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중 과학기술 격차가 사라졌다는 보고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1일 과기정통부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보고한 ‘2020년도 기술수준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추격하는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갈수록 높아져 양국 간 과학기술 격차는 0.1%에 불과해 사실상 없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보고서에서 언급한 국가별 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로 했을 때 EU(95.6%), 일본(87.3%), 한국(80.1%), 중국(80.0%)으로 평가됐다. 2018년 조사결과에 비교한다면 우리나라는 미국, EU, 일본 등 선진국의 과학기술과는 수준 차이를 좁혔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과 비교하면 2018년 0.9% 차이에서 2020년 0.1% 차이를 보여 기술 수준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한국은 건설·교통(84.0%), 기계·제조(80.7%), 소재·나노(80.8%), 농림수산·식품(81.4%) 등에서 중국보다 높은 기술 수준을 보였다. 반면 중국은 우주·항공·해양(81.6%%), 생명·보건의료(78.0%), 에너지·자원(81.6%), ICT·SW(85.7%) 등의 분야에서 우리를 앞섰다. 특히 생명·보건의료와 에너지·자원 분야는 2020년 들어 추월을 당한 것으로 조사돼 중국이 점차 우리 영역을 잠식해 나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과 과학기술 격차가 사라진다는 것은 다음의 두 가지 이유로 우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첫째는 당장 직면한 문제로 우리나라와 중국의 기술 수준이 같아진다면 규모의 경제에서 우위에 있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몇 년 전에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2018년 현대경제연구원은 한·중 기술 수준 격차가 줄어들면서 수출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 기술 수준 격차는 2014년 1.4년에서 2016년 1.0년으로 줄어들어드는 동안 수출 경합도 지수(ESI)는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기술격차가 사라진 현재 시점에서 보면 전 수출 산업 전반 및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에서 경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미래 먹거리 산업의 육성과 관련된 문제다. 2020년 기준으로 양국간 과학기술 수준이 정량적 분석으로 동일하다고 하지만, 정성적(질적인) 면을 따지고 들면 중국이 이미 우리나라를 추월했다고 봐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은 우주·항공·해양, 에너지·자원, ICT·SW 등에서 우리보다 앞서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들 분야는 각국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사활을 걸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따라서 향후 중국과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우리가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과학기술 수준이 이토록 빠르게 올라온 배경은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에 있다. 중국이 미국과 EU 다음으로 R&D 투자를 많이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선진국과 수준 차이가 뚜렷하면서 중국의 추월을 걱정해야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결국 R&D 투자를 늘려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단,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규모의 투자는 불가능한 만큼 경쟁력이 있는 미래 먹거리 산업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전략적인 투자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기술수준 평가 보고서 발간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뉴딜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원호 중소벤처무역협회 해외시장경제연구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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