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돈 나름이다. 나름이다라는 말은 돈이 있는 위치가 각기 다를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공중에 돈이 있는 팔자가 있다. 공중에 돈이 있는 사람은 어떤 팔자인가. 항공사업을 해서 돈을 벌은 사람의 사주팔자는 공중을 날아 다니는 일을 하면 돈이 되는 경우였다. 

항공사업이라 하면 비행기, 여객기, 항공화물 등이 해당된다, 비행기 사업을 했던 어느 오너의 경우에는 선산에 있었던 그 조상 묘지 주변 산세가 마치 비행기가 날개를 벌리고 있는 형태였다. 좌우로 날개가 펼쳐져 있고, 그 가운데 머리 부분의 볼록 솟은 자리에 증조부 묘를 썼다. 아니면 조상 묘를 쓰고 나서 곧 바로 그 후손 꿈에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묘를 쓰고 나서 1주일 안에 꿈을 꾸는 사례가 진짜 명당자리이다. 그 조상 묘자리는 비룡승천(飛龍昇天)의 자리였다. 이 비룡승천을 쓰고 나서 그 후손이 비행기 사업으로 돈을 버는 경우도 보았다. 금시발복(今時發福)이라 하겠다. 

어떤 사람은 물 속에 돈이 들어 있다. 물 속에 돈이 있는 경우에는 배를 운영하는 해운 사업, 어업 등이 돈이 된다. 팔자에 들어 있는 돈은 오래 간다. 적어도 20-30년은 간다. 팔자에 들어 있는 직업이 소위 말하는 천직이다. 하늘에서 그 사람에게 준 직업. 이런 천직을 하면 항상 어느 정도의 페이스를 유지하기 마련이다. 금융사건인 최규선 게이트를 일으키고 나서 감방에 들어가 있다가 몇 년 살고 나온 최규선이 사우디의 알 왈리드를 찾아 갔다. 궁즉통이라 했던가. 토르 선생은 최규선에게 ‘열사의 사막으로 가라’는 메시지를 주었고, 거기에 덧붙여서 하나 더 주었다. ‘땅 속에 돈이 있다’는 예언이었다. 

최규선 팔자는 땅속에 돈이 있는 팔자였다. 壬水에게 돈에 해당되는 오행은 불이다. 水克火의 이치이다. 자기가 물이라면 물은 불을 이겨 먹는다. 재물은 자기가 이겨 먹어야 재물이 된다. 못 이겨 먹으면 돈이 안된다. 탈이 난다. 먹다가 체한다. 먹다가 체하면 토사곽란이 일어난다. 뱃속으로 들어갔던 음식을 토하고 온 몸이 바들 바들 떨리는 고통이다. 최규선은 물은 충분해서 어지간한 불은 다 감당한다. 불도 불 나름인데, 어떤 불은 산불처럼 땅 위에서 훨훨 타는 불도 있지만, 최규선에게 돈이 되는 불은 땅 속에 있는 불이었다. 

어떤 불이 땅 속에 있는 불이란 말인가? 그것은 바로 유전(油田)이었다. 유전, 석유는 지하에 매장되어 있다. 이것은 땅 속에 있는 불이 아니고 무엇인가. 땅 속에 있는 불이 땅 위에 있는 불 보다 훨씬 강한 불이라고 볼 수 있다. 왜 강한가? 오래 타기 때문이다. 땅 위의 불은 기껏 타봐야 열흘 아니면 한달이면 다 타버린다. 초한지의 항우가 공들여서 지어놓은 호사스런 궁전이었던 아방궁도 결국 불에 탔다. 아마도 아방궁이 불에 타는 시간은 1달이면 충분했을 것이다. 천하의 큰 불도 1-2달이면 끝난다. 산에 불이 붙는 산불 같으면 이보다 더 오래탈 수 있을 것이다.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유전은 한두달에 끝날 불이 아니다. 수년 아니면 수십년은 유지될 불 아니겠는가. 이렇게 오래 타는 불, 오랫동안 유지되는 불이 홍수가 나 있는 최규선 팔자에 돈이 되는 불이라는게 토르 도사의 처방전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왈리드 왕자는 아시아에서 깡통 차고 찾아온 빈털터리 최규선에게 유전을 하나 소개시켜줬다. “미스터 초이, 내가 찜 해 놓은 유전이 하나 있다. 이걸 싼값에 너에게 줄게. 이거 먹고 살아라. 그런데 이 유전은 크루드 족 사는 곳에 있다. 크루드 족들과 잘 인간관계를 맺는게 중요할거야. 아마 개들은 현찰이 필요할 거야.”
   
역시 알리드는 스케일이 있었다. 선물 하나 주는 것도 페라리나 비행기가 아니었다. 유전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유전이 옹색한 지점에 있는 유전이었다는데에 약간 문제가 있었다. 바로 크루드족이 통제하는 위치에 있었다. 크루드가 누구인가? 이라크의 후세인이 독가스로 씨를 말려 죽이려고 했던 부족 아닌가. 부족이라고 해서 몇천명, 몇만명 단위가 아니다. 수천만명에 해당하는 거대 인구를 지닌 족속이다. 대략 4-5000만명으로 추산하는 산악 민족이다. 근데 나라가 없다는 것 아닌가. 

