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트로트는 노래마다 의미상의 메시지를 품는다. 이러한 묵시(默視)는 정치적으로 감응하기도 하고, 종교적인 영감으로도 승화되고, 기업경영적인 결속력으로도 응결되기도 한다. 공자(BC 551~470)가 설파한 ‘노래는 세상과 통한다’는 말의 현실적인 의미이다. 여기서 말한 세상은 바로 사람과 사람의 선택과 관계이다. 이러한 민속신앙의 맥락에 걸린 노래가 1990년 김학진이 노랫말을 짓고, 송결이 곡을 엮어서 머루와 다래가 세상에 내놓은 '진또배기'다. 이 노래를 2003년부터 이성우가 리메이크 했고, 2020년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3위, 미(美)를 차지한 이찬원이 절창을 했다. 노래 탄생 30년 만에 다시 흔든 노래 깃발이다.

어야 디야~ 어야 디야~ 어야 디야~/ 어촌마을 어귀에 서서/ 마을에 평안함을 기원하는/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오리 세 마리 솟대에 앉아 물불바람을 막아주는/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바다의 심술을 막아주고/ 말없이 마을을 지켜온/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어허 어허 어허 어허 어야디야~/ 풍어와 풍년을 빌면서 일 년 내내 기원하는/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배띄워라 노를 저어라/ 파도가 노래한다 춤을 춘다/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 오리 세마리 솟대에 앉아/ 물 불 바람을 막아주는/ 진또배기 진또배기 진또배기.(가사 일부)

진또배기는 민속신앙 속에서의 솟대다. 새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세우거나, 마을 입구에 수호신의 상징으로 세운 긴 나무 장대. 삼한 시대의 소도에서 유래한 것으로, 긴 장대 끝에 나무로 만든 새 조각을 꽂는다. 지방에 따라 소줏대·솔대·별신대 등으로 불리며, 진또배기는 강원도 지방 사투리다.

솟대는 농촌에서 섣달 무렵 새해농사가 풍년이 되길 기원하며, 볍씨를 넣은 주머니를 장대에 묶어 세웠던 것이 유래다. 이것을 마을 한복판이나 집 마당 등에 세우고 정월 대보름 때 마을 사람들이 풍물놀이를 벌였다. 또한 마을의 입구에 수호신 역할이나 마을 경계를 나타내는 의미로 세웠는데, 장승(長栍)과 함께 세우는 경우도 많았다. 그 밖에도 과거 급제를 축하하기 위해서 마을 입구에 꼭대기에 푸른 색 용(靑龍)을 붙인 주홍색 장대를 세우기도 했다. 솟대의 끝에는 오리나 기러기 등이 올려 졌는데, 옛날 솟대의 새들은 천상계의 신들과 마을의 주민을 연결해주는 일종의 전령조(傳令鳥)였다는 설이 있다. 아시아의 북방민족들은 기러기·오리·백조 등 물새들이 가을에 남쪽으로 떠났다가 봄에 다시 돌아오는 것을 매우 신성시한다. 시베리아의 오브강 동쪽에 네넷족은 기러기가 남쪽에서 돌아오는 날을 새해의 시작으로 여긴다. 우리 달력으로 치면 양력 4월경이다. 이들은 기러기가 가을에 은하수를 따라 천상계로 날아갔다가 봄에 지상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솟대(진또배기)는 강릉 경포호와 동해안 해안선 사이에 낀 강문이라는 포구마을 솟대가 대표적이다. 약 5m의 짐대 위에 세 갈래로 갈라진 나뭇가지가 가로로 얹혀 있고, 각 갈래마다 정교하게 만든 나무오리 세 마리가 올라앉아 있다. 목을 길게 빼고 멀리 경포 호수 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곧 푸드득 날아오를 새처럼 생동감 있다. 진또배기란 짐대박이의 사투리로 짐대에 사람이나 짐승 또는 물건에 무엇이 박혀 있다는 뜻의 접미어 박이가 첨가되고, 모음동화를 일으켜 짐대백이가 된 것이다. 강릉지방의 솟대(짐대) 통나무는 여름철 홍수기에 바닷물에 밀려서 모래자상으로 나온 나무를 말한다. 이 나무는 멀리 함경도 지방에서 왔다는 설도 있고, 대관령 깊은 골에서 떠내려 왔다는 설이 있다.

이찬원은 13세 무렵(대구 선원초 6학년)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예명 질러보이)해 트로트 신동으로 등극했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방송에서는 특유의 구수한 목소리로 진또배기를 부르며 최단기간 올하트를 받았고, 가수 진성은 최초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며 ‘이런 친구에게 기회를 안 주면 누구한테 주겠어요’라고 호평했다. 이찬원은 대구의 조영남, 청국장 목소리라는 별명도 달고 다닌다. 이 노래는 대구 달서구 용산동에서 막창집을 운영하는 아버지가 추천해 준 곡조다.

이찬원은 2008년 전국노래자랑, 대구 중구 우수상 연말 결선 출연. 2009년 놀라운 대회 스타킹 대구 특집 편. 2013년 전국노래자랑, 대구 서구 인기상. 2019년 전국노래자랑, 경북 상주편 최우수상 수상자다. 대구에서 상주로 가서 출연한 이유는 외가댁이 있어서다. 외할머니가 친정동네에서 열리는 노래자랑에 외손주를 앞세우고 싶었던 것이다. '진또배기'를 리메이크해 원곡 가수 이상으로 인기를 얻었던 이성우는  2018년 췌장암으로 59세의 일기를 마쳤다. 본명 이성호. 가객은 영원의 나라로 가고 노래는 남아 현세 대중들의 가슴팍을 덩실거리게 한가.

유행가가 메시지를 아물면 감흥 온도가 상승한다. 그래서 국가(國歌), 시·군가(市·郡歌), 사가(社歌, 회사노래)를 만든다. 이참에 660만 중소기업들 저마다의 사가 한 곡조를 만드는 CEO들의 작심(作心)이 서면 좋겠다. 중소기업이 흥하면 나라가 흥한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 한국콜마 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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