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 해는 불청객처럼 찾아온 ‘코로나19’로 산업전반이 침체를 겪고 경영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해였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가운데, 집에서 일을 하고 여가생활을 즐기며, 온라인을 통해 소비를 하는 이른바 ‘언택트(UNTACT)’ 라이프 스타일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삶의 변화는 한번 익숙해지면 관성으로 인해 잘 변화하지 않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을 보여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 업무 방식과 학교 수업, 의료 등 사회 각 영역에 변화가 생겼다. 원래 2년 이상이 걸렸을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지난 2개월 만에 이뤄졌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기조연설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이 무색하지 않게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행한 유통산업 동향정보에 따르면 인터넷쇼핑, 홈쇼핑 등 무점포소매의 2월부터 9월까지 매출성장률이 지난해 동기 대비 26.1%로 약 2배 증가했다. 3분기 온라인쇼핑의 품목별 거래액을 보면 식품(63.0%), 생활/가구(54.0%), 가전제품(38.2%), 도서/문구(36.8%) 순으로 성장세가 두드러진 것을 알 수 있다. 

물리적 접촉이 공포가 된 코로나 시대에 ‘집’은 이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으로 격상됐다. IT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세상에서 소비를 하고, 관계를 맺고,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언택트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를 꼽자면, 생존과 직결되는 ‘안전’과 ‘건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돼 집에서 안전하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IT기반의 서비스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에서 요가복의 대명사로 불리는 룰루레몬은 홈피트니스 플랫폼 기업 ‘미러(Mirror)’를 약 5억달러에 인수하며 30조원에 달하는 미국 피트니스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러는 스마트 거울을 이용한 홈피트니스 시스템이다. 평소에는 일반 거울이지만 시스템을 작동하면 거울 속에 전문 피트니스 강사와 나와 1:1강습을 진행해준다. 미러는 매주 50개 이상의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고, 블루투스 헬스 디바이스와 연동해 사용자의 심박수, 칼로리 소비량을 자동으로 계산해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에서도 집에서 하는 홈피트니스 서비스가 속속 출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러의 사례를 참고해, 기존에 집 밖에서 누렸던 활동들을 IT기술을 활용해 홈케어 서비스화 해보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것 같다.  

이제 시선을 기업으로 돌려보자.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상황에서 일반인 못지않게 기업은 아마 더 답답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국내 세일즈 담당자들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에서는 “요즘 뭐하고 지내세요”라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고 할 정도다. 그동안 B2B 비즈니스는 세일즈 담당자들이 고객을 직접 만나 대면영업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니 어쩌면 예견된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를 맞이하게 된 B2B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세계 B2B 의사결정자 3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93%가 코로나 19 이후 세일즈 과정에서 웹 또는 화상회의 기반의 원격 세일즈로 전환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정보획득 방식에는 온라인 상에서 필요한 정보가 제공되는 Self-serve방식과 온라인 상에서 담당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정보교환이 이루어지는 Directed방식으로 구분되는데, 설문결과 Self-serve 구매방식에는 홈페이지(25%)와 디지털 선 제안 자료(22%)가, Directed방식으로는 라이브챗(24%)과 이메일(20%)이 가장 효용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코로나 19로 인해 B2B기업들의 대면영업 활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도 고객이 쉽게 자사의 정보를 찾고, 구매할 수 있도록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 50억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고, 그 중 4000만명 이상이 의사 결정권자이며, 6600만명이 기업의 고위층 임원으로 알려진 링크드인 같은 소셜 플랫폼이나 SNS상에서 영향력을 보유한 신뢰할 만한 인물을 활용하는 방안도 언택트 세일즈 방안으로 적극 추천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디지털 세계’를 5년 정도 앞당겼다고 이야기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2143억달러였던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이 2022년까지 3312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은 이제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된 것이다. 이 거대한 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숨겨진 기회를 찾아내 2021년에는 모두 비상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본다.  

이수빈 글램파트너스 대표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