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 테스트 자량을 만들던 공정이 잠시 멈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서 다룰 정도의 큰일은 아니었는지 한겨레신문만 간단하게 보도했다. 내용은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생산을 현대·기아차 대신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확정하면서, 이에 현대차의 일부 노동자들이 차량의 투입을 저지하면서 벌어진 일로 정도로 보인다.

이날 있었던 일은 얼핏 생산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충돌 중 하나로 여겨진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면서 기존의 자동차 생산라인이 직면하게 될 거대한 구조조정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어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실제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전기차의 개발과 생산과 관련한 구조조정을 이미 시작되고 있다. 미국의 제 2위 자동차 생산업체인 포드는 브라질에 있는 공장 3곳을 폐쇄하고, 이를 통해 절감한 비용을 전기차 개발에 투자할 것이라 발표하고 있다. GM도 글로벌 구조조정으로 내연기관차 생산에 대한 몸집을 줄이면서 전기차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계획으로 디트로이트 햄트릭 공장을 전기차 생산기지로 전환하고 여기에 22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차기 전기차 개발과 생산을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외주에 눈길을 돌리는 이유도 앞서 언급한 포드나 GM의 경우와 맥락을 같이한다. 즉, 전기차라는 새로운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 위해서는 재원의 절감과 함께 기존 사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분야에서는 글로벌 리딩업체를 추격하는 입장에 있어 구조조정을 통한 효율적인 조직 운용이 더 절실하다.

그런데 더 어려운 과제는 앞으로 있을 인력 구조조정일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대규모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것은 현대차그룹의 노사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2019년 현대차 노사는 외부자문위원으로부터 미래 고용에 대한 제언을 들은 바 있는데, 이때 자문위는 ‘2025년에는 국내 자동차 제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이 지금보다 적게는 20%에서 최대 40%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측은 매년 퇴직 인원만큼 공정을 없애나가는 ‘공정개선’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2030년에는 현재 인력의 40%만 남게 되어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노측에서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다. 현대차 노조는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는 앞으로 노사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다.

현대차의 전기차 개발과 생산은 갈 길이 멀다. 지난해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KPMG에서 발간한 ‘2020 글로벌 자동차산업 동향보고서(GAES)에 따르면 전기차 시대의 리더로 현대차그룹은 세계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앞서 나가는 업체들을 따라 잡기 위해서는 생산 공정 효율성과 함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제라도 노사는 전기차 시대를 대비한 인력 감축 계획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노측은 전기차를 선도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무리한 요구를 잠시 접어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사측도 어려운 문제라고 뒤로 미룰 생각을 하지 말고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변화하는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노사는 물론이고 우리 경제 전체가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원호 중소벤처무역협회 해외시장경제연구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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