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비우량물 금리차 61.9bp…2017년 이후 최고
"회사채 리스크 우려 속 금리 양극화 내년까지 예상"

회사채 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가 뚜렷하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회사채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 양극화 현상이 한진해운 파산 사태가 발생한 2017년과 견줄 수준까지 심화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 속에 신용등급 'A' 이상의 우량 회사채에 자금이 몰리는 '쏠림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금융투자협회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AA- 등급과 A+ 등급 간 금리 차(스프레드)는 61.9bp(1bp=0.01%포인트)로 집계됐다. 이 같은 우량채와 비우량채 간 스프레드는 한진해운이 법원에서 파산을 선고받은 2017년 2월 기록한 71.7bp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중순까지만 해도 15bp 수준을 유지했던 AA- 등급과 A+ 등급 간 스프레드는 올해 2월 말 70.9bp까지 확대됐고 이후에도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60bp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량-비우량채 스프레드가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9월께부터다. 당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웅진그룹 계열 극동건설이 만기 도래한 어음 150억원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낸 상황에서 웅진홀딩스가 돌연 법정 관리를 신청하자 우량-비우량채 스프레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 STX팬오션의 법정관리, 2014년 동양그룹 법정관리와 동부제철 자율협약 등 중견그룹 파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우량-비우량 스프레드는 더욱 확대됐고, 2017년 2월 법원의 한진해운 파산 선고로 정점을 찍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2년부터 중견그룹들의 부도가 계속 발생했고 당시 중견그룹들의 신용등급이 A등급 또는 BBB 등급이었다"며 "최근에는 정부의 크레딧시장 지원 정책 덕분에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우량등급 위주로만 크레딧물을 거래하면서 크레딧시장 우려감이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지난 6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모집액 200억원인 2년물에 1200억원, 모집액 500억원인 3년물에 2900억원, 모집액 300억원인 5년물에 2700억원 등 총 6800억원의 투자 수요가 몰렸다.
LG유플러스는 금리밴드 상단으로 30bp, 하단으로 30bp를 제시했는데, 수요예측 결과 신고액 기준 2년물 +5bp, 3년물 -1bp, 5년물 -10bp에서 마무리됐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평가한 LG유플러스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다.
신용등급 'A-'로 올라선 대한항공도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일 총 1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모집액 800억원인 2년물에 2700억원, 모집액 700억원인 3년물에 2050억원 등 총 4750억원의 투자 수요가 모집됐다.
신고액 기준 가산금리는 2년물 -65bp, 3년물 -45bp에 형성됐다. 앞서 대한항공이 제시한 희망 금리밴드는 -30bp~+30bp였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회사채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사려는 투자자들이 많았던 셈이다.
최근 국내 신용평가 3사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상향 조정했고, 등급전망은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됐다.
증권가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금리 장기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크레딧 양극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 연구원은 "내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우량등급 위주로만 수혜를 받고 비우량등급은 투자자들의 우려감이 남아있기 때문에 온기가 A등급까지 빠르게 전파되진 않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