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에 성공해 주목을 받고 있는 셀트리온이 한때 매각 소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2013년 4월 16일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보유중인 셀트리온과 관련 기업의 주식 전량을 다국적 제약회사에 매각한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이 자리에서 서회장은 “주가를 떨어뜨려 이익을 챙기려는 악성 공매도 세력들로 인해 경영이 곤란할 지경”이라면서 글로벌 투자자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서회장이 셀트리온의 매각 이유로 밝힌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에 대해 시장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당시 일반인에게는 생소했던 공매도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 것은 확실하다. 공매도란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도 매각하는 것으로 주가하락이 예상될 경우, 빌린 주식을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의 주식을 되사서 갚아 차액을 챙기는 투자방법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져야 이득을 본다는 특성 때문에 주가 상승을 누르는 주범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공매도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공매도는 거품이 낀 기업 가치를 바로 잡아 투자자의 피해를 줄이는 안전장치를 제공하므로 증시에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을 원활하게 한다. 또한 투자의 위험을 분산하는 헷지의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유용한 제도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뿌리 깊다. 그 이유는 개인투자자(개미)들이 접근하는 것은 힘들고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들만이 이용하는 제도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종 투기 세력들의 주가 조작으로 인해 개미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일반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공매도=주가 상승의 걸림돌’ 혹은 ‘공매도=세력의 장난질’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박혀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오는 3월 15일로 다가온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일반투자자들은 공매도 폐지 혹은 제도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증시에서 입김이 커진 개인투자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부작용이 더 큰 공매도 폐지를 추진할 수도 없다. 결국 정부는 어중간한 절충안을 내놓는 미봉책을 선택했다. 

지난 2월 3일 금융위원회는 기존 3월 15일까지였던 공매도 금지 기간을 5일 2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즉, 5월 3일부터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기회에 대한 기관과 개인 간의 불공정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개인 대주 제도를 확대·개편해 나가겠다는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공매도 금지 한 달 반 연장 결정은 개인과 외국인투자자 모두를 만족시키기 못하는 선거용 대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공매도 폐지 등 강력한 대책을 요구했던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정부의 결정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5월 3일 공매도가 재개되어 큰 손들이 이전과 같이 공매도를 활용하게 된다면,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이 지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공매도 금지가 장기화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흥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공매도 금지 연장 결정이 나온 직후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공매도를 금지하는 나라가 됐다면서, 위험 회피 수단을 잃은 외인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떠나게 된다면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매도 논란의 핵심은 금지 기간의 문제가 아니다. 공매도 제도를 활용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파생상품을 개발해 공매도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 국내 기관 및 외국인투자자들도 리스크를 헷지하는 수단이 다양하다면 굳이 공매도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 따라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공매도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파생상품의 활성화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중소벤처무역협회 해외시장경제연구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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