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한해의 경제성과를 되돌아보고 내년도 전망을 내놓는다. 일반적으로 지나간 경제성과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반면, 다가올 경제 전망은 다소 높은 기대치를 제시하곤 한다. 내년이 올해보다 더 나은 한해가 되기를 바라는 희망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하지만 2021년은 이러한 희망을 기대하기도 힘들게 되었다. 팬데믹의 재확산과 불확실한 백신 보급 상황으로 인해 코로나19의 악영향이 내년에도 계속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문기관에서 발표하고 있는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정부기관의 전망은 3%대의 성장으로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각각 3.2%와 3.1%를 나타낼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은행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각각 3.0%와 2.8%를 전망하는 등 정부기관은 내년에 3%대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민간 연구소에서 내놓고 있는 전망치도 정부기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0%, 그리고 각 증권사에 속한 연구소들은 2.5%~3.5%대 예측치를 제시하고 있다. 한편 IMF(2.9%)와 OECD(3.1%)도 국내 연구기관과 비슷한 전망치를 내놓고 있어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3%대 안팎에 이를 것이라는데 크게 이견이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경제가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K방역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 경제성장률이 OECD 국가 중에서 1위, G20에서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내년에 3%대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면 결코 나쁘지 않다. 더욱이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성과라 자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들은 단지 눈에 보이는 숫자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3%대 안팎의 성장 전망은 방역조치가 ‘거리두기 3단계’로 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가파르게 진행된다면 3단계로 격상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3단계로 가지 않는다고 해도 확진자의 증가세가 꺾이지 않아 현재 시행하고 있는 방역조치가 상당 기간 적용된다면 경제에 주는 악영향은 3단계 격상만큼 심각할 것이다. 

따라서 3%대 성장 전망은 의미가 없는 숫자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에 발표한 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내년 중반 이후에도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성장률이 2.2%로 하락한다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백신 보급 등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하게 신뢰 가능한 전망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경제가 반등을 한다고 해도 ‘회복의 질(質)’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올해 우리나라는 K방역의 성공에 힘입어 OECD 국가 중에서 경제성장률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건전한 성장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유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일부 대기업과 주식 및 부동산시장은 성장한 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고사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신규 일자리 창출도 지지부진해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해소하지 못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미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경기가 회복하는 ‘K자 형’ 회복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K자 형 회복은 성장이 과실이 골고루 분배되지 않고 일부 계층과 기업에 한정됨으로써 사회 불안이 커지고, 결국에는 경제 성장에 나쁜 영향이 끼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최악의 경우 K자형 회복이 대공황과 같은 장기침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따라서 내년에 진정한 경제 반등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뉴딜과 같은 첨단산업뿐만 아니라 소외받고 있는 전통적인 산업 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회복에 더 많은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2021년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실행되어야 한다.

이원호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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