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혼(招魂) 노래는 제목부터 신령스럽다. 저승으로 떠나간 혼을 다시 부르는 유행가 곡조. 이 혼을 부르는 민간 의식을 고복(皐復)이라고도 한다. 고(皐)는 물가·언덕·늪이라는 말인데, 부르다는 의미의 ‘호’로도 읽는다. 복(復)은 되돌아온다는 의미. 우리의 전통풍습에서 사람이 임종(臨終)하면, 지붕 위에 올라가서‘아무동네의 아무개~ 복·복·복’이라고 세 번 외치고 죽은 이의 윗저고리를 훠얼훨~ 허공에 내젖는다. 이는 망자(亡者)의 혼을 다시 부르는 민속신앙 행위다. 2010년 김순곤이 노랫말을 얽고 임강현이 곡을 지어서 장윤정이 부른 '초혼'은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유행가로 천이(遷移)시킨 절창이다. 따라가면 만날 수 있나, 멀고 먼 세상 끝까지.

살아서는 갖지 못하는/ 그런 이름 하나 때문에/ 그리운 맘 눈물 속에/ 난 띄워 보낼 뿐이죠/ 스치듯 보낼 사람이/ 어쩌다 내게 들어와/ 장미의 가시로 남아서/ 날 아프게 지켜보네요/ 따라가면 만날 수 있나/ 멀고 먼 세상 끝까지/ 그대라면 어디라도/ 난 그저 행복할 테니/ 살아서는 갖지 못하는/ 그런 이름 하나 때문에/ 그리운 맘 눈물 속에/ 난 띄워 보낼 뿐이죠/ 스치듯 보낼 사람이/ 어쩌다 내게 들어와/ 장미의 가시로 남아서/ 날 아프게 지켜보네요/ 따라가면 만날 수 있나/ 멀고 먼 세상 끝까지/ 그대라면 어디라도/ 난 그저 행복할 테니/ 난 너무 행복할 테니.(가사 전문)

이 노래는 2012년 실제 초혼 굿을 하는 장면을 바탕으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었다. 굿판의 주인공은 중요무형문화재 82-2호 김금화(1931년생)만신(萬神, 만 가지 신을 섬기는 무당)이었다. 그녀는 서해안 배 연신 굿·대동 굿 기능보유자다. 만신은 무녀·여무·기자·단골·단골네 등으로 불리는 여성무당이다. <초혼> 노래 뮤직비디오는 신령스럽게 장식한 실제 신당에서 무당 만신이 접신(接神, 신과 만나는)하는 장면과 칼춤을 추며 작두(작도 斫刀)를 타는 장면이 담겼다. 이 뮤직비디오는 당시 KBS·MBC·SBS 방송3사에서 15세 이상 관람 가·재심의(보류)·방송불가 판정을 했었다. 스토리는 한 남자가 꽃다발을 들고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러 약속장소로 가는 도중에 그를 기다리던 여인은 교통사고로 불귀의 객이 된다. 이에 남자친구의 통곡과 방황이 이어지고, 마침내는 무당을 찾아가서 초혼(고복의식)을 통하여 고인이 된 여인과 재회하며 저승에서 같이 잘 살기를 희망하며, 하늘로 닭을 날려 보내는 장면의 비디오다. 실제로 등장하는 의식 장면은 제사상과 통돼지·사슬세우기·비수거리(작두) 등과 살아 있는 닭이었다.

유행가의 묘미(妙味)이다. 유행가는 들어서 감흥이 돋기도 하고, 떼 창으로 따라 부르면서 공감하는 노래가 있다. 그런데 이 '초혼' 노래는 해설이 필요하다. 아는 만큼 가슴속에 진득한 감흥의 국물이 끈끈하게 아우러지기 때문이다. 유행가 '초혼'을 음유하면 소월 김정식(1902~1934, 평북 구성)의 시 <초혼>이 오버랩 된다. 이승과 저승에 대한 통절한 관념 때문일 것이다.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중략).’ 1925년 12월 매문사(賣文社)에서 낸 시집 '진달래꽃'에 처음 발표된 이 시의 주인공은 그 보다 3세 연상 오순이라는 여인이란다.

소월이 짝사랑하던 그녀는 19세에 소월을 두고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갔다가 21세에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여 저승길로 드셨단다. 이에 그 초상가(初喪家)에 상문(喪門)을 다녀온 소월이 몸부림을 치면서 지은 시가 바로 '초혼'이란다. 죽은 사람과의 재회, 장윤정이 부른 유행가 '초혼'과 절절한 맥락이 통하지 않는가. 이별의 사무친 정과 한, 체념과 운명관을 아우른 승화. 인고(忍苦)의 마음을 깊고 맵고 서럽게 표현한 조탁옥조(彫琢玉條)다. 작사가 김순곤은 '초혼' 노랫말을 쓰면서 소월의 시를 몇 번이나 읊조렸을까. 사랑이 익으면 가슴속의 별이 된다. 그 별이 글자로 탄생한 것이 시다. 이 노래는 시보다 더 깊은 서정의 시다. 살아서는 갖지 못하는 그런 이름 하나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슴을 향하여 '초혼' 노래를 보내드린다.

장윤정은 1980년 충주에서 출생하여 8세 때인 1988년 KBS전국노래자랑 평택편에 출전하지만 예선 탈락. 이후 1999년 19세에 '내 안에 너'로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가요계에 데뷔를 하지만 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무명신세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 시기 그녀는 수많은 지방 행사를 다녔으며, 차를 타고 달린 거리는 지구 다섯 바퀴나 되며, 기름 값만 2억5000만원이 들었단다. 그녀는 2004년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의 재연배우로 활약하다가 인우프로덕션과 인연이 닿아서 '어머나'로 일약 스타가 되었으며, 이 노래로 세미트로트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윤정 열풍을 몰고 왔다. 2009년에는 노홍철과의 공개연애를 인정하였으나 결별하였고, 2012년 2살 아래 아나운서 도경환과 결혼하여 아들(연우)과 딸(하영)을 둔 엄마가수다. 장윤정은 행사의 여왕, 연예계 대표 짠순이, 통장 미녀 등 수식어가 많다. 장윤정 외에도 전국노래자랑 출신 연예인은 많다. 박상철·김혜연·홍석천·김신영·김재욱·송가인·임영웅·영탁·장민호·이찬원·김희재·정동원 등. 유행가 노래가 풍성하면 대중들의 가슴팍도 쿵쾅거린다.

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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