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공모가 35달러 책정"…자금조달 5조 넘어서

쿠팡 잠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쿠팡 잠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 뉴욕증시에 입성하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업계의 최강자 쿠팡의 행보에 유통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0년 소셜커머스로 출발해 '로켓 성장'을 해온 쿠팡은 이번 미 증시 상장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유통시장에서 재도약을 노릴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온·오프라인 업체의 동맹 등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유통가의 생존을 위한 대격전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는 쿠팡의 주식 공모가가 35달러(약 3만9862원)로 결정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쿠팡이 전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자료를 통해 제시한 32∼34달러 범위보다 높은 가격이다. 35달러가 맞는다면 쿠팡은 이번 기업공개(IPO)로 5조원에 가까운 거액의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또 공모가를 기준으로 쿠팡의 기업가치는 630억달러(약 71조8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라고 WSJ은 전했다. 쿠팡은 11일 NYSE에서 'CPNG'라는 종목 코드로 첫 거래가 이뤄질 예정이다.

WSJ에 따르면 쿠팡은 외국 기업으로는 지난 2014년 알리바바 이후 뉴욕증시에 데뷔하는 최대어가 된다. 이번 상장의 주관사는 골드만삭스, 앨런앤드컴퍼니, JP모건체이스 등이다.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최대 5조원에 달하는 자본을 조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 자금을 어디에 사용할지도 관심사다. 쿠팡은 상장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을 갖고 최대 강점으로 손꼽히는 운송과 물류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수정 상장 신청서류에 따르면 쿠팡은 "확장 계획의 일환이자 미래 고객의 예상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수년 내(over the next few years) 7개의 지역 풀필먼트 센터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로켓배송 등의 서비스를 유지·확대하려면 판매자 상품 보관부터 주문에 맞춰 포장, 출하, 배송 등을 일괄 처리해주는 풀필먼트 확대가 필수적이다. 

쿠팡은 2025년까지 5만명 신규 고용도 목표로 제시했으며, 엔지니어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의 채용도 확대할 방침이다. 쿠팡은 "(기술 쪽 투자가) 고객 경험의 혁신을 이끌어올 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가져오는 한편 새로운 사업 계획으로의 확장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또 "새로운 사업 계획도 항상 탐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 증시도 쿠팡의 미국 증시 입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쿠팡의 관련주로 엮이는 종목들과 네이버, 카카오 등 최대 경쟁업체의 주가는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2분 현재 쿠팡과 물류 전담 운송사 계약을 맺은 운송 물류업체 동방은 전 거래일보다 7.65% 오른 1만700원을 가리키고 있고, 쿠팡과 물류 창고업무 제휴를 맺은 KCTC도 14.49% 급등한 9560원에 거래되고 있다. 

쿠팡플레이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은 KTH는 5.39% 상승한 1만750원을 나타내고 있다. 또 쿠팡의 택배 물량이 늘면 골판지 수요가 증가한다는 전망에 영풍제지(2.83%), 대영포장(13.03%) 등 골판지 업체도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쿠팡의 최대 라이벌인 카카오와 네이버 주가도 강세다. 카카오는 전날보다 3.48% 오른 47만6000원을 가리키고 있고, 네이버도 0.81% 상승한 37만5000에 거래 중이다. 

현재 유통업계에선 쿠팡을 의식한 '반쿠팡 연대'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다음주 중 자사주 교환을 비롯한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 자사주 교환 주체는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가 유력한 상황으로, 교환 규모는 2000억∼3000억원 사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시장 1위 기업인 신세계그룹과 거래액 기준 국내 1위 이커머스 기업 네이버의 협업은 상당한 시장 파급력을 지닐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쿠팡의 양강 구도'를 흔들기 위한 카카오의 행보도 거세다. 카카오는 국내 전자상거래업계 3위 기업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을 경우 e커머스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카카오의 e커머스 거래액(추정)은 3조원 규모로, 여기에 이베이코리아 거래액(20조원)을 합치게 되면 단숨에 네이버(27조원)·쿠팡(22조원)과 함께 업계 선두권 업체로 뛰어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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