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다른 말은 모든 것들이 온라인에 기록되는 ‘투명사회’가 아닐까 싶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손에 드는 스마트폰을 통해 SNS로 일상을 공유하고, 온라인 쇼핑을 하고, 배달 앱을 통해 식사를 해결하고, 방문하는 모든 장소에 QR코드를 찍는 게 일상이 됐다. 우리의 24시간은 온라인 상에서 디지털 흔적으로 여기저기 기록되고 있다. 

기업들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온라인 기사나 SNS 컨텐츠를 열심히 올리며 소비자의 반응을 기다린다. 악플보다 못한 게 무플이라고 할 정도다. 각종 리뷰나 댓글을 통해 소비자들은 기업과 브랜드를 평가한다. 부정 댓글 하나가 기업의 가치를 순식간에 무너뜨리기도 하고, 좋은 댓글 하나로 기업의 이미지가 좋아지기도 한다. 

이러한 투명사회에서는 과거를 감추는 게 불가능하다. 온라인 상에 남은 과거의 흔적들은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소환될 수 있다. 그렇기에 ‘과거’는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고 ‘미래’를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최근 유명 방송인들이 과거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방송에서 하차하거나, 대기업의 갑질 횡포가 알려져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이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투명사회에서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는 무엇일까? 바로 ‘진정성’이다.” 

사람들이 진정성을 더욱 갈망하게 된 변화에는 미시간대 교수 로널드 잉글하트의 저서 ‘조용한 혁명’에서 언급한'가치관의 변화'로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날 탈 권위주의적이고 문화적인 민주주의를 더욱 추구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환경보호, 평등, 관용, 공존 등 다양한 가치를 바탕으로 자신의 존재를 더욱 주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진정성과 관련한 흥미로운 사회인식조사를 살펴보자. 2019년 9월경 EBS 다큐프라임 ‘진정성 시대’ 방송에서 ‘21세기의 진정성이란 무엇인가’란 화두로 수도권 남녀700명의 사회 인식을 조사를 발표했다.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처럼, 사회공헌기업의 제품을 구입하려 하는가’, ‘대의를 위한 일에 동참하는가’ 등의 사회인식조사에서 상위22%, 중위권35%의 사람들이 사회적 책임과 이타주의, 공존의식, 생태주의에 대한 공감을 표시했다.

제임스H. 길모어와B. 조지프 파인 2세의 ‘진정성의 힘’도 관심있게 볼 만하다. IT기술의 발달로 온라인 세계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온라인 쇼핑, 키오스크 주문 등 사람과 기계가 접촉하는 일이 증가하고, SNS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과거와 달리 인간-디바이스, 디바이스-디바이스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면서 사람들은 더욱 진정성을 갈망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진정성을 5가지로 분류했는데 기업에서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자연성(유기농 재료, 단순함, 질박함) △독창성(복제와 모방이 아닌 최초의 디자인, 발명품) △특별함(성실한 개인별 서비스, 친근감, 솔직함) △연관성(인물을 기념하는 모든 것, 역사성, 사실성) △영향력(환경보호, 공익 등 이상적인 가치) 등이다. 소비자는 자신과 잘 부합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만 진정성을 인식하고 지갑을 열기 때문에 진정성의 종류를 잘 조합해서 동시에 여러 영역의 진정성에 호소해야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영향력의 진정성’을 보여준 사례를 살펴보자.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아벤티스 코리아는 16년 이상 지속해온 ‘초록산타 상상학교’라는 CSR프로그램을 비대면으로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만성·희귀 난치성 질환, 암 등 신체적 아픔을 겪는 아동들이 보다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진을 활용한 예술창작 수업 ‘슬기로운 사진생활’ △집 안 곳곳을 탐색하고 나만의 공간을 만들며 상상력을 키우는 ‘우리 가족의 집 사용법’ 등 프로그램을 온라인 플랫폼 상에서 진행했다. 

“이제 기업은 소비자들이 어떤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지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그 가치들을 기업의 경영전반에 ‘진정성’ 있게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기업의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주요국 정부들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며 중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으로 부각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도 ‘진정성’의 키워드와 일맥상통하게 읽힌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전세계 투자기관들은 ESG를 더욱 주목하고 있다. 기업들의 친환경 정책과 사회적 책임경영, 그리고 투명성 등 비재무적 요소가 투자의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1월 2025년부터 자산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친환경·사회적 책임활동을 포함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공시 의무는2030년부터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비재무적 성과지표인ESG지표가 이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것이다.

ESG 경영은 이제 현실로 다가왔고, 기업들의 ‘진정성’ 있는 경영 행보는 소비자는 물론 투자자들도 냉정한 잣대로 평가하게 될 것이다. 손자병법 군쟁편의 이환위리(以患爲利)라는 말처럼, 요즘 같은 초불확실성의 시대에 예측 불가능한 위기나 어려움이 찾아오면 이를 역이용해 기회로 삼으려는 지혜와 전략을 구사해 보면 어떨까?

이수빈 글램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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