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면분할 효과에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 몸값 상승
카카오모빌리티·뱅크·엔터 등 계열사 가치도 재평가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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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액면분할을 마치고 거래가 재개된 카카오 주가가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카카오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 공략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구글을 등에 업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 기대감에다 지분을 보유한 두나무는 물론 카카오뱅크·엔터테인먼트 등 주력 계열사들도 줄줄이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카카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풍부한 호재 속에 카카오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본격화하며 주가 상승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59%(8500원) 급등한 12만500원에 장을 마쳤다. 카카오의 액면분할에 따른 주식거래 활성화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카카오는 주식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원으로 쪼개는 분할(1주→5주)을 마치고 이날부터 거래를 재개했다. 

액면분할은 주식 가격이 너무 올라 거래량 감소가 우려될 경우 거래 장벽을 낮추기 위해 시행된다. 지난 2018년 50대 1 액면분할을 진행한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사례로, 당시 200만원이 훌쩍 넘던 황제주 삼성전자는 5만원의 국민주로 재탄생했다.

카카오의 액면분할 결정은 주당 주가를 낮춰 소액주주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카카오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만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로 실적 등에 있어서 달라지는 건 없다"면서도 "개인투자자의 입장에서 50만원에 가까운 (카카오) 주가가 부담될 수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완화할 수 있어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개인투자자들은 카카오 주식을 434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러한 개인 순매수 금액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통틀어 1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774억원, 1441억원을 순매도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53조4790억원으로 코스피 종목 중 5위에 올랐다.

◆ 쿠팡 등 온라인 전자상거래 플랫폼 몸값 높아져

무섭게 성장하는 쿠팡과 네이버 등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카카오에게는 긍정적이다.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돌파했다. 미국 투자자들이 쿠팡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며 기업가치를 100조원으로 인정한 것이다. 

쿠팡의 성공적인 미 증시 상장으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이커머스 사업부문 확장에 고삐를 죄는 카카오의 기업가치 역시 높아질 공산이 크다. 

카카오는 최근 쇼핑 서비스를 카카오톡 전면에 배치하며 전자상거래 부문을 강화했다. 카카오는 비대면 바람을 타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쇼핑을 비롯한 전자상거래 부문에서는 후발주자다. 이에 올해 생방송 쇼핑과 개인화 추천 서비스 등을 강화해 차별화된 이커머스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카카오의 쇼핑 부문을 전담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카카오커머스는 지난해 매출 5735억원, 영업이익 1595억원을 올렸다. 이는 2019년 매출 2961억원, 영업이익 757억원보다 각각 94%, 110% 급증한 것이다.

카카오는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인수하면서 패션 카테고리에도 강점을 가지게 됐다. 카카오는 '카카오스타일'을 운영하는 카카오커머스의 스타일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과 합병할 예정이다. 7월 1일 출범하는 합병 법인은 카카오 자회사로 편입된다. 

합병 법인은 지그재그가 보유한 빅데이터와 카카오의 기술력·사업 역량 등을 결합해 경쟁력 있는 사업 기반을 갖추고 신규 사업 기회를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패션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전략이다.

◆ 카카오모빌리티·뱅크·엔터 등 계열사 가치 재평가

카카오의 주력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와 구글의 협력이 가시화되고, 지분 일부를 보유한 두나무가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카카오 주가에 힘을 싣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일 구글로부터 기업가치 3조4000억원을 인정받고 5000만달러(56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구글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신주 97만848주를 인수하며, 지분율은 1.69%가 된다. 투자 금액은 모빌리티 데이터 및 기술 고도화에 쓰일 예정이다.

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구글 투자 유치와 유료화 전략 가속화는 카카오모빌리티 기업가치 상승 요인"이라며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63.4%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실적도 개선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연결기준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은 2800억원, 영업손실은 12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2019년(1048억원)보다 167% 늘었고, 영업손실(221억원)은 100억원가량 줄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기사 대상 월 9만9000원인 유료 멤버십을 출시하는 등 수익구조를 다양화하고 있어 연내 흑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면서 카카오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가치도 치솟고 있다. 카카오는 본사와 자회사를 통해 두나무 지분 23.1%를 보유하고 있는데, 두나무의 미국 증시 상장이 현실화할 경우 지분가치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밖에 카카오뱅크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계열사들이 줄줄이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는 점 역시 카카오의 기업가치를 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민아 대신증권 연구원은 "2020년 카카오의 비용은 전년 대비 다소 증가했으나 견조한 매출 성장이 이를 모두 상쇄하고 이익 성장을 이끌었다"며 "올해에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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