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가격 경쟁력으로 구독 사업 ‘승부수’
포트폴리오 확장시 중견 렌탈사에 위협으로

삼성전자가 대형 가전 구독 사업에 진출하면서 LG전자와의 전면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추후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소형 가전까지 영역이 넓어지면 기존 중견 렌탈사의 먹거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6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연내 가전 구독 사업에 뛰어든다. 업계 내에서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구독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영 브랜드 매장인 삼성스토어 일부 지점에서 우선적으로 시작한 뒤 점차 확대할 전망이다. 특히, LG전자 대비 10~20% 저렴한 가격, 삼성카드와 연계한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며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삼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지난 4월 비스포크 인공지능(AI) 행사에서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 상무는 “AI 접목 등 고객 혜택에 맞춤 더 발전된 구독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며 “이미 일정 부분 진행 중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지난 8월에는 구독 사업을 담당할 한국 총괄 경력직을 모집하는 채용공고를 올린 바 있다. 구독 사업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구독 상품 운영 업무 경헙 보유 등을 지원 자격을 제시했다. 구독용 상품, 패키지 기획·가격 전략 수립, 구독 상품 매출·손익 관리, 시장 트렌드 기반 품목·경로별 판매 시나리오 수립 등을 수행업무로 안내했다.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SK매직과 협력해 자사 가전제품을 SK매직 플랫폼을 통해 렌탈 판매해왔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를 종료한 점도 구독 사업 진출에 힘을 싣는다. 당시 렌탈 판매 품목은 세탁기·건조기·냉장고·청소기 등이다.
삼성전자가 구독 사업에 나서는 데는 장기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히다. 가전 사업은 일회성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계절성이 뚜렷하지만 구독 사업은 계절에 관계없이 매출이 안정적으로 발생한다. 여기에 가전 판매 대비 높은 영업이익률도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인 가전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3~5% 수준으로 연간 영업이익률이 7%를 넘어서기 힘든 구조지만 구독 사업은 영업이익률이 10%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이미 가전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신사업 대비 투입되는 비용과 실패 시 위험 부담도 적으며 여러 제품을 묶어 팔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삼성전자의 구독 서비스 대상 제품은 AI가 탑재된 세탁기·냉장고·TV·로봇청소기 등 대형 가전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가전을 주력으로 한다면 LG전자와의 전면전은 불가피하다. LG전자는 2009년 정수기를 시작으로 구독 사업에 진입해 ‘1조 유니콘’ 사업으로 키웠다.
지난해 LG전자의 구독 사업 매출은 1조1341억원이었다. 상반기 가파른 성장세로 올해는 전년 대비 59% 성장한 1조8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LG전자는 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구독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7.9% 증가한 7733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LG전자는 냉장고·에어컨 등 대형가전과 정수기·식기세척기 등 소형가전에서 클로이 로봇에 이르기까지 총 23개의 제품 라인업을 구성했다. 지난 7월 대만에 이어 연내 태국, 인도로 시장을 넓히겠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일각에서는 경쟁사인 LG전자와 같이 삼성전자가 소형 가전까지 취급하게 되면 중소·중견기업의 사업영역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관측된다. 렌탈업계는 코웨이·SK매직·교원웰스·청호나이스와 같은 정통 렌탈사부터 바디프랜드·세라젬과 같은 안마의자업체까지 중견기업들이 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소형 가전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힌다면 막대한 자금력과 영업망, 마케팅 등을 바탕으로 이들의 먹거리를 빼앗아 갈 수도 있다.
렌탈업계 관계자는 “유명 브랜드를 갖고 있는 대형 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는 것 자체는 업계 내에서 반길 일은 아니다”라며 “삼성전자가 가전 사업을 할 때 정수기를 안했던 건 아니라서 소비자 반응은 어떨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과연 소비자가 가전을 잘 만드는 회사와 렌탈 케어 서비스를 잘 해주는 회사를 동일하게 생각할 지는 의문”이라며 “LG전자의 사례로 보아 명성 대비 아직까지 높은 실적을 거둔 것은 아니기에 시장에 들어와봐야 알 것 같다. 어떤 모델을 갖고 올지, 기존 렌탈 사업과는 어떻게 차별화 할 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