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LG전자 주가가 29.61% 상승하면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코스피 대형주의 상한가는 상당히 드문 경우로 LG전자의 상한가도 1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날 LG전자는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개발·생산하는 합작 법인을 설립한다고 공시했는데, 시장에서는 이것이 호재로 작용해 상한가를 기록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데 LG전자의 관련 공시는 증시를 넘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전기차를 기반으로 하는 미래차 시장 경쟁은 (내연기관 및 순수전기)자동차생산업체와 애플,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 사이에서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IT기술과 제조업 부문 모두 강점을 가진 LG전자가 신규 참입함으로써, 기존의 경쟁관계가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LG그룹의 계열사들은 다양한 형태로 전기차 관련 부품 생산에 관여하고 있어 단숨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 능력을 갖출 수도 있다.

전기차 개발을 둘러싼 경쟁의 흐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미국과 유럽의 메이저 제조업체들로, 이들은 내연기관차를 생산해왔던 실력을 바탕으로 하드웨어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토요타는 배터리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크게 향상 시킨 전고체 배터리 개발하고, 이를 장착한 전기차를 향후 2~3년 내 판매를 계획하는 등 내연기관차 제조업체들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이고 있다.

다음으로 순수 전기차 생산업체들이다. 테슬라와 중국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인 BYD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2019년 기준 세계 전기차 판매 순위에서 테슬라가 36.78%의 시장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으며, BYD도 22.95%로 2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과 전기차 생산 분야에서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애플,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IT업체들이다. IT기업들은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가진 만큼 차세대 전기차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개발업체인 웨이모는 세계 최초로 무인호출 택시(전기차) 서비스를 시작한다. 아마존도 지난해 6월 인수한 스타트업 ‘죽스’가 개발한 자율주행 전기차를 최근 공개하면서 전기차 개발에 뛰어 들고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애플은 한동안 차량용 스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했지만, 지난해부터 전기차를 직접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그동안 전기차 시장은 내연기관차 생산업체, 순수 전기차 생산업체 그리고 글로벌 IT업체가 각자의 강점을 바탕으로 경쟁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LG전자가 마그마 인터내셔널과 합작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LG그룹 전체를 보면 전기차 시장에서 단순한 후발주자라 단정하기에는 숨은 실력이 상당하다.

LG그룹은 이미 다양한 형태의 전기차 부품 제조업체를 가지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부문에서 세계 3대 제조업체로 성장했으며, 그 외 전기구동 시스템, 인포테인먼트, 카메라 모듈 등의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당장은 완성차 생산은 하지 않고 부품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으나, 전기차 생산에서 수직계열화가 가능할 정도로 완성된 형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만큼 완성차 사업으로 진출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우리 경제 입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 실력을 갖춘 업체가 하나 더 생긴다는 것은 환영만한 일이다. 사실 현대차그룹이 수소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전기차 분야에서는 선두그룹을 추격하는 2등 기업의 위치에 있다. 따라서 국내시장에서 LG와 현대차가 선의의 경쟁을 벌여나간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선두로 치고 나가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의 전기차 시장 진출은 LG그룹 전체의 미래 먹거리사업 확보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크게 반가운 소식이라고 하겠다. 

이원호 중소벤처무역협회 해외시장경제연구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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