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과열' 경고에도 FOMO심리 작용…외국인은 팔아

'이상 과열'로 연일 주가가 널뛰는 2차전지 관련주들을 향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증권가에서 터져 나오는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에도 '물려도 가지고 간다'는 심리가 퍼지며 에코프로, 포스코홀딩스 등 대표 2차전지주들을 향한 매수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지금 2차전지주를 사지 않을 경우 상승장에서 뒤처지거나 소외될 수 있다는 '포모(두려움·Fear Of Missing Out) 심리'까지 확산하며 투기장으로 변한 2차전지주 광풍은 당분간 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2차전지계 혜성' 포스코홀딩스는 전 거래일보다 3.72% 상승한 64만2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3.33% 오른 52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도 개인투자자(개미)들은 매서운 기세로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과 기관은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각각 2873억원, 315억원어치 팔아치웠으나 개미들은 314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내놓은 물량을 개미들이 온전히 받은 셈이다.
코스닥시장 2차전지 대표주 에코프로비엠도 상황은 비슷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전 거래일보다 2.82% 상승한 41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미들은 이날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475억원어치 사들였다. 반대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394억원, 11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에코프로도 9.33% 상승한 120만70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120만원을 넘어섰으나 수급 상황은 조금 달랐다. 에코프로의 경우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12억원, 65억원어치를 순매수했으나 개미들은 147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직전 거래일이었던 지난 28일에 이어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 개미들은 20% 가까이 주가가 급락했던 27일 에코프로 주식을 985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날 에코프로는 100만원선이 무너지며 7거래일 만에 '황제주(1주당 100만원이 넘는 대형주)' 자리에서 내려온 바 있다. 이날 기준 '에코프로 형제'의 합산 시가총액(시총)은 73조원으로 코스피 시총 4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54조5193억원)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국내 증시 자금이 2차전지에 집중되며 이상 과열 증상을 보이자 곳곳에서도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빚투(빚내서 투자)가 크게 늘었고 공매도 역시 쏟아졌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향후 주가가 하락하면 해당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매수해 결제일 안에 주식대여자(보유자)에게 돌려주는 방법으로 시세차익을 챙긴다. 공매도는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이점이 존재하나 시장 질서를 교란하거나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해 공매도 거래대금이 늘어난 종목은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증권사들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에코프로 형제와 포스코 관련주들의 신용대출 한도를 제한하거나 축소했고 한국거래소는 해당 종목들에 대한 공매도 거래를 금지하기도 했다.
문제는 지금 2차전지주에 들어가지 않으면 자신만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 이른바 포모 심리가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며 과열이 진정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민석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지난 30일 "코스닥시장은 공매도 청산보다 신규 진입이 많은 상황"이라며 "포모 현상으로 인한 수급 유입과 높은 주가 부담으로 인한 공매도 자금 간 세력 다툼이 지속되며 증시 변동성은 여전히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에 몰린 수급이 다른 종목으로 분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제시하며 분산 투자나 외국인 자금 동향을 살피라는 조언을 건넸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날 월간 전망 보고서에서 다음 달 2차전지주가 숨 고르기 국면에 접어들면서 쏠렸던 수급이 분산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연구원은 "2014년 말부터 2016년 초 중국의 고성장이 부각되고 바이오 열풍이 불면서 화장품과 바이오 중심의 테마주가 주도주로 등극했다"며 "이들의 주가 하락이 본격화한 원인 중 하나는 추가적인 이익 개선 가능성이 불투명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차전지는 물론 전방 산업의 성장성은 담보되지만 아직 숫자를 통한 증명이 온전하지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개인투자자의 과열된 관심은 2차전지주의 숨 고르기에 빌미를 제공한다"고 부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4월과 이달 발생한 2차전지에 대한 쏠림현상 모두 외국인과 개인투자자 간 극단적으로 엇갈린 수급 상황이 특징"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의 수급이 2차전지로 집중되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쇼트 커버링 매수가 가세하면서 쏠림현상이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2차전지 소재주를 매도하고 기존 매수업종 매수를 강화해 이차전지에 대한 쏠림현상이 완화되면서 반도체, 자동차 등 외국인이 순매수한 업종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당시 2차전지로 쏠림이 완화되는 과정에서 코스피가 등락하다 5월 중순 이후 반도체, 자동차, 조선 업종이 강세를 보이며 상승 반전에 성공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가 유입된 반도체, 자동차, 조선 업종과 최근 순매수 전환한 소프트웨어, 운송 업종에 대한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