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나 지난일임에도 또렷이 기억나는 한 장면이 있다.

목욕탕을 운영하던 사장님께서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느냐면서 기막힌 사연을 털어 놓으셨다. 사업을 하다가 망해서 오갈 데 없는 조카딸 부부를 채용해 주었다. 조카는 목욕탕 카운터로 조카사위는 보일러기사로 근무를 시켰는데 3년쯤 근무하다가 그만 둔다면서 사직을 하더란다. 그리고 2~3개월 지나서 편지가 한통 왔는데 근무하는 동안 받은 월급을 적게 주었으니 1년에 1억원씩 3억원을 언제까지 편지에 적힌 예금계좌로 입금을 시키라고 했다. 세상에 날벼락도 유분수지 오갈 데 없는 사람을 기거할 방까지 얻어주면서 오히려 남보다 더 많은 월급을 주었는데 덜 받은 월급이라고 금액을 정해서 통장에 입금시키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조카는 목욕탕 카운터로 근무하면서 일일매출일보를 모두 복사를 해서 보관하고 있다가 퇴사 후 탈세제보를 미끼로 금전을 요구한 것이다. 처음에는 세금을 얼마를 추징당하더라도 그런 협박을 하는 조카부부가 괘씸해서 거절하려고 했다. 그런데 탈세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과 관련된 비리까지 증거를 갖고 협박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요구한 돈을 주고 사건을 해결했다.

국세청은 대기업에 대해서는 주기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반면에 중소기업은 연간 5000여 업체가 조사를 받는다고 하니 웬만한 중소기업은 세무조사를 받기가 쉽지 않다. 중소기업이 세무조사대상으로 선정되는 이유는 국세청의 내부 분석자료에 의해 세금탈루혐의가 있는 업체로 선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금융거래 중 의심거래로 통보된 경우, 각종 소명요청에 대응을 잘못하여 조사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국세청에서 조사대상자로 선정해서 세무조사를 하는 경우보다 탈세제보에 의한 세무조사가 오히려 많다고 한다.

그동안 탈세제보는 동업자나 종사자, 사업과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이 개인적 감정에 의해 탈세제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는 탈세제보를 미끼로 금전을 뜯어내기 위해 제보를 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탈세제보에 대해 포상금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국세기본법에 근거를 마련해서 시행하고 있다. 탈세제보에 의한 추징실적이 효과적으로 나타나다보니 포상금 지급액을 탈루세액이 5000만원 이상이면 탈루세액에 최고 20%를, 30억원을 초과한 금액에 5%를 포상금으로 지급한다. 포상금 지급한도도 30억원에서 40억원으로 높였다. 이러한 탈세제보 포상금제도가 시행되면서 신종 직업이 나타났다.

탈세 잡는 파파라치, 일명 세파라치(탈세제보자)라는 직업이다. 탈세제보보상금 지급대상이 되는 제보내용은 막연히 세금을 누락한다는 식의 제보는 해당되지 않는다. 조세탈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거래처, 거래일 또는 거래기간, 거래품목, 거래수량 및 금액 등 구체적 사실이 기재된 자료나 장부같은 중요한 자료를 근거로 제보해야 한다.

최근에 필자가 상담한 세무조사대상자의 경우 근무하던 직원이 회사 내부 자료를 고스란히 국세청에 넘겨서 조사가 시작됐다. 가정집을 주로 공사하는 실내인테리어를 하는 업체였는데 대부분 고객들이 세금계산서를 받기를 꺼려해서 70% 가량이 세무신고에서 누락했다. 근무하던 직원이 5년 동안 900여 건에 달하는 공사계약서를 복사하고 차명계좌 내역까지 국세청에 제보가 되어 조사가 시작됐다. 위 사례처럼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이 회사 내부 자료를 입수해서 명백한 증거자료를 제보하는 경우 치명적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국세청에서 발표한 포상금지급사례를 보면 회사 내부 사람이 아니면 알지 못하는 정보가 대부분이다.

해외특수관계자에게 저가 수출해 이익을 이전하고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금을 변칙으로 유출한 사실을 제보해 탈루세금을 추징한 사례의 경우, 제보자는 저가 수출내역 및 해외 페이퍼컴퍼니 관련서류 등 탈세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첨부해 제보가 되어서 꼼짝없이 탈루금액이 모두 적출됐다.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미등기 전매, 친인척 명의로 명의 신탁해 취득ㆍ양도를 반복하고 양도소득세 신고 시에는 취득계약서를 위조해 양도소득을 탈루한 사례의 제보자는 실제 매매계약서 및 부동산 명의신탁 내역, 부동산 거래대금 입출금 계좌 등 구체적 자료를 제보했고 결국 탈루된 양도소득세를 추징당했다.

강남에 있는 유명 성형외과의 경우 수술비를 20% 할인해 주는 조건으로 현금결제를 유도하고 이를 직원 명의 차명 계좌에 입금 받아 수입금액 탈루 사실이 적출되어 사업소득세를 추징당하고 현금영수증 미발급에 따른 과태료까지 부과 받은 사례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국세청은 탈세제보포상금제도 이외에도 차명계좌 신고포상금, 은닉재산 신고포상금, 현금영수증 거부 포상금, 현금영수증 미발급 신고포상금, 해외금융계좌 신고포상금, 명의위장 신고포상금, 부조리신고 포상금 등 8가지 포상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7년부터 3년간 탈세제보 포상금과 차명계좌 신고 포상금 제도로 추징된 세액은 각각 3조9000억원과 1조6000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추진하면서 탈세제보 한도액을 1억원에서 40억원으로 인상하고 차명계좌 신고포상금 제도를 도입하였다.

기업을 하는 경영자 입장에서는 온통 세상이 탈세제보 지뢰가 깔려있는 형국이다. 어쩌면 성실하게 납세를 이행하는 것이 지속적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충격적인 상황을 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안수남 세무법인 다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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