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꽃을 든 남자>를 김희재가 부르면 무대에 꽃향기가 피어오른다. 그의 팬클럽 이름은 ‘김희재와 희랑별·희랑별’이다. 그가 부르는 트로트는 천년양화(千年楊花) 기묘지성(奇妙之聲). 천년동안 피고 또 피어날 간들거리는 버들 꽃을 피워내는, 기이하고 절묘한 가락으로 공명(共鳴)한다. 그래서 김희재의 팬덤은 양화(揚花) 버들 꽃향기를 풍긴다. 이 꽃향기를 풍기는 다리가 서울 양화대교(제2한강교)이다. <꽃을 든 남자> 노래 발표 당시 원곡가수 최석준은 39세였다. 그는 유독 꽃노래를 많이 부른 가수다. 꽃 남자, <꽃을 든 남자>, <꽃잎 사랑>, <꽃보다 당신>, <천년화>, <세월꽃> 등이 그가 부른 꽃이다. 2020년 미스터트롯 경연에서 김희재가 <꽃을 든 남자>를 불러 시청자들에게 꽃향기를 선사했다. 그날 김희재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등장, 간들거리는 노련미를 선보이며 무대를 연출했고, 야들야들톡톡 골반 댄스와 간드러지는 음색으로 시청자의 환호를 자아내기도 했다. 나는야 꽃잎 되어 그대 가슴에 영원히 날고 싶어라~.

외로운 가슴에 꽃씨를 뿌려요/ 사랑이 싹틀 수 있게/ 새벽에 맺힌 이슬이/ 꽃잎에 내릴 때부터/ 온통 나를 사로잡네요/ 나는야 꽃잎 되어 그대 가슴에/ 영원히 날고 싶어라/ 사랑에 취해 향기에 취해/ 그대에게 빠져버린/ 나는 나는 꽃을 든 남자// 메마른 가슴에 꽃비를 뿌려요/ 사랑이 싹틀 수 있게/ 하얗게 두 손 흔들며/ 내 곁에 내릴 때부터/ 온통 나를 사로잡네요/ 나는야 꽃잎 되어 그대 가슴에/ 영원히 날고 싶어라/ 사랑에 취해 향기에 취해/ 그대에게 빠져버린/ 나는 나는 꽃을 든 남자// 나는야 꽃잎 되어 그대 가슴에/ 영원히 날고 싶어라 사랑에 취해/ 향기에 취해 그대에게 빠져버린/ 나는 나는 꽃을 든 남자.(가사 전문)

<꽃을 든 남자> 노래 속의 화자는 무슨 꽃을 들고 있을까. 새벽이슬이 내릴 때부터 이 남자는 꽃을 들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외로운 가슴, 메마른 가슴의 여인에게 꽃씨(꽃향기)를 뿌리려고 한다. 그 가슴에 꽃나무 싹이 틀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외롭고 메마른 가슴을 가진 사람은 꽃을 들고 있는 남정네 자신이다. 꽃을 든 당신. 꽃을 들고 여인네를 찾아갈 남정네들은 얼마나 꽃이 품고 있는 의미를 알고 선물할 꽃을 선택할까. 꽃 마다 품고 있는 꽃말과 의미는 독특하고 삼삼하다.

‘영원한 사랑, 널 사랑해’라고 고백하려면 보라색 튤립을 한 다발 묶으라. ‘행복한 사랑을 맹세’하려면, 핑크빛 장미 한 송이면 통한다. ‘널 향한 내 마음은 순결해’라고 전하고 싶으면 흰색 장미가 좋다. 안개 꽃 한 다발은 ‘죽을 만큼 사랑한다’는 메시지다. ‘나는 당신에게 매력을 느낍니다’는, 연보라 빛 라넌큘러스다 딱이다. 해바라기는 ‘나는 당신을 기다릴게요’다. 20세기 세계의 기자들이 뽑은 최고의 미인, 소피아 로렌이 전쟁 통에 잃어버린 첫사랑을 찾아 헤매는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해바라기 평원을 연상해 보시라. 그녀는 본명이 소피아 빌라니 시콜로네(1934년 로마 출생)이며, 예명 소피아 로렌으로 활동한 이탈리아의 배우이다. 그녀는 베니토 무솔리니의 손녀 알레산드라 무솔리니의 이모이다. 연인과의 사랑이 시작되면, 벚꽃 한 다발을 묶어라 ‘순결한 시작’이다. 사랑이 익어 가면 로단테를 건네라, ‘내 사랑은 영원할 거야’다. 첫 소개팅 이후 두 번째 만날 때는 데이지 꽃을 준비하라, ‘당신 참 미인세요’이다. 재혼 상대를 만날 때는 프리지아를 들고 가라, ‘당신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 꽃을 든 남자, 꽃을 든 여자는 사랑이 익어 가는 가슴 방을 품은 사람이다. 향기를 싼 보자기에는 향기가 베인다. 꽃의 의미를 알고 선물을 하면 상대방의 가슴속에 향기가 익는다.

<꽃을 든 남자> 원곡가수 최석준은 1961년 예천 출생, 그는 2012년 전 대통령 비자금 관리인을 사칭한 일당에게 3억여 원을 사기 당했단다. 안타까운 사연이다. 그래도 좋은 소식도 있다. 2014년 10월, 예천읍 한천체육공원에서 <꽃을 든 남자> 노래비 제막식이 열렸다. 예천군 노래비건립추진위원회에서 세운 것이다. 노래비의 향기가 예천에 베이기를 기원드린다.

김희재는 1995년 울산 출생, 울산이미자로 불린다. 2020년 내일은 미스터트롯 결승전에서 최종 7위를 했다. 김희재는 2020년 3월 해군 병장으로 전역을 했다. 한국예술고등학교와 명지전문대에서 실용음악을 공부한 그는 별명도 많다. 울산이미자·히재·트롯신동·춤희재·희욘재·돌리도좌·야박히재·희타·아기치타·트롯요정·조신희재·유교보이·한줌발목·갓바디·칼음정칼박자·알감자·물만두·밥퉁·기미재·울희재·공손희재 등등. 그는 13살에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 트로트 신동으로 출연했었다. 당시 이미자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울산이미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한국예술고 출신 방탄소년단 뷔, 오마이걸 승희와 동창이다.

21세기에 불어온 트로트 열풍은 복고(復古) 바람이다. 새로운 곡이 카랑카랑 불리는 트로트 신곡 경연대회는 언제쯤 쿵쾅거릴까. 그때는 트로트 르네상스 용광로가 쇳물을 녹이듯 이글거릴 텐데. 어느 종합편성 채널과 지상파 방송국에서 깃발을 들기를 기원한다. 노래는 옛 노래들인데, 무대장치·음향·무대의상·안무·조명·언텍트 방·시청자 등등 경연대회 인프라는 시대를 앞서가는데 노래는 리메이크곡이 대세다. 대중가요 유행가는 역사의 보물이다. 노래 탄생 시점의 작사·작곡·가수·시대·사연·사람·모티브(모멘텀)을 버무린 막사발이다. 사랑·이별을 소재로 하는 육감적인 노래에 더하여 시대를 품은 트로트 탑을 쌓기를 앙망한다. 꽃을 든 남자·여자 가수들은 우리 대중가요사의 벽돌 한 장이다. 외로운 가슴에 꽃비를 뿌리는 감흥의 별들.

유차영 대중가요 평론가·한국콜마 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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