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고립감과 생계 걱정이 정신과 진료증가로 이어졌다는 통계가 발표되면서 ‘코로나 블루’의 실체가 증명됐다.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0년 상반기 진료비 주요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정신건강의학과 내원일수는 614만 일로 전년 동기대비(556만 일) 10.4% 늘어났다.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생활방식은 사람들을 스트레스, 우울증, 수면장애 등 정신적 피폐함으로 몰아가고 있다. 특히 생업에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와 150만명 실업자 시대를 맞아 취업에 실패한 청년층을 중심으로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가계지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가 주류·담배에 지출한 돈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4조2975억원으로 집계됐다. 1970년 한은이 관련 통계를 시작한 후 가장 많은 액수다. 장성철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일상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이른바 '분노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해소되기 전까지 이 같은 소비행태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고독감 증대가 여성과 청년층 사이 자살문제가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고독·고립 문제’ 담당 장관직과 부서까지 신설하며 적극 대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사람들의 고독감과 우울의 문제는 이제 단순히 개인의 차원을 넘어 국가차원의 아젠다로 봐야하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아무리 언택트 시대를 맞아 온라인을 통해 일상의 모든 일이 가능해졌다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2019년 KT가 사용자들이 음성비서AI스피커 ‘기가지니’에 가장 많이 건넨 말을 분석한 결과, 1위는 다름아닌 “사랑해”였다고 한다. 첨단 IT 디지털 문명의 편리함을 누리는 우리가 얼마나 인간적 접촉과 애정에 목말라 하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사례다. 미국의 경우,작년 몇몇 주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고립된 노년층에게 단순 케어로봇이 아닌 반려견 로봇을 보급했더니, 약 1년 후 이들 중 70%가 고립감이 감소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부각된 ‘언택트(Untact)’ 기술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성에 대한 힌트를 준다. 바로 인간 사이의 단절이 아닌, 인간적 접촉을 보완해주는 역할로서 포지셔닝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비대면 생활로 인한 ‘코로나 블루’를 인간의 온기로 극복하자는 ‘휴먼터치’ 개념은 ‘트렌드코리아 2021’에서 선정한 키워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언택트 사회에서 현대인들의 ‘인간적 소통’에 대한 열망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지가 팬데믹 시대의 생존과도 직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휴먼터치’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휴먼터치’는 경영관점에서 크게 인사관리와 마케팅부문에서 활용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인사관리 있어 휴먼터치는이전부터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꼽히며 활용되어 왔다. 휴먼터치는 크게 ‘물리적 터치’, ‘대화에 의한 터치’, ‘심리적 터치’ 세 종류로 나뉘는데, 코로나로 인해 ‘물리적 터치’나 ‘대화에 의한 터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심리적 터치’의 중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 재택근무와 같은 비대면 업무환경속에서 직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빠르게 기업문화 속에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겸임교수이자 ‘조직의 성과를 이끌어내는 리더십’ 저자 대니얼 골먼은 “조직의 성과에서 이성의 영향력은 20%에 불과하며, 감성의 영향력은 80%에 달한다”고 말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 장기화로 이제 기업들도 제품과 서비스에 ‘휴먼터치’를 담은 감성마케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감정인식 기술이 적용된 키즈모빌리티‘리틀빅 이모션’을 개발해 어린이 환자치료에 시험 운용하는 등 휴먼터치 기술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음성인식 플랫폼 ‘빅스비’를 단순 음성인식에서 한단계 진보한 기능으로 휴먼터치를 구현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활용해 주변의 환경 정보를 확인해 알려주는 ‘빅스비 비전(Bixby Vision)’이 대표적인데,시각장애사용자들에게 라벨, 표지판 등을 읽어줘 사물이나 물체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코로나19가 앗아간 건 인간사이의 접촉, 휴먼터치(Human Touch) 그 이상일 것이다. 물리적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장시간 온라인에 접속해 있는 것은 연결강박을 심화시킬 수 있고, 나만 따돌려질 지 모른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증후군과 맞물려 더 큰 고독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기업은 지금까지 더불어 살아온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본질을 뒤흔드는 ‘고독한 인간’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어떻게 ‘휴먼터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답을 찾아야 한다.

이수빈 글램파트너스 대표·한국강소기업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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