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의 생애와 말씀으로 이루어진 한 권의 철학서이자 인문교양서 '나의 독립'(글꽃이 피었습니다•사진)은 독립운동가의 시와 말씀 서른네 점을 글씨예술가 강병인이 작품으로 옮기고 설명한 책이다. 작가는 이 책을 '훈민정음' 해례본에 나타난 제자원리에 따른 한글 쓰기와 방법론에 입각해 썼다고 설명했다.

강 작가는 이 책에서 거창하게 조국애를 논하고 다시는 나라를 잃지 않기 위해 어찌 살아야 하는지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고 했다. 남의 생각을 빌리지 않고 오직 자신의 신념으로 원대한 꿈을 꾸고 그것을 실천한 혁신가들의 말씀이 독립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개인과 국가의 미래를 여는 창조적인 자원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남의 삶을 살 것인가, 독립된 존재를 살아 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독립운동가의 시와 말씀을 서예로 형상화한 이유는 독립운동가가 나라와 개인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매진했던 그 정신을, 현대인들도 독립된 존재로 살아가고자 하는 자기계발을 기대한 때문이다.

책은 큰 울림을 던져주고 있다. ‘문화의 힘’을 강조한 김구 선생, ‘씨앗이 땅을 들치고 올라올 때 제힘으로 올라오지 남의 힘을 빌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씨앗을 강조한 이승훈 선생, 제 몸보다 ‘나라사랑’을 더 강조한 윤봉길 의사, ‘한글이 목숨’처럼 귀하고 소중하다는 최현배 선생의 말씀들은 말과 행동이 일치한 삶에서 나온 말이기에 더욱 살아있다.

작가는 이 책에 소개된 서른네 점의 작품은 저마다 글이 가진 의미를 보이게 하여 마치 독립운동가의 육성을 직접 듣는 듯 생생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글이 가진 뜻을 보이고 들리게 하는 것, 이것이 글씨의 힘이라고 작가는 강조했다.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쓰면서는 처절함을 표현하고자 몸부림쳤다고 고백했다. '빼'자에 주목했다고 한다. '빼'자는 세로획 여섯 개가 나란히 서 있는 독특한 구조라고 소개했다. 여섯 개 세로획을 가능한 한 붙여 써서 긴장감을 조성하고 붓이 갈라지고 먹물이 터지는 운필을 통해 나라를 빼앗긴 처절함을 표현하고자 몸부림쳤다고 했다.

작가는 한글의 독특한 특성도 살려냈다. 음양오행과 천지인의 원리 뿐만 아니라 ㅓ는 들어오는 소리와 기운, ㅏ는 뻗어나가는 소리와 기운, ㅗ는 솟아나는 소리와 기운, ㅜ는 내려가는 소리와 기운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순환의 원리가 배인 한글의 깊은 의미도 살려내려고 혼을 다했다.

강 작가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한글서예를 시작하고 중학교 교과서에서 추사 김정희 선생을 만나 그를 정신적인 스승으로 삼았다고 한다. 1990년대 말부터 서예와 디자인을 접목한 멋글씨, 캘리그래퍼(calligrapher)를 개척해 전통을 융합하는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한글글꼴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이 책은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열렸던 개인전 '독립열사 말씀, 글씨로 보다'에 출품한 작품과 책 간행을 위해 새로이 쓴 작품들을 담았다. 강 작가는 16회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130여 회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한글의 디자인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확장해온 노력을 인정받아 2012년 대한민국디자인대상 은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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