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융복합의 시대다. 과학과 감성의 만남과 시대와 세대의 아우름이 그 단초(段初)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는 사람을 골간으로 구성된 공공분야와 사기업이 예외일 수는 없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융화, 남녀노소와 연배를 융합할 수 있는 스킬 중에 대중가요만한 것이 또 있을까. 2020년대 대한민국은 트로트 열풍에 빠졌고, 이러한 경향은 2010년대부터 꿈실거렸다. 그 대표적인 곡조가 2013년 최우미가 가사를 짓고 마르티 돕슨이 곡을 붙여서 64세 조용필의 목청에 걸린 '바운스'다. 이 노래는 21세기의 문턱을 넘으면서 발생한 대중가요의 신·구세대 간극의 계곡에 구름다리를 낳아 주었다. 신세대와 구세대를 아우른 노래. '바운스'는 신 장년 개념 정의 및 60대는 노인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노래다.

그대가 돌아서면 두 눈이 마주칠까/ 심장이 Bounce Bounce 두근대 들릴까봐 겁나/ 한참을 망설이다 용기를 내/ 밤새워 준비한 순애보 고백해도 될까/ 처음 본 순간부터 네 모습이 내 가슴 울렁이게 만들었어/ Baby You're my trampoline/ You make me Bounce Bounce// 수많은 인연과 바꾼 너인 걸/ 사랑이 남긴 상처들도 감싸줄게/ 어쩌면 우린 벌써 알고 있어/ 그토록 찾아 헤맨 사랑의 꿈 외롭게만 하는 걸/ You make me Bounce/ You make me Bounce Bounce Bounce// 별처럼 반짝이는 눈망울도 수줍어 달콤하던 네 입술도/ 내겐 꿈만 같은 걸 You make me Bounce/ 우린 벌써 알고 있어 그토록 찾아 헤맨 사랑의 꿈.(가사 일부)

조용필이 아이돌로 귀환한 듯하다. 그가 발표한 정규앨범19집 헬로(Hello)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13년 음원이 공개된 3시간 만에 타이틀곡 헬로는 각종 음악사이트 차트 1위에 올랐다. 그날 조용필은 생애 최초로 방이동 올림픽홀에서 쇼케이스를 열었다. 그가 바운스를 부르기 시작하자 3000여 관객들이 기립해 환호했다. 이 노래를 통해 조용필은 기성세대의 틀을 깨고 다시 태어났다. 신 장년 개념 출현의 순간이었다.

그는 1950년 화성시 송산면 바닷가에서 소금밭 일곱째 아들로 태어났다. 서울로 유학을 온 그는 경동중학교를 국민배우 안성기와 동창으로 졸업했으며, 1968년 경동고를 졸업하고 컨트리 웨스턴그룹 애트킨즈를 결성하여 미8군무대에서 활동을 시작하지만 무명의 세월이 길었다. 이후 1975년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음반제작보다 노래로 먼저 발표(1976년 음반발표)했고, 그해 9월 재일교포 조총련계 추석성묘단 모국방문을 터닝포인트로 인기상승의 날개를 단다. 그 시기는 대마초파동(1975년 12월3일)으로 구멍이 뚫린 대중가요계의 빈 마당을 꽉 메워버렸다. 하지만 자신도 1977년에 대마초파동에 휘말려 1979년까지 방송 출연 금지를 당했다가 해금되면서 '창밖의 여자'로 화려한 조용필 시대를 연다. 가왕(歌王) 조용필, 1980년대 대중가요를 말하면서 누가 조용필을 비켜 갈 것인가.

조용필은 1984년 남양주군 광릉수목원 근처 봉선사에서 일요일 사찰007백년가약을 맺었었다. 이 시기는 '일편단심 민들레'를 부른 1981년과 궤를 같이하며, 첫 부인 박지숙과 열애 중일 때다. 박지숙은 조용필보다 6세 아래, 동덕여고와 한양대를 졸업하였고, 아버지(국회의원 박찬)가 이사장이던 공주 신풍중고등학교 체육선생을 하고 있을 때다. 하지만 이들은 7년 뒤 법정 결별을 한다. 그의 두 번째 부인은 재미(在美) 사업가 안진현. 그녀는 1994년 63빌딩 그랜드볼룸에서 다시 결혼을 하지만 10년 만에 사별(급성심근경색)해, 화성시 송산면 문중 선산에 안장됐고, 조용필이 한 달에 한 번꼴로 꽃다발을 들고 묘소를 찾는다.

우리 대중가요계는 1980년대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트로트와 발라드에 밀렸었던 댄스음악이 도약한다. 한국의 마이클 잭슨 박남정, 한국의 마돈나 김완선, 그룹 아이돌의 견인차이던 소방차가 그 대표적이다. 이들의 영향으로 대중가요계에 신세대와 기성세대로 구분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양극화는 1990년대 노태우 정부의 전통가요 부활정책과 맞물려 신세대트로트와 기성세대트로트 가수로 양분되는 트렌드를 2000년대 이후까지 보이지만, 이 노래 '바운스'를 계기로 세대(世帶)융합의 경향을 띤다. 그리고 10여년 대한민국은 트로트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다. 10대부터 100대까지 덩실 덩실 더덩실~. 가삼백만인우(歌三百萬人友), 노래 300곡을 음유하면 세상 모든 이들이 친구가 될 수 있다. CEO가 노래를 하면 기업은 화원(花園)이 된다.

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 한국콜마 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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