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대여섯 시간 글을 쓰고, 오후에는 달리기나 수영을 하며 저녁 9시에 잠들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의 ‘리추얼(Ritual)’이다. 리추얼은 습관과는 좀 다른 개념이다. 2013년 ‘리추얼(Ritual)’을 출간한 메이슨 커리는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으로 정의했다. 하루를 마치 종교적 의식처럼 여기는 엄격한 태도이자, 일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유용한 도구이며 삶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반복적 행위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2030세대 중심으로 ‘리추얼’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디어 SK트렌드연구소 등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의 리추얼이나 루틴을 기록한 콘텐츠나 동영상이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그동안 당연시 여겼던 일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며 생기는 현상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의 환경 속에서 유일하게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일상’이라는 컨텐츠에 젊은 층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 있게 보내고자 하는 욕구가 리추얼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리추얼은 개인 뿐만 아니라, 이미 기업에서도 조직혁신을 위해 활용되어 왔다. 우리가 잘 아는 글로벌 기업 구글은 혁신을 위해 ‘리추얼’을 원동력으로 삼아왔다. 전세계 500여 명의 구글 혁신전도사를 이끄는 프레데릭 페르트 박사에 따르면, 구글은 조직별로 고유한 가치를 유지하면서 서로 협력하고 혁신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미팅 전에 단체로 명상을 하고, 팀별로 ‘감사노트’를 만들어 특정 성과나 업무 스타일에 대해 칭찬하는 리추얼을 만들었다고 한다. 페르트 박사는 "성공한 기업을 보면 반드시 리추얼을 갖고 있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협업을 활성화하는 등 특징과 목적이 있는 리추얼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렇듯 ‘리추얼’은 우리의 일상에 의미를 더해주거나 조직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렇다면 브랜드에는 어떻게 리추얼을 접목할 수 있을까? 미네소타대 칼슨 스쿨의 캐슬린 보스(Kathleen Vohs)와 야진 왕(Yajin Wang),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프란체사 지노(Francesa Gino)와 마이클 놀튼(Michael Norton)이 리추얼이 소비자의 제품체험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진행한 연구결과가 흥미롭다.
 
이 연구에서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방식으로 초콜릿을 먹게 했다. 리추얼에 따라 초콜릿을 먹으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들은 초콜릿의 포장을 벗기지 않은 상태에서 반으로 나눠 한 쪽의 포장을 먼저 벗겨서 먹고, 이후 나머지 한 쪽을 벗겨 먹어야 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본인이 원래 먹던 방식에 따라 먹게 했다. 실험결과에 따르면 리추얼에 따라 초콜릿을 먹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초콜릿을 더욱 맛있게 느꼈으며, 초콜릿을 먹는 경험 자체를 더 즐거운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또한 그들은 초콜릿을 더 먹기 위해 2배나 많은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소비자들이 제품을 체험하는 과정에 리추얼을 도입하면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이 되고, 이로 인해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이러한 리추얼의 힘은 하이디 그랜트 할버슨(Heidi Grant Halvorson)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브랜드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린시절 모두가 한 번쯤 먹어본 ‘오레오’. 알다시피, 오레오를 먹을 때는 ‘꼭 비틀어서, 크림을 핥아먹고, 우유에 찍어’ 먹어야 한다. 이 오레오 리추얼은 상품자체 만큼이나 중요하고 그만큼 유명하다. 그리고 이 리추얼은 오레오를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쿠키 중 하나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리추얼은 이제 개인이나 기업에 있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현명한 삶의 방식이 될지도 모르겠다. “매일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때 삶은 가장 빛난다”라는 메이슨 커리의 말처럼, 우리는 이 힘든 시기를 잘 버티기 위해 매일 할 수 있는 일상의 일들을 포기하지 않고, 더 의미있게, 더 가치있게, 해내고자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수빈 글램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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