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우리 경제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금리 문제’일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기가 장기침체 조짐을 보이자 한국은행은 3월에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내리고, 다시 5월에 사상 최저 수준인 0.50%로 인하한 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올해도 경제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이번달 15일에 개최되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이 점쳐지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2021년 신년사에서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어 동결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시중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올해 내내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동결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편 금리 동결 기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블룸버그 경제연구소(Bloomberg Economics)가 세계 23개국 중앙은행의 경제전망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G7 국가와 G20 국가 중 한국, 호주 등은 올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인도, 러시아 및 멕시코는 올해 금리를 더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라는 상황 인식이 세계 주요국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읽혀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백신 보급 등으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경우 경기 회복과 경제 정상화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올해 안에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다. 특히 무제한 양적완화로 달러를 뿌린 미국은 예상보다 빠르게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긴축(달러 회수)을 고려할 가능성도 이야기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지난해 ‘평균물가 목표제’를 도입으로 물가 상승률(인플레이션율)이 목표치인 2%를 초과하더라도 일정 기간 평균치가 2%를 넘지 않으면 금리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올해 인플레이션 발생으로 미 통화당국이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인지 고민한다고 해도, 그것이 바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다. 

반면 양적완화로 풀린 유동성과 함께 경기 회복이 진전됨에 따라 그동안 억눌린 소비가 폭발한다면 물가 상승폭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일부의 의견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올해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미 연준(Fed)의 목표치인 2%를 넘어 2.5%까지 올라간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더블라인캐피털 대표인 제프리 건들락(Jeffrey Gundlach)은 올해 중반 물가상승률이 3.0%까지 오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럴 경우 평균물가 목표제를 근거로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즉, 금리 인상의 시기가 앞당겨 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 연준은 재정확대와 제로금리 유지를 선언했지만, 미국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용인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경기가 조금이라도 과열 조짐을 보인다면 언제든지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동결이라는 정책기조 속에서도 금리인상의 요인은 상존한다. 연초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권 신년 인사회에서 “(우리 경제에) 잠재돼 있던 리스크(위험)가 올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말하는 잠재된 리스크란 저금리로 풀린 유동성이 증시로 몰리고, 부동산 대출로 가계 부채가 늘어나는 등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이 총재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레이트 리셋(Great Reset)’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은 현 정책의 반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즉, 올해 기준금리 동결이 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면, 그레이트 리셋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자리 잡은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등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금리 인상 등을 통해 경제구조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침체된 경기가 올해 과도한 회복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 이를 제어하기 위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그런데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되지 못한 상태에서 금리를 인상하게 된다면 시장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따라서 올해는 경기 회복의 연착륙을 위해 집중하는 한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원호 중소벤처무역협회 해외시장경제연구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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