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기대 건설사들 아우성…“정부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고양 일산서구 덕이동에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조감도.
고양 일산서구 덕이동에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조감도.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면서 건설사들이 수익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신사업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빅데이터, AI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건설사들에게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기존 상업용부동산 대비 수익률이 높고, 장기임대계약 기반 현금흐름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시장 성장에 따른 임차수요 증가에 상업용 데이터센터 비중이 확대되며 구조가 재편되고 있는 형태다. 

30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를 3420억달러(약 454조원), 오는 2027년에는 4100억달러(약 544조원) 성장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지만, 우리나라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전자파 노출, 소음, 전력 수급 과부하 등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한 상황이다. 갈등을 조율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정부가 나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수도권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인허가를 받고 사업을 진행 중인 곳은 33곳이다. 이 중 17곳(51.5%)이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11∼12곳은 1년 이상 미착공 상태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사업이 지연되는 건 대부분 데이터센터를 위해시설로 보는 주민 민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해 발전소로부터 초고압선을 인근까지 끌어와야 한다. 15만4000V(볼트)에 이르는 초고압선 매설로 전자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주민들의 우려다. 또 서버 등 장비를 식히기 위해 다량의 물을 활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자원이 오염될 수 있다는 것도 반대 이유가 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립으로 인해 난항에 부딪힌 대표적인 건설사는 GS건설이다. GS건설은 지난 6월 예정됐던 경기도 고양시 ‘덕이동 데이터센터’ 착공을 아직도 하지 못하고 있다. 전자파가 나온다며 인근 주민들이 시위를 벌이자 고양시가 난데없이 착공신고를 반려한 탓이다. 

GS건설은 고양시의 반려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경기도에 행정심판을 제기해 심리가 진행 중이다. 결과가 나오더라도 주민 시위가 계속되는 한 착공은 하기 힘든 상태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에서 전자파가 많이 배출된다는 소문이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앞서 만들어진 국내 데이터센터 주변 전자파 유해성을 측정해보면 일반 가정집 주변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GS건설 역시 자체 실험 결과 덕이동 데이터센터 주변 전자파 최대값이 가정용 전자레인지보다 낮다는 점을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밝혔다.

DL이앤씨도 지난 7월 외국계 기업 디지털리얼리티가 운영하는 시행사 디지털서울2유한회사의 시공사로 참여해 진행하려던 김포 구래동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이 김포시의 착공허가 반려로 무산될 위기에 놓여 있다. 시행사는 현재 김포시를 상대로 행정심판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사업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효성그룹은 계열사가 보유한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창고 부지에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주민 반대에 부닥쳐 지난해 9월 사업철회서를 시에 제출했다. 

업계 관계자는 “착공 일정까지 이유 없이 미뤄지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엄청난 타격이다. 데이터센터, 송전선로 등 우리나라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사안들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지자체를 압박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도 관련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자파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내년 홍보 계획안도 마련했다. 전문가를 초청해 콘퍼런스를 열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주민 인식 개선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감에서 데이터센터 전자파 유해성을 묻는 과방위 소속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유해성이 매우 낮다는 데 대한 국민 인식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와 정부는 내년 ‘데이터센터 서밋 코리아’를 개회하면서 산업 활성화 필요성과 전자파에 관한 사실확인 등에 대한 홍보 활동을 벌일 것을 협의 중이다. 또 정부는 데이터센터 인근 주민의 전자파 불안감 해소를 위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만든 전자파 신호등 시범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