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7%·SK이노베이션 5% 급락…"韓 배터리 타격 불가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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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가가 휘청이고 있다. 글로벌 최대 완성차 브랜드 폭스바겐이 미래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 적용 확대를 선언하면서 그동안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해온 LG화학의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의 '변심'이 최근 성장세에 탄력이 붙고 있는 K-배터리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오전 11시 9분 현재 LG화학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25%(7만원) 급락한 89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5거래일만에 하락 전환이다. 이날 전날보다 4.66%(4만5000원) 내린 92만1000원에 거래를 시작한 LG화학은 장중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도 전일 대비 5.47%(1만2500원) 내린 21만6000원을 가리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전일에도 5% 넘게 하락 마감했다.

이처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는 것은 폭스바겐의 각형 배터리 채택 선언이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폴크스바겐그룹은 15일(현지시간) 연 첫 배터리데이에서 공개한 '2030 배터리·충전 로드맵'을 통해 2023년부터 새로운 배터리셀을 도입해 2030년까지 생산하는 모든 전기차 중 80%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배터리셀은 각기둥 모양(prismatic)으로 고체상태의 배터리셀로의 전환에 최적의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마스 슈말 폴크스바겐그룹 기술담당 이사는 "우리는 배터리의 제조 비용과 복잡성을 줄이는 동시에 사용범위와 성능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형태에 따라 원통형과 파우치형, 각형으로 나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고, 중국 CATL과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일본 파나소닉은 원통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삼는다.

이중 현재 폭스바겐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폭스바겐의 대중 브랜드 전기차 플랫폼인 MEB 플랫폼의 경우 유럽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최대 공급업체이고, SK이노베이션이 2위 공급업체로 알려졌다.

증권가는 이번 폭스바겐의 발표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 제품만을 만들고 있는 데다 미국 사업에서 폭스바겐에 대한 의존도도 높은 편이라 영향이 더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폭스바겐의 MEB용 2차전지 공급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CATL 등으로 파악되는데 이 중 한국업체들이 공급하는 2차전지 형태는 파우치 형"이라며 "향후 폭스바겐 내 파우치 생산 한국 업체들의 영향력은 강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환·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폭스바겐이 2023년부터 각형 배터리를 도입한다고 밝힘에 따라 폭스바겐향 파우치형 2차전지 주요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게는 부정적인 소식"이라며 "계획에 따르면 2025년부터 한국 2차전지 배터리 업체들의 폭스바겐 내 점유율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업체 내재화와 특정 배터리 타입의 선정으로 파우치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에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LG화학이 공격적인 원통형전지 증설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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