아주 고대부터 존재했던 이 부족은 노아의 방주가 멈춰 섰다고 하는 아라라트 산과 티그리스강 유역에 살다가 근래에는 이라크, 터키, 시리아 국경지대를 이루는 산악지역에 살고 있다. 말하자면 산악 게릴라로 살고 있는 민족이다. 후세인이 그렇게 죽일려고 했지만 씨를 말릴수 없었고, 터키 쪽에서도 큰 골칫거리로 여기는 부족이다. 숫자도 많은데다가 기질이 강해서 컨트롤이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크루드족이 살고 있는 이 산악 지역을 쿠르디스탄이라고 부르는데, 이 산악지역에 지하자원이 많이 묻혀 있다고 한다. 지하자원 속에는 기름이 나오는 유전이 포함된다. 

크루드는 이 유전에서 나오는 돈을 가지고 산악 게릴라 활동에 필요한 무기도 사고, 식량도 구입하고, 생필품도 조달하고 있었다. 돈의 법칙은 ‘하이 리스크, 하이 인컴’이다. 위험지수가 높은 곳에 고수익이 기다리고 있다. 외부 세력에 항상 당하기만 하고 살아온 크루드족에게 어떻게 다가갈수 있느냐? 어떻게 신뢰를 형성할수 있느냐? 장사라고 하는게 본질적으로는 사기성이 있는 것이지만, 이 사기성도 신뢰라는 바탕에 서 있어야만 가능하다. 신뢰와 사기는 서로 상반된 성격이지만 동전의 양면과 같다. 동전의 양면처럼 딱 붙어 있다. 신뢰가 없으면 사기도 칠 수없다. 

처음부터 의심을 해 버리면 사업은 안 되게 되어 있다. 어떻게 서로간에 의심을 줄일수 있느냐? 이것이 관건이었다. 서로간의 신뢰에 있어서 농경민족과 유목민족은 큰 차이가 있다. 농사짓는 문화는 정착문화이다. 정착은 10-20년 하는게 아니다. 적어도 수백년 동안 그 동네에서 눌러 앉아 살아야 하는 조건이다. 그러다 보면 옆집의 숟가락이 몇 개 있는가도 알게 된다. 저집 조부가 언제 어떤 행동을 했는지도 다 알고 있다. 서로 간에 세부적인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어설픈 행동을 못한다. 만약 사기를 쳐서 서로 간에 갈등이 생기면 백년 넘게 이 갈등 관계가 계속될수 있고 평생 갈수도 있다. 이거 엄청난 피곤이다. 

유목이나 장사하는 민족은 그 동네를 떠나 버리면 간단하다. 그러나 농경은 근거지를 떠나기가 힘들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 하는 숙명이다. 그러니까 서로 속여 먹는 행동은 자제한다. 한번 속지 두 번 속나. 상대를 속여 먹으면 상대는 짱구가 아니다. 가만 있지 않는다. 그러니까 땅을 사고 파는 계약을 할때도 대강 말로 한다. ‘여기서 저기 냇물 옆의 논 두렁까지가 내 땅이고, 그 너머가 너의 땅이다’라고 구두로 사고 팔 수도 있다. 문서로 작성하지 않는 구두 계약서이지만 그 효력이 강하다. 구두라고 해서 번복하고 사기 쳤다가는 평생 원수를 옆집에 두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주 높은 수준의 신뢰사회가 농경사회라는 이야기이다. 반대로 떠돌아다니면서 유목을 하거나 장사를 하면, 특히 배를 타고 다니면서 장사를 했던 해상민족들은 계약서를 아주 꼼꼼하게 작성해야 한다. 만나는 비즈니스 상대가 처음 보는 사람들이다. 어떤 사고방식, 어떤 문화를 가졌는지 처음에는 잘 모른다. 즉 어떻게 뒤통수를 칠지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장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 해상민족들은 상대방이 결국 사기를 치거나 아니면 돈을 떼어 먹는다고 가정한다. 그럴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온 문화이다. 

신뢰가 없는 사회에서 비즈니스를 유지하려면 계약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문자로 분명하게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계약서도 결국 종이 쪼가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걸 찢어 버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계약서 찢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총과 칼, 그리고 대포이다. 군사력으로 상대방을 조지는 수를 써야 한다. 18-19세기에 해상강국 영국, 프랑스가 아시아에 들어와서 대포 사거리가 긴 함포를 장착한 이유이다. 함포로 중국도 조지고 일본도 조지고 조선도 조졌다. 몇 번 당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잘 믿지 않는다. 

크루드가 아마 그렇지 않을까. 이 크루드를 상대로 어떻게 비즈니스를 할 것인가. 이것이 최규선의 과제였을 것이다. 모든 사업의 핵심이 의심하는 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방법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조용헌(강호동양학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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