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도 밝은 편이다. 경기가 회복된다는 것은 원자재 수요의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제 원자재 가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원자재의 국제 가격은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중요한 지표인 국제 유가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다. 런던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해 10월 1일 40.93달러에서 올 3월 12일에는 69.22달러를 기록해 약 70% 가량 올랐다. 경기회복의 바로미터인 구리 가격도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인 중국 경제 회복을 반영한 듯 2011년 이후 처음으로 톤당 9000달러를 돌파했다. 그리고 전기차 핵심 소재로 쓰이는 니켈 가격은 최근 중국의 공급 증가 소식에 주춤하고 있지만, 지난 2월에는 2011년 이후 최고치인 톤당 2만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한편 곡물 가격도 상승세가 뚜렷하다.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의 한파와 러시아의 곡물 수출세 인상의 여파로 밀의 국제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3월 인도분 밀 선물가격은 부셸(27.2㎏)당 675센트로, 지난 201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원유를 비롯한 천연자원과 곡물 등 농산물 가격 등이 급등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원자재 시장이 슈퍼사이클 단계에 진입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슈퍼사이클이란 원유, 가스, 금속 등 원자재나 곡물 등 농산물 및 반도체와 같은 상품의 가격이 수년에서 수십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현상을 의미한다. 특히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큰 원자재의 가격 폭등을 가리켜 ‘원자재 슈퍼사이클(Commodities Super-cycle)’이라 불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슈퍼사이클은 지난 100년 동안 세 차례 정도 나타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첫 번째 슈퍼사이클은 1910년대 초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한 미국에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냈다. 두 번째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 재건과 일본이 급속하게 성장했던 1950년~1974년 기간의 황금기와 궤를 같이 한다. 세 번째는 1990년대 중·후반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전 세계 원자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던 시기에 나타났다.

현재 원자재 가격의 상승 추세는 이전 세 차례에 걸쳐 나타났던 슈퍼사이클과 비교해 어느 정도 닮은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심감이 커지고 있다. 또한 지난해 천문학적으로 풀린 유동성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 경기 확장에 따른 원자재 수요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슈퍼사이클의 초기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일부 유사성을 인정하면서도 슈퍼사이클을 논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먼저 원유 가격에 대해 살펴보면 수요 증가에 기인한 현재의 가격 상승이 내년까지는 지속되겠지만, 이후에는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기차 보급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어 원유 수요의 증가는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다. 

곡물가격 또한 미국에서 이상 기온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상승하기는 했지만, 농업 관련 기술혁명으로 농산물 가격은 꾸준하게 하락하는 추세다. 마지막으로 200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이 탄소배출 저감 정책 및 청정에너지 전환정책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 향후 경기확장 국면이 지속된다고 해도 과거와 같이 원자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해외 선물과 현물에 직접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가 늘고 있다.  현재의 원자재 가격 급등이 슈퍼사이클로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투자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중소벤처무역협회 해외시장경제연구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