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9년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미래세상을 표현한 영화 ‘매트릭스’가 현실로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 합성어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진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 안에서 아바타로 구현된 개인들은 서로 소통하고, 함께 게임이나 콘서트를 즐기고, 경제활동을 통해 돈을 버는 등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 활동을 가상세계에서도 영위할 수 있다.

최근 메타버스 대표기업으로 불리는 미국 모바일 게임기업 로블록스(Roblox)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메타버스 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국에서 10대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로블록스는 이용자 수만 약 1억5000만명으로 가상세계에서 사용자들이 아바타를 만들어 소통하며, 자체 가상화폐로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주식상장과 함께 주가가 급등해 시가총액이 약 382억 달러에 달한다.

메타버스 관련 시장 전망도 낙관적이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는 2025년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규모가 2800억 달러(약 3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의 일상으로 빠르게 다가온 메타버스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그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언택트 문화 확산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시대 대표기술로 꼽히는 AR, VR, AI의 발전과 5G 대중화, 그리고 무엇보다 MZ세대의 ‘부캐(부차적인 캐릭터)’로 통용되는 ‘멀티 페르소나’ 현상도 빼놓을 수 없다. 멀티 페르소나는 메타버스 시대를 이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 속에서 성장한 MZ세대는 다양한 SNS플랫폼을 넘나들며, 마치 가면을 바꿔 쓰듯 플랫폼 성격에 따라 다양한 자아를 동시에 표현하는 것에 매우 익숙한 세대다. 이러한 멀티 페르소나 현상은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도피하거나,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메타버스 세상에서 이상적인 자아를 표출하며 만족감을 느끼는 심리기제의 일환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시장 조사기관 글로벌웹인덱스(GlobalWebIndex) 발표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 중 98%가 SNS 사용자고, 한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소셜 미디어가 평균 8.1개에 달한다고 하니 어쩌면 멀티 페르소나 현상은 당연한 수순일지 모르겠다.

이러한 트렌드에 국내외 기업들의 움직임도 빠르게 포착되고 있다. 발렌티노나 마크 제이콥스 같은 명품 브랜드가 닌텐도 콘솔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PPL을 하거나,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은 게임 ‘포트나이트’에 자신의 아바타를 내세워 공연을 하기도 했다. 무려 전세계에서 1230만명이 몰렸고 스콧은 기존 공연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렸다는 후문이다.

국내에선 방탄소년단이 작년 9월 ‘다이너마이트’ 안무버전 뮤직비디오를 ‘포트나이트’ 내 파티로얄 무대에서 전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파티로얄은 게이머들이 다른 아바타들과 함께 영화를 보거나 콘서트를 즐기는 곳인데, 유저들은 BTS 안무 이모티콘을 구매해서 새로운 춤을 함께 추는 등 오프라인 콘서트와 다름없는 시간을 보냈다. 사용자간 함께 소통하고 경험을 나누는 SNS의 기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네이버는 얼굴인식과 증강현실 등을 이용해 아바타와 가상세계를 만드는 ‘제페토’라는 플랫폼을 출시해 YG⋅JYP⋅빅히트 등으로부터 170억원 상당의 투자를 받았다. 제페토 상에서 개인 이용자는 옷이나 아이템을 디자인해 팔 수 있는데, 최근 한 달간 아바타 옷을 만들어 300만원 상당의 수익을 낸 이용자가 나오기도 했다.

기성세대 입장에선 메타버스 개념을 이해하는 것도 버거울 지 모르지만, Z세대인 10대들에겐 메타버스가 이미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대체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대세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로블록스에는 미국 16세 미만 청소년의55%가 가입해 있는데, 이들의 로블록스 이용시간은 유튜브의 2.5배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진정한 메타버스 시대가 되려면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실제와 다름없는 가상세계의 경험을 주기 위해서는 몰입감을 주는 것이 중요한데, 사운드나 VR기술이 좀더 고도화되어야 한다. 특히 진짜 옆에 있는 것처럼 감정을 완벽히 전달하기 위해 3D 오디오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사람들의 다양한 취미와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컨텐츠의 다양성 확보도 시급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소셜 플랫폼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된 포인트가 있다. 바로 ‘메타버스 이코노미’의 구축이다. 현재 메타버스 상에서 상용화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혹은 디지털 화폐)가 플랫폼 안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세계에서도 현금처럼 사용될 수 있다면 메타버스 시대의 빅뱅이 도래할 것이다.

SF 영화에서 처럼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실제와 다른 페르소나를 지닌 아바타로 가상세계에서 장시간 체류하며, 게임이나 상업활동을 통해 가상화폐를 벌어 현실에서 사용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 세상이 과연 유토피아가 될 지 디스토피아가 될 지 아직은 그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세상은 다시한번 인터넷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 메타버스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고, 이 흐름에 수동적으로 끌려가지 않고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개인 모두 지금까지의 상식과 성공 방정식을 벗어나 새로운 상상력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빈 글램파트너스 대표·(사)한국강소기업협회 이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