25'는 관람객과 부스 규모 모두 뒷걸음질 쳤고, 참가사까지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AGF와 지스타의 갈린 희비의 배경으로 선택과 집중의 여부, 행사장 접근성 등을 지목한다.
◆ AGF 10만 vs 지스타 20만…성장세 차이는 극명
8일 AGF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AGF 누적 관람객은 10만518명으로 집계돼 지난해(7만2081명)보다 39% 늘었다. 참여 부스 역시 851개에서 1075개로 대폭 늘어나며 행사장인 킨텍스 제1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반면 한국 대표 국제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의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지난 11월 13일부터 나흘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5'의 관람객은 20만2000명으로, 역대 최대 흥행을 기록했던 전년(21만5000명) 대비 1만 명 이상 빠져나갔다. 부스 규모 역시 3359개에서 3269개로 축소됐고, 참가사도 1375개에서 1273개로 줄었다.
단순 관람객 수는 여전히 지스타가 많지만, 추세는 정반대다. 업계에서는 “AGF는 두 자릿수 성장, 지스타는 관람객·부스·참가사 모두 역성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입장권 가격이 AGF(2만9000원)가 지스타(1만8000원)보다 1만원 넘게 비싼데도 관람객이 폭증한 것은 이용자들이 ‘확실한 재미’에 지갑을 연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 신작 중심 지스타 vs 팬덤 중심 AGF…전략의 차이
행사 '성격'과 '라인업'에서도 두 행사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AGF는 '팬덤'을, 지스타는 '신작'을 파는 곳으로 자리 잡았고, 올해 게임사들의 선택은 팬덤이었다. AGF에는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3N’은 물론, 요스타와 사이게임즈 등 해외 대형 게임사까지 대거 참여했다. 반면 지스타에서 넥슨은 발을 뺐고, 해외 게임사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넥슨의 행보는 특히 상징적이다.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은 올해 지스타에 대형 신작 부재를 이유로 불참했다. 하지만 AGF에는 올해 초 출시된 ‘마비노기 모바일’ 단독 부스를 차려 팬들을 맞았다. 신작 홍보라는 ‘숙제’보다 충성 고객(팬덤)을 향한 ‘축제’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장 콘텐츠의 온도 차이도 분명했다. 지스타가 신작 시연과 B2B(기업 간 거래) 중심 전략을 이어가는 반면, AGF는 서브컬처 게임에 좁고 깊게 집중했다.
실제로 AGF에서는 신작 게임도 선보였지만, ‘페이트/그랜드 오더’(8주년), ‘승리의 여신: 니케’(3주년), ‘브라운더스트2’(2.5주년) 등 이미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게임들이 훨씬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시연 대기 줄보다 무대 행사를 즐기고 10만원 단위로 한정판 굿즈를 구매하려는 인파가 더 많을 정도로 소비욕구가 강하게 드러났다.

반면 지스타는 신작 시연이 전시의 중심을 이루다 보니 기존 유저들과의 소통 구조는 자연스럽게 제한된다. 굿즈 판매나 팬덤 기반 부가 수익 창출도 상대적으로 소규모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현장 마케팅 담당자는 “최근 신작 공개는 유튜브나 자체 쇼케이스로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며 “부산까지 내려가 수억원을 들여 부스를 차리는 것보다 서울 근교에서 코어 유저들과 소통하는 것이 ‘가성비’도 ‘가심비’도 더 높다”고 말했다.
◆ GTX가 바꾼 지도…킨텍스, 新 게임 성지로
접근성의 격차도 두드러진다. 올해 GTX-A 노선이 본격 가동되면서 서울 도심에서 일산 킨텍스까지의 이동 시간이 크게 단축됐고, AGF는 GTX 개통 후 첫 대형 행사 중 하나였다.
기자가 방문해 확인한 결과 AGF 기간 동안 킨텍스역은 아침부터 ‘오픈런’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과거 “킨텍스는 너무 멀다”는 반응은 “부산 왕복 KTX 비용이면 굿즈를 더 산다”는 실리적 판단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올해 킨텍스는 ‘플레이엑스포’, ‘호요랜드’ 등 단독 게임 행사들이 연이어 흥행하며 수도권 게임 성지로 자리 잡았다.
반면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는 물리적 거리의 한계가 갈수록 도드라지고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게임사는 물론 게이머들에게도 왕복 10만원이 넘는 교통비와 숙박비는 확실한 대형 신작(킬러 콘텐츠) 없이는 지불하기 어려운 기회비용이 됐다.
업계에서는 게임 행사의 경쟁력은 단순한 규모보다 ‘정체성과 집중도’에서 갈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팬덤 기반 전략을 강화한 AGF가 성장세를 이어갈지, 지스타가 구조적 변화를 통해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