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1'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54년 역사이래 처음으로 ‘올 디지털(All-Digital)’ 컨셉으로 가상공간에서만 이달 11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됐다. 주최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한국은 341개 기업이 참가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로 참가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만큼 전체 참가기업은 작년대비(4400여 개) 50% 가량 줄었지만, 전세계 관람객은 약 15만명이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뉴노멀(New Normal)' 시대를 이끌어갈 신기술들의 향연이 펼쳐진 CES 2021에서 CTA는 2021년 주목해야 할 6대 기술 트렌드를 제시했다. 바로 ‘디지털 헬스, 디지털 전환, 로봇, 자동차 기술, 5G 연결, 스마트 시티’가 그것이다. 여기에서는 6대 트렌드 가운데 주요한 3가지 트렌드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코로나 팬데믹은그동안 유독 디지털화가 더뎠던 의료·헬스 분야의 디지털화를 앞당긴 촉매 역할을 했다. 미국 내 디지털 헬스 분야의 5년 전망치를 보면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은 작년대비 73% 증가했으며, 2021년은 34%,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1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참고자료: CTA, U.S. Consumer Technology Five-Year Industry Forecast, 2019-2024)

특히 디지털 치료법이 확대되는 추세로 미국 스타트업 바이오인텔리전스는 언제든 코로나19 증상을 검사할 수 있는 웨어러블기기 ‘바이오 버튼’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동전 크기의 기기를 가슴 윗부분에 부착하면 열, 심박수 등 코로나19의 전조 증상을 측정해준다.

이제 코로나 감염 우려가 큰 대면중심의 업무나 단순 반복적인 일들은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방역작업을 하는 로봇 ‘LG살균봇’을 선보였고, 삼성전자도 가사일을 돕는 로봇 ‘삼성봇 핸디’를 비롯해 업그레이드된 돌봄로봇 ‘삼성봇 케어’ 등을 선보였다.

더욱 진보된 AI와 IoT기술로 다양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과 함께 동거하게 될 날이 가까이 온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로봇의 혁신은 현재 진행중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자율 배달 로봇이 도로와 하늘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아마존 스카우트 배달 로봇은 바퀴를 장착한 로봇이고, M2 드론은UPS와 CVS가 합작해서 만든 배달드론이다.

자동차기술의 미래도 흥미롭다. 코로나 팬데믹은 자동차 산업도 변화시켰다. 이제 자동차는 단순히 이동수단이 아닌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MaaS)로 봐야하는 세상이 됐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GM, 아우디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만도, 보쉬 등 국내외 자동차 부품 업체들도 모빌리티의 혁신성을 보여줬다. 특히 벤츠는 자동차를 ‘제2의 홈’으로 표현하며, 초대형 스크린을 자동차 전면에 배치한 신차를 올 하반기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에너지플러스 허브’라는 미래형 주유소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주유소라는 공간이 가진 접근성과 넓은 공간 등을 활용해 전기·수소차 충전, 카셰어링, 드론배송 등 모빌리티와 물류의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사양사업으로 여겨졌던 주유소와 물리적 공간이 필요한 모빌리티 기업 및 여타 플랫폼기업들과 협력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CES 2021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인 어려움에 봉착한 가운데 열린 최초의 언택트 박람회였다. 이번 박람회는 AI, IoT, 5G등 4차 산업혁명의 대표기술의 진보로 전산업에 걸쳐 디지털 전환은 빠르게 진행 중이며, 우리가 SF미래영화에서 봐왔던 모습들이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가까운 현실의 모습이라는 점을 각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제조한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CEO는 코로나19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우리와 함께 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수많은 공중 보건의나 감염병 전문가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제 코로나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은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는 코로나로 인한 전례없는 빠른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다. 생존을 넘어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이전과 다른 창의적인 방식으로 생각하고 실행해야 한다. 분야나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열린 ‘협력’의 자세를 갖추고, 대면-비대면상황에서 고객가치를 일관되게 전달하기 위한 ‘가치의 연결’ 관점에서 기업들은 이제 빠르게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수빈 글램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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