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2차전지 쏠림 완화 땐 반도체·빅테크 강세 전망"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공개를 앞둔 네이버가 기관의 순매수세에 힘입어 주가가 한 달 새 25% 상승했다. 사진/네이버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공개를 앞둔 네이버가 기관의 순매수세에 힘입어 주가가 한 달 새 25% 상승했다. 사진/네이버

최근 포스코홀딩스, 에코프로 등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개미)들을 중심으로 2차전지 열풍이 꺼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은 반도체, 기관은 빅테크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에 투자금이 몰리며 변동성이 커진 만큼 외국인과 기관이 어느 정목에 투자를 하는지 살피라는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1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한 달(6월 30일~7월 31일)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네이버 주식을 4244억원어치 사들였다. 기관 코스피 순매수 규모 1위로 2위인 SK하이닉스(1183억원)보다 3.5배 이상을 더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미들은 네이버를 600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의 '사자' 행렬에 네이버의 주가는 한 달 새 약 25%(6월 30일 18만2800원→7월 31일 22만7000원)가 올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투심(투자심리)은 반도체로 향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8337억원, 5824억원어치 사들였다. SK하이닉스는 기관과 외국인 순매수 종목 순위에서 똑같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개미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5733억원, 674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주가는 네이버만큼 오르지는 못하고 있다. 6월 30일 종가 기준으로 7만2200원이었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 6만9800원으로 내려오며 다시 '7만전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오르긴 했으나 상승률은 7%(6월 30일 11만5200원→7월 31일 12만3400원)에 그쳤다.

마지막으로 개미들의 자금이 향한 종목은 역시 최근 2차전지 관련주로 각광 받고 있는 포스코홀딩스였다. 같은 기간 개미들은 포스코홀딩스 주식을 4546억원어치 사들였다. 포스코홀딩스를 순매도한 외국인(4237억원), 기관(381억원)과는 확연한 차이점을 나타냈다.

국내 증시의 세 투자 주체인 외국인, 기관, 개인투자자들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 쏠림 현상에 변동성이 커진 증시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의 순매수 종목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전날 대신증권은 올해 4월에 경험한 2차전지 쏠림 현상과 7월 쏠림 현상이 유사하다며 외국인이 순매수한 업종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를 제안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4월과 이달 발생한 2차전지에 대한 쏠림현상 모두 외국인과 개인투자자 간 극단적으로 엇갈린 수급 상황이 특징"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의 수급이 2차전지로 집중되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쇼트 커버링 매수가 가세하면서 쏠림현상이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2차전지 소재주를 매도하고 기존 매수업종 매수를 강화해 2차전지에 대한 쏠림현상이 완화되면서 반도체, 자동차 등 외국인이 순매수한 업종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당시 2차전지로 쏠림이 완화되는 과정에서 코스피가 등락하다 5월 중순 이후 반도체, 자동차, 조선 업종이 강세를 보이며 상승 반전에 성공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가 유입된 반도체, 자동차, 조선 업종과 최근 순매수 전환한 소프트웨어, 운송 업종에 대한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특히 8월 중 중국 경기부양 정책 가시화 등으로 위안화 약세가 진정되고 원화 강세 압력이 확대돼 외국인 순매수가 증가할 전망"이라며 다른 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를 강조했다.

한편 다올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모멘텀이 강해지는 이달에 네이버 매수를 적극 권고한다고 밝혔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 "네이버는 이달 24일 한국어에 특화된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할 계획"이라면서 "그런데 모델의 성능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전날 주가는 7.6% 급등했다"고 짚었다.

그는 "(네이버의) 최근 주가 급등은 이익 컨센서스의 유의미한 상향 조정 없이 이뤄졌기에 밸류에이션 상승의 결과"라며 "글로벌 피어(Global Peer) 기업과의 수입률 갭을 고려하면 밸류에이션의 상승 여력은 충분히 여유롭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이버와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수익 구조와 역사적 밸류에이션, 경쟁 환경 등에 차이가 있는 점은 사살이나 2019년 주가 상승 당시에도 이러한 차이점은 동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 상승은 이뤄졌다"며 "이달에도 동일한 시나리오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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