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살이 유행가를 시계바늘에 비유했다. 돌고 돌아가는 인생사, 길을 잃기도 하고 되찾기도 하는 사연을 노래로 얽었다. 하늘 길·물길·땅 길은 지척(咫尺)을 가름할 수가 있지만, 삶의 여정은 알 수 없으니 노래로 읊을 만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 자신과 타협을 한다. ‘사는 게 뭐 별 것 있나, 욕 안 먹고 살면 되지.’라고. 이러한 사회적인 통념을 얽은 곡이 2008년 신유가 불러서 히트 한 '시계바늘'이다. 이 노랫말을 지은 신웅은 신유의 아버지다. 아버지가 지은 노래를 아들이 부른 부작자창(父作子唱)이다. 술 한 잔에 너털웃음을 담아 건네는 이 곡은, 삶에 대하여 머리에 떠오른 대로 가사를 쓰고, 입으로 나오는 대로 흥얼거리는 듯하다. 실존철학(實存哲學)이 살아 꿈틀거린다. 아등바등하는 현대인들에게 낙천적으로 살 것을 권면하는 선창(宣暢)이며, 신유 특유의 맑은 미성이 매력이다.

사는 게 뭐 별 거 있더냐/ 욕 안 먹고 살면 되는 거지/ 술 한 잔에 시름을 털고/ 너털웃음 한번 웃어보자 세상아/ 시계바늘처럼 돌고 돌다가/ 가는 길을 잃을 사람아/ 미련 따윈 없는 거야/ 후회도 없는 거야/ 아~ 아~ 세상살이 뭐/ 다 그런 거지 뭐// 돈이 좋아 여자가 좋아/ 술이 좋아 친구가 좋아/ 싫다하는 사람은 없어/ 너도 한번 해보고/ 나도 한번 해 본다/ 시계바늘처럼 돌고 돌다가/ 가는 길을 잃을 사람아/ 미련 따윈 없는 거야/ 후회도 없는 거야/ 아~ 아~ 세상살이 뭐/ 다 그런 거지 뭐.(가사 전문)

노래 속의 주인공이 가련하다. 세상에 부침(浮沈)이 오죽했으면, 사는 게 뭐 별것 있냐고 자조할까. 저마다가 세상살이의 주인공인 사람들의 삶은 모두가 유별하다. 시계바늘처럼 돌고 돌아도 각양각색의 별이다. 그래서 '시계바늘' 노래를 부르면서 우리는 서로를 위로해야 한다. 샐러리맨의 삶 속에 갇혀 있는 직장인들은 더하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창업주나 오너(owner)들의 고뇌와 숙고는 어떠하랴. 그래서 더욱 이 노래가 절절하고, ‘우리’라는 단어로 결속을 하며 상생의 길을 도모해야하는 떼 창의 소재로도 적절하다. 그러니 술 한 잔에 시름을 터는 '시계바늘'의 주인공에게 박군이 부른 '한잔해'로 추임새를 부추겨주는 것도 멋진 장단 맞춤 이리라. ‘한 잔해 한 잔해 한 잔해/ 갈 때까지 달려보자 한 잔해/ 오늘밤 너와 내가 하나 되어/ 달려 달려 달려 달려/ 한 잔해 한 잔해 한 잔해/ 갈 때까지 달려보자 한잔 해/ 내가 쏜다 한잔 해.’ 한 잔 술에 인생시름이 털리는 듯하다. 술은 천지미록(天之美祿), 하늘이 내려 준 아름다운 복록이니까.

'시계바늘'을 부른 신유는 이 노래를 부르기 전에 엘리지의 여왕(이미자, 1941~)으로부터 맛깔 나는 노래로 부르기 위하여 족집게 레슨을 받았단다. 가요무대 추천도 그녀가 했다. 이미자는 가요계의 그 누구에게도 직접적인 조언을 한 적이 없단다. 하지만 신유는 예외였다. 신유가 찜 당한 것이다. ‘안으로 부르지 말고 밖으로 뱉어라, 맑고 투명한 음색, 억지 기교를 넣지 말고 순수한 창법으로 불러라.’가 이미자의 가르침이다. 당시 26세 본명 신동룡. 신유는 1982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백제예술대학을 졸업하고, 2008년 '잠자는 공주'로 데뷔하였다.

그는 배제중고에서 유소년축구 국가대표를 지냈다. 이 노래는 발표 후 트로트 챠트에서 장윤정 다음으로 2위를 여러 번 했다. 그는 팬 카페에서 왕자님으로 통하며 누나부대를 몰고 다닌다. 원래 발라드 가수로 출발을 했지만 군 복무를 마치고 아버지 신웅의 권유로 트로트로 전향한다. 신웅은 ‘네 목소리에는 뽕끼가 들어있다’고 하면서 '잠자는 공주'를 취입하여 50만 장이 판매된다. 가수 순위에서도 나훈아·조항조·이승철 등 중견 가수들 뒤를 이었다. 신유 아버지 트로트 가수 신웅도 길보드차트 20위에 올랐다. 길보드차트는 고속도로휴게소 등에서 복사판으로 불법 판매되는 CD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통계자료로 중장년층의 인기 척도를 반영한다.

신이 인간에게 공평하게 내려 준 선물 두 가지가 있다. 시간과 죽음이다. 이 중에서 시간은 저마다의 주인공이 활용하는 데로 부가가치가 상승되는 무한에너지이며, 그 에너지가 종적으로 쌓이는 역사가 되어서 두 번째 선물을 맞이한다. 이 기간이 100년 정도다. 개개인이 살아내는 역사의 산술적 증거는 스스로가 피와 눈물과 땀을 흘리면서 돌린 시계바늘의 결과이다. 오늘도 버거운 시계바늘을 돌리고 난 후 술 한 잔으로 시름을 털자. 술(酒), 술은 대중가요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재다. 채규엽의 '술은 눈물인가 한숨이련가', 백설희의 '술의 탱고', 김용만의 '술이 원수다'(술 전쟁) 등이 대표적인 유행가다. 그만큼 대중가요는 일상적인 삶과 밀접하다. 한국대중가요연구소 분석결과에 의하면, 술·담배·커피·밥·보리·나물·고기·수박·김치 등이 음식 관련 노래 소재로 채택된 순서다.

가수 신유(신동룡)의 아버지 신웅(본명 신경식)은 1953년 칠곡군 약목면 출생이다. 이곳은 6.25전쟁 당시 미군 B-29기 전술융단폭격지, 낙동강 방어작전(1950.8.1.~9.15), 작전명칭 ‘Stand or Die(죽느냐 사느냐)’의 중심지역이다. 신경식은 33세이던 1985년 '안녕이라 말해도'로 데뷔하였다. 아내(신유의 어머니)는 1970년대 라나에로스포 멤버였던 한성자. 그녀는 대구에서 밤무대 얼굴 없는 가수 활동을 하였고, 한때 하니비시스터즈 멤버로 대구 공연 중에 신웅을 만나 결혼했다. 유행가는 인류학적인 보물이고, 사람들 저마다의 인생사이기도 하다. 오늘도 한 잔 술에 시름을 털자, 희망찬 내일을 위하여.

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